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모르는 곳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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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모르는 곳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12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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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3)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7일 환경미화원 첫날

첫날 우리 팀원들이  새벽에 모두 모였다

 

1월의 새벽은 차디찬 겨울이다.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하는 첫날..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각오를 다지고, 옷을 몇 겹이나 껴 입었다.

제주에는 몇 년에 한번씩 폭설이 내린다는 점에서, 일을 시작하기전 가장 걱정됐던 것이 눈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올 겨울, 특히 우리가 일하는 중에는 눈도 비도 내리지 않았다.

일을 하는 기간동안은 날씨마저 좋아 추운 일을 빼고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손은 장갑을 껴도 너무 차가웠다.

환경미화원으로 취직이 된후 회사에서 첫날은 새벽 4시반 까지 환경미화 차량이 집결하는 사라봉 인근 주차장으로 모두 모이라는 전갈이 왔다.

이곳은 제주시의 모든 쓰레기 수거차량이 모이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차량을 배정받아 현장에 투입된다는 얘기였다.

이 주차장에만  약 3백여대의 수거차량이 집결하는 곳이라고 한다.

 

새벽이었지만 이곳에 가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 모두 제주시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를 처리하는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우리가 모두 잠든 시간에 이렇게 새벽같이 나와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

첫날 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참으로 감사하게 느꼈던 것은, 진짜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이런 곳에 있었구나 하는 고마움이었다.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책임감과 봉사정신에 뭉클한 감사가 생기기도 했다.

이들은 어쩌면 대통령보다도 도지사보다도 더 훌륭한 사람들이다.

남이 모르는 곳에서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런 점을 인정받기보다, 하대와 무시(?)가 난무하는 그런 분위기를 이겨내고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려는 사람들..

그보다 더 숭고한 일이 어디 있을까..

이곳에서는 수시로 사람들이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넣어 출근도장을 찍었다.

지문인식기에 손을 넣는 이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처음 우리 팀원 모두는 새벽 3시경 나와서 일찍 일을 시작하고 일찍 끝내버리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새벽 4시30분에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모든 차량이 이곳을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6시로 정해져 있어 6시가 되기 전에는 어떤 차량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음식물쓰레기 민간위탁은 올해부터 처음 시행하는 일이라 시청에서도 걱정이 많은 모양이었는지 첫날에는 제주시청에서 한 직원이 나와 일일이 인원체크를 했다.

우리는 모두 처음 나온 날이라 서먹하기는 했지만 처음 일주일간은 안내해 줄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다만 차량을 타고 많은 곳을 움직여야 하기에 사고만 없기를 바랐을 뿐이다.

 

어쩌면 이날 기존에 이 일을 해 오던 사람들로서는 자기네 일을 빼앗겼다는 심정도 작용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을 하지 못하고 넘기게 된 사람들이 이 담당지역을 안내해 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사장 얘기에 따르면 “비용을 따로 주기로 하고 도움을 받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담당지역도 모르고 처리하는 방법도 모르니 이 지역을 담당했던 기존 직원들이 며칠 안내를 하며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좋을 수는 없는 일임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음식믈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환경미화원 초보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지역의 범위였다.

건입동 전 지역, 화북동 전 지역, 화북공단 전 지역, 화북아파트 단지 전부 등이 우리가 맡은 지역이었다.

우리가 맡은 지역 중에는 음식물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탑동지역도 포함돼 있었다.

아마 독자들은 12시간 내지 14시간을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다고 하면 어디선가 시간을 내서 밥은 먹을 수 있었을 것이 아니냐는 편한 소리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날 건입동 지역을 도는 데만 처음에는 4시간이 걸렸다.

3주가 지나서 일에 익숙해지자 이 지역은 요령이 생겨 2시간 정도에 겨우 끝낼 수 있었다.

화북동은 더 큰 난제였다.

화북공단을 처리하는 데 2시간 이상, 화북동 지역을 소화하는데 4시간 이상이 걸렸다.

아파트 단지는 2시간 정도..

