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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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체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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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82.2m 비고:117m 둘레:3,036m 면적:553,701㎡ 형태:말굽형

 체오름

별칭: 골체오름. 기악(箕岳). 체악(體岳)

위치: 구좌읍 종달리 산 62번지/64-2번지

표고: 382.2m  비고:117m  둘레:3,036m 면적:553,701㎡ 형태:말굽형  난이도:☆☆☆

 

 

깎아낸 듯 직각으로 솟아오른 분화구의 기암과 아방궁을 떠오르게 하는 굼부리의 입지...

오름의 모양새가 체를 닮아서 붙은 명칭이며 체는 골체를 뜻하는 방언으로서 삼태기를 말한다. 거대한 화산체를 에워싼 등성과 굼부리 내부의 모습이 삼태기를 연상하게 하는 때문이다. 즉, 곡식 등을 까부거나 고를 때 이용이 되는 도구인 체를 빗댄 표현이며 한자로는 기악(箕岳)이나  체악(體岳)으로 표기를 한다.

북동향의 말굽형('ㄷ'자형) 화산체이지만 굼부리만을 두고 본다면 원형에 가까운 느낌이 들 정도로 넓고 산 체에 둘러싸인 높이가 거대하다. 타 오름에 비하여 분화구의 내부와 높이가 웅장하여 아방궁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만 보더라도 가히 짐작이 되는데, 그 규모 자체가 워낙 큰 데다 내부를 에워싼 모습과 연관하여 괴물 단지를 떠오르게 할 정도이다.

어떠한 근거나 정황을 두고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일부 오르미들은 기(氣)가 흐르는 오름이라고도 한다. 예부터 화구 안쪽은 풍수적으로 남성적인 강한 기운이 흐른다는 설이 구전되고 있다. 능선을 따라 이동을 하면서 바라보는 굼부리의 모습이나 화구 안에서 등성을 바라보노라면 그런 느낌이 와닿는다.

실제 탐방을 통하여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동안은 어느 면에서라도 묘미와 특별함이 베인 오름임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서 인기나 선호도가 높은 이유도 바로 이런 환경 때문이다. 수백 개의 오름들이 산재했지만 이 중에 100선이나 10선을 뽑는다 해도 체오름의 입지를 뺄 수가 없다.

체오름의 매력은 체의 둘레를 둘러보는 동안에 느끼는 거대한 분화구의 모습과 실제 굼부리에 들어서서 확인을 할 때 비로소 완성이 된다. 오름 화구의 외부 능선을 따라서 탐방을 하고 이어지는 분화구의 내면은 그야말로 오름의 신세계이다. 깎아낸 듯 직각으로 솟아오른 분화구의 기암과 이를 덮고 있는 천연림들은 한편의 벽화와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화구의 크기나 넓이도 대단하지만 이곳에서 자생하는 여러 식물군락과 함께 식재를 통하여 자리를 잡은 동백나무 등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조림사업을 한 동녘과 더불어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암벽 주변은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굼부리안의 일부 중심지역은 평탄하지만 이중의 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산 체와 암벽의 함몰되어 궤처럼 이뤄진 곳도 있다.

내부와 연결이 되는 주변에는 새끼오름이라고 부르는 작은 산 체 3개가 있으며 이 중 북쪽을 차지한 알오름은 화산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전진 코스를 통하여 능선 탐방을 마치고 화구 안으로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과정은 체오름의 백미라고 할 수가 있다. 산 체의 넓이와 상관이 없이 묘하게도 행정구역 상으로 구좌읍 송당리와 덕천리의 두 지역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결코 한두 번 가서 체오름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그 위대함을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몇 차례 만남을 통하여 비로소 느낌과 표현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입지가 대단한 오름이면서 여러 특성을 갖춘 오름이라는 뜻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게 흠이지만 그만큼 깊고 그윽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포함이 된다. 거슨세미나 안돌과 밧돌 등을 포함하는 여정이 우선이겠지만 그 외 거친오름이나 가메옥 등을 연계할 수도 있다. 거슨세미 사거리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체오름 가까이까지 진입할 수 있으며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체오름 탐방기-

안돌과 밧돌을 만나고 이어서 체오름으로 가는 루트를 선택하였다. 초행도 아니건만 체오름으로 진입을 할 때면 항상 설레는데 그만한 가치와 환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입을 앞두고 안내판이 보이며 좌측으로 진입을 하면 되는데 오름 기슭 아래에 도착을 하면 맨 먼저 철탑을 만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세 방향으로 갈리게 되는데 일반적인 전체 탐방을 하려면 좌측을 거슬러 오르는 방법이 무난한 진행이 된다.  

바닥은 자연의 길 그대로이다. 매트 하나 깔리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 오르미들이 다닌 때문에 길의 흔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늦봄의 계절은 탐방로의 일부에 반전을 시켜놨다. 그윽한 향을 풍기는 상산나무를 비롯하여 잡목과 수풀들이 길을 막고 있어 불편함도 따를 정도였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지만 뒤돌아서니 구좌 권역을 비롯하여 제주의 동쪽 오름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지면서 최고의 풍경을 선물해줬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곳은 터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질서와 자유의 공간인지라 여름을 앞두고 저마다 줄기를 뻗으며 한 치라도 더 영역을 차지하려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가시덤불이 포함이 되어서 진행에 애를 먹였지만 이도 자연의 순리인지라 애써 느리게 전진을 했다. 목장을 겸하는 곳이라 등성을 따라 철조망이 이어져 있고 오르는 동안은 밖을 따르지만 주봉 옆에 안으로 들어서는 표식이 있다. 편백나무가 문지기를 하고 철조망 주변에는 표식이 매달려 있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삼각점 표식도 만나게 되었다.  

