“도로가 싫어 숲에 왔어요..”
상태바
“도로가 싫어 숲에 왔어요..”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8.09.03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자림로를 지키려는 시민들, 손바늘질로 현수막 만들어
▲ 수를 놓고 있는 사람들(사진 = 사진작가 손동호 제공)

“도로가 싫어 숲에 왔어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이하 ‘시민들’) 50여명은 지난 2일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4시간 동안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 자리를 펴고 앉아 바느질을 진행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은 이승민씨 등 몇몇 예술가들이 미리 내용을 구상하고 그에 맞춰 잘라놓은 천들 앞에 서너 명씩 모여 앉아 각자 준비한 실과 바늘을 꺼내들었다.

4시간 가까이 꼼짝하지 않고 바느질을 진행한 끝에 시민들이 만들어낸 모습들은 ‘노루, 천남성, 금새우란, 고사리’ 등 제주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들의 모습과 ‘도로가 싫어 숲에 왔어요’ 기형도 시인의 ‘숲으로 된 성벽’의 시 구절 , ‘제2공항→금백조로→비자림로→번영로→제주시’ 등의 글귀였다.

▲ (사진 = 사진작가 손동호 제공)

손바느질 현수막 만들기를 제안했던 이승민씨는 “삼나무는 이기적이고 가치 없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삼나무가 인간보다는 훨씬 다른 존재와 공존한다. 그 것을 담고 싶었다. 튀지 않고 숲과 어우러지는 결과물을 만들려고 했고 앞으로도 시민들과 그런 작업들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현장에 와봤다는 생태해설사 신모씨는 “10년생~40년생들의 삼나무들이 나이는 저마다 다르지만 더 이상 햇빛 경쟁을 하지 않고 같은 크기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 생태의 법칙을 터득했음을 보여준다”며 삼나무들이 베어진 현장을 안타까워 했다.

또한 신모씨는 “베어진 현장 주변에 산링청 산하 난대림연구소에서 지정한 영구목들이 여럿 보인다”며 “나무를 베어내는 과정에서 산림청과 충분한 협의가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3시간 30분간의 작업 끝에 8개의 현수막 작업을 끝낸 시민들은 나무 사이 사이에 현수막을 걸고 자연과 어우러진 현수막의 모습에 탄성을 질렀다.

함덕에서 온 이모씨는 완성된 현수막의 모습을 보면서 “여운이 길게 갈 것 같다. 사람들 하나하나 제주의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바느질에 집중하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완성된 현수막의 모습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준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은 오는 6일 목요일 오후 7시, 현장에서 제주 녹색당 등과 함께 비자림로 시민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