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걸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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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걸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2.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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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732.4m 비고:82m 둘레:2,093m 면적:277,449㎡ 형태:말굽형

 걸시오름 

별칭 : 걸세오름. 걸시악(傑豕岳)

위치 : 제주시 연동 2448-281번지 

표고 : 732.4m  비고:82m  둘레:2,093m 면적:277,449㎡  형태:말굽형  난이도:☆☆☆

 

 

 걸쇠를 잘못 잠갔기에 신이 내어준 자연 생태를 빼앗기고 영혼을 받아들인 곳이 되었는가.


 제주시 한라수목원(괭이오름)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명세를 치르지는 않지만 상여오름과 거문오름을 지나 노루생이(노리손이)를 거쳐 다시 걸시오름으로 연결이 된다. 이들은 한라산 기슭으로 이어지는 원시림 지대와 중산간의 구분이 되는 지점을 차지한 오름들이며, 이 중 산록도로변 남쪽에 위치한 걸시오름은 그 경계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걸시나 걸세로 부르는데 이는 걸쇠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오름의 모양새가 걸쇠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고 보면 전반적인 산 체의 특성을 살피는 과정에서 여간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걸세라 함은 문을 걸어 잠글 때 빗장으로 쓰는 ㄱ자형 쇠를 말한다. 단순하게 구부러진 모형을 빗대어 그렇게 했을까. 같은 맥락으로 서귀포에 걸세 형제(큰 걸세. 족은 걸세)가 있는 것과 관련하여 애써 걸시라고 구분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자로 걸시악(傑豕岳)으로 표기를 하는데 뜻풀이로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오름의 주변은 대단위 가족묘지 단지가 들어선지 오래되었다. 사면이나 등성을 비롯하여 기슭과 굼부리의 일부에도 묘가 있으며 산 체의 남쪽은 공원묘지의 규모를 더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의 오름 일부를 포함하여 제주의 대부분의 오름에서 묘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걸시오름과 그 주변은 천국으로 향하는 망자들의 터전이 된 상태이다. 묘지들이 들어선 남쪽에는 아흔아홉 골이 있으며 이중 머리에 해당이 되는 골머리가 있다.

 

걸시오름에서 바라보는 이 모습은 동양화를 방불케 하는 그림처럼 풍경이 아름답다. 여러 골로 이어지는 계곡과 바위들 틈으로는 무속신앙의 메카라 할 만큼 여기저기에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신성스럽게 보존이 되어야 할 곳이지만 일부 무속인들에 의하여 볼 상스럽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망자들이 잠든 걸시의 묘에서 이어지는 골의 요소를 차지한 모습들은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오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외형상을 두고서 오래전에 붙여진 명칭으로서 지금의 모습은 오히려 U자형에 가깝다. 양쪽 등성이는 북향의 벌어진 굼부리를 지닌 말굽형 화구이며 양 방향으로 길게 뻗은 등성이 마치 구부러진 것처럼 침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오름의 형질은 붉은 송이(스코리어)와 화산재가 섞인 검은 흙이나 일부 숲을 이룬 등성에는 잡풀들이  잠식을 했다.

그 외 열린 공간은 묘지들이 차지를 하면서 잔디로 구성이 되었고 억새가 군락을 이룬 곳도 있다.  높이가 732.4m이고 비고(高)는 82m이나 등성과 사면 일대가 묘지로 이뤄져 오름 탐방으로서의 가치나 묘미는 떨어진다.  

 

 

-걸시오름 탐방기-

1100도로변 도깨비도로를 지나 산록도로가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면 공동묘지 입구가 보인다. 관음사 주차장 방향을 지날 경우는 과학고와 성판교를 지나 두 개로 갈라지는 도로에서 좌측으로 진행을 하면 아래 위치가 나온다. 특별히 초입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어차피 한 번은 묘지를 거슬러 가야 숲과 등성으로 갈 수가 있다.

키가 큰 해송들이 차지한 등성은 유일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그나마 탐방의 흔적을 증명할 장소였다. 어느 문중 묘지를 지나 숲을 거슬러 가니 그래도 숲 향이 풍기고 자연 생태 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높지도 넓지도 않지만 지나는 동안에 바지와 신발에는 귀찮은 존재들이 달라붙었다. 자신의 살을 떼어주고 영혼들을 받아들인 걸시로서는 최대한의 대응을 하며 설움을 달래려는 모양이었다.

숲을 빠져나오고 정상부에 도착을 하니 일대에도 묘들이 있었고, 그나마 일부 등성은 숲을 이룬 채 사방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쪽으로 골머리 오름이 보였는데 걸시와 비교를 하면 천연림을 이룬 모습이 확인되었고 자연 생태가 확실히  다름을 알 수가 있었다. 남동쪽으로 어승생악이 보이고 금봉곡 석굴암이 이어지는 능선이 보였으나, 가야 할 곳은 골머리 오름이나 이를 만나는 과정에서 걸시를 통과하는 것은 당연한 진행이 되었다.

어느 문중 묘지를 지나 숲을 거슬러 가니 그래도 숲 향이 풍기고 자연 생태 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걸세로 통하는 오름은 제주에 두 곳이 있으며 지금은 다 다른 용도로 변한 상태이다. 서귀포의 걸세오름은 두 개의 화산체가 나란히 이어져 있으나 대부분 개간이 되어 밀감 밭으로 변했고, 제주시의 걸세는 대부분이 공동묘지나 개인의 묘지로 변화가 이뤄졌다. 

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을 지켜야 할 걸시는 본연의 할 바를 잊고서 영혼들이 잠들 수 있도록 자신의 살을 떼어준 셈이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열쇠라도 되라는 걸까. 빗장의 구실은 망자들의 넋을 달래주면서 천국으로 안내하는 구실을 하라는 뜻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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