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허한 곳 막아주는..판포리 마을상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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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허한 곳 막아주는..판포리 마을상징석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9.06.20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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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가려 작은 돌 세우는 것으로 타협..문화적 가치 커

판포리 마을상징석

위치 ; 한경면 판포리 감귤선과장 동쪽 길가
유형 ; 민속신앙
시대 ; 대한민국(1960년대)

 


판포리에는 마을상징석이 있어 뜻밖이었다. 시유지라고 하는 길가 공터에 큼직하고 길쭉한 돌을 세워놓고 그 주위에 2단으로 흙을 쌓아올리고 작은 돌로 둘러세웠다.

전에는 더 큰 돌을 세웠었다고 하는데 아랫마을과의 갈등으로 지금처럼 작은 돌을 세우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고 한다.

아랫마을에서는 그 돌로 한라산이 가려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주도민에게 어디서 본 한라산이 가장 멋있느냐고 물으면 누구든지 자기 고향 마을을 내세운다.

제주도민들에게 한라산의 의미는 이렇게 큰 것이다. 그런 한라산을 가렸다면 당연히 분쟁을 일으킬 만하다.

전에 대림리 상징석인 선돌 때문에 수원리와 갈등을 빚어 돌을 올려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했었다는 말이 떠오른다.

결국은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마을 즉, 올려놓는 쪽에