아무리 빨리 일을 한다 해도 12시간을 꼬박 채워야 해결할 수 있는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해야 했기에 밥먹을 시간도, 차 한잔 할 시간도 초기에는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도 첫날은 전에 일을 했던 직원들이 도맡아 일을 하고 우리는 따라만 다니며 견습을 하고 있었기에 9시간 정도에 끝났다.

우리가 해도 그 정도 시간이면 될 줄 알았다.

문제는 그것 만이 아니다.

넓은 지역 범위도 문제지만 골목골목 좁은 길을 찾아들어가야 하는 난코스가 많아 처음 시작한 우리들로서는 어려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아주 작은 사고라도 나면 우리가 하는 일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기 때문에 조심조심해서 일을 해야 했지만 넘치는 국물에, 날리는 먼지에, 통을 옮기다가 발을 찧는 일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통을 옮기다 넘어져 이빨을 크게 다칠 뻔 했고 손가락 하나는 아직도 고통이 느껴질 정도의 작은 사고도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긴장한 채 전 직 직원들이 하는 일을 잘 지켜보며 하는 법을 안전하게 익히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를 처음 안내했던 2명의 직원들은 소리를 자주 질렀다.

"조심하라"는 주의였다.

나중에 그들이 도와주지 않게 되었을 때 왜 그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주의를 주었는지 알게 됐고 사실 너무나 고마웠다.

▲ 수거차량의 기계조작 장치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일단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이 들어있는 문을 열쇠로 열고 통을 꺼낸다.

그리고 손으로 쓰레기통을 기계가 있는 곳까지 끌고 오면 리프트에 걸어 위로 올려 음식물쓰레기를 담는 통에 쏟아붓는 방식이다.

그러면 보통 6톤에서 10톤까지 만들어진 커다란 수거통안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간다.

혹시 남은 찌꺼기가 있을 때는 다시 한번  안에 있는 음식물을 털어낸다.

그 통이 가득 차면 매립장으로 가서 수거통에 든 모든 음식물쓰레기를 쏟아붓는 것이다.

이같은 일을 매일 아침마다 무한 반복해야 하는 일인데..문제는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첫날 이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은 계속 뛰어다니면서 일을 했다.

걸어다니는 내게 “그렇게 걸어다니면 언제 일을 끝내겠느냐”고 잔소리를 해댔다.

어쨌든 첫날은 전문가(?)인 그들과 함께 했기에 일찍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첫날은 새벽 6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경 끝났으니 밝은 날에 일을 끝냈기 때문이다.

 

사장은 첫날 일을 마치고 나서 모두 함께 모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첫날 일을 무사히 마치고 오후 6시경 모두 모여 그날 처음으로 아점저 한끼 식사를 처음으로 하는 중에 선배 하나가 “나는 관절염이 있어 이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업무 포기를 선언했다.

“관절이 안 좋은데 자꾸 차를 올랐다 내렸다 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얘기였다.

나도 입 끝까지 하지 말까 하는 그 말이 치밀어 올라왔으나 이날 만은 꾹 참았다.

힘든 건 둘째 치고 며칠은 해보자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사 첫날은 회사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집에 돌아와 닦고 그냥 뻗어버렸다.

자면서도 기자는 내일 아침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가 걱정돼 알람을 세 번이나 울리도록 해 놓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한사람이라도 빠지면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첫날부터 그런 책임감은 당연히 생기고 있었다.

한사람이라도 빠지면 다른 사람의 업무량이 배가 되기 때문에 단 하루도 마음 놓고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일을 아는 전직 직원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우리들로서는 해결할 방도조차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그 방대한 지역을 하루에 끝마칠 것인가.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자동적으로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언제 이런 새벽에 나가 일을 한다는 생각이나 해 봤을까..

새벽 4시에 집을 나서면 달이 그대로 떠있는 한밤중이다.

일에 집중하다보면 언제 해가 떠오르는 지도 모를 정도로 하루의 시작을 잊어먹는다.

그런 하루의 일과가 매일 새벽 4시면 이뤄졌다.

▲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곳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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