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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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렴으로 가는 길
  • 송혜림
  • 승인 2019.05.25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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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림 동홍동 주민센터
송예림 동홍동 주민센터

청렴(淸廉). 공직자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다. 임용 면접에서는 목민심서에 나오는 청렴에 관해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받고, 임용 후에는 주기적으로 청렴 교육을 받으며 매일 보는 공문서에는 ‘청렴한 세상’이라는 로고가 박혀있다.

공무원 생활의 시작과 끝, 아마 퇴직 후까지도 청렴이라는 단어는 항상 따라다닐 것이다. 도대체 청렴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강조되는 것일까.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맑고 높으며 탐욕이 없음’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뇌물과 부정청탁을 받지만 않으면 청렴한 것일까? 뇌물을 받지 않은 나, 당당하게 청렴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날 청렴은 뇌물을 받지 않는 소극적 청렴을 넘어 주민을 위해 힘쓰는 적극적 청렴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청렴하기 위해서는 부정청탁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말뿐인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도록 실천해야 한다. 이에 일상생활에서 청렴을 실천할 수 있는 ‘청렴으로 가는 길’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청렴으로 가는 첫 번째 길, 공정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업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근거 없는 예외는 차별의 시발점이기에 관련 규정을 근거로 민원인의 정당한 요구와 부당한 요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민원 업무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번 한번만 그냥 해주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문제는 이러한 예외가 쌓이고 쌓여 원칙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원칙을 지키다 보면 불가피하게 민원인의 요구를 거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그 순간은 힘들지만 역설적으로 누구에게나 공정하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는 신뢰가 곧 청렴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청렴으로 가는 두 번째 길, 친절이다. 친절하다는 것은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도는 친절하게, 업무는 신속 정확하게’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방문한 민원인이 가장 원하는 친절 아닐까. 하루에도 수십 명을 만나고 몇 번씩 같은 민원을 처리하는 직원과 달리 민원인은 모든 것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민원인의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친절에는 민원인에 대한 배려가 숨어있다. 민원인이 불편해하는 점을 먼저 발견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주민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청렴(淸廉).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실천해야하는지 막막하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공정’과 ‘친절’의 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담당 업무의 전문가로서 원칙을 지키되,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지닌다면 청렴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일하는 주민센터 주차장 계단에는 ‘청렴한 동홍동, 나로부터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문구처럼 내가 딛은 첫 발이 동홍동, 서귀포시, 더 크게는 제주특별자치도 전체를 주민의 신뢰를 받는 청렴한 기관으로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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