편백나무와 동백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우거진 틈새로 탐방로가 이어졌다. 가끔은 허리를 숙이고 몸을 비틀어 지나게 되지만 결코 성가실 정도는 아니다. 겨우내 기간이면 이 지점에서 건너편 봉우리와 산 체를 볼 수 있지만 계절이 그러하듯 대부분 가림막이 되고 말았다. 구태여 예고편이 없어도 어차피 잠시 후면 뚜렷하게 나타날 모습이기에 아쉬움은 뒤로했다. 보고 느끼면서 자연예찬을 부를 시기인 5월에 체오름을 찾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던가.

그런 만큼 실컷 보고 느껴야 할 상황이 아니런가. 등성마루를 지날 즈음 다시 열린 공간에 도착을 하게 되었고, 풍경 놀이의 열쇠는 날씨가 쥐고 있지만 어는 정도 배려를 해줬다. 거친오름이 눈앞에 펼쳐지고 멀지 않은 곳에 검은(거문)오름이 보였는데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한몫을 한 오름이라지만 지금으로서는 체오름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체오름의 매력은 역시나 아방궁을 떠오르게 하는 굼부리이다.

또한 굼부리에서 바라보는 내벽의 거대한 모습에서 오름으로서의 위대한 작품을 느끼게 되며, 분화구 안에서는 올려다보고 등성에서는 내려다보면서 이를 확인하게 된다. 가파르게 경사가 이어지는 봉우리 아래로 굼부리까지가 한눈에 보였다. 굼부리지기라 할 후박나무도 보이고 그 옆으로 몇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도 확인이 되었다. 구실잣밤나무도 제철을 맞아 지독할 정도로 향을 뿜어 댔다.

 

약한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진한 향은 이내 발길을 옮기게 하였다. 등성으로 이어지는 내부를 살피니 비로소 체오름의 실체가 어느 정도 나타났는데 참으로 매력이 있는 오름임을 확인시켜줬다. 그 옛날 폭발이 이뤄질 당시를 상상하니 가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자연이 만들고 신이 다듬어 놓은 예술품이다.  내려오다가 앞쪽으로 알오름 중 하나가 보였는데, 체오름의 생성 시기와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엿한 별개의 화산체이다. 크기 등 규모 때문에 알오름으로 분류가 되었겠지만 별칭을 붙여도 될만한 오름임은 틀림이 없다. 

허리를 내려오면 바로 굼부리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다른 방향으로는 알오름이나 정원 조성지를 거쳐 초입에서 다시 굼부리로 갈 수가 있으나 전체 탐방에서는 이 경우가 좀 더 수월하다. 남벽의 일부는 아직도 헐벗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스코리어(송이)처럼 붉은빛을 띤 모습이 확인이 되는 것을 보면 식생에 어려운 환경인 때문으로 짐작이 되었다. 차라리 덩굴이나 넝쿨들이라도 터전으로 자리를 잡으면 좋으련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침내 분화구에 도착을 했고 내부의 중심에는 후박나무 한 그루가 있어 체오름지기라도 되는 양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찾는 이들을 맞아줬다. 우연치고는 위치도 잘 잡았고 너무나 곧고 당당하게 자란 모습에서 신비감마저 느끼게 했다. 체오름 화구를 찾는 이들은 반드시 이 후박나무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봐야 할 것이다. 기운을 받고 작은 소망을 염원하는 대상도 역시나 체오름지기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참 아름다운 공간이다. 오래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그런 생각을 했었다. 후박나무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서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하면 어떨까. 그보다는 피아노 건반과 첼로를 함께해서 현악3중주를 연주해도 될 공간이다. 굼부리를 차지하여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그 황홀함에 빠지지 않겠는가. 

후박나무의 새로 돋아난 잎은 마르지 않은 연초록빛으로 싱그러움을 느끼게 했다. 성장의 진행은 속도를 더해가면서 체오름의 중심을 화려하게 만들고 있었다. 굵기가 말해주듯 수령은 오래된 것임을 알 수가 있는데 행여 하는 마음으로 가지를 쓰다듬었다. 그러면 덧셈의 기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위대한 착각을 한 때문이다. 

분화구로 이어지는 길은 잘 단장이 되어 있다. 체오름을 포함하는 주 변은 한때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하여 작업을 하다가 중지를 한 곳이다. 당시 식재한 동백나무와 철쭉을 비롯한 몇몇 수종들은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으며 자생하는 잡목들과 더불어 운치를 느끼게 해줬다. 저들의 계절이 아니었기에 아쉽게도 정열의 빨간 동백꽃들의 환영인사는 받지를 못 했다.

대신에 마지막으로 돌아선 채 바라본 모습은 온통 푸르게 변해있어 신록의 계절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굼부리의 기를 받아내려 애를 썼다. 제주도의 수백 개 오름들 중에 체오름을 빼고서 오름 탐방을 좋아한다고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체오름은 오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화산체이며 자연의 내려준 보물 같은 존재이다. 신의 설계를 따라 자연이 만든 위대한 예술품이며 세월이 색칠한 걸작의 화산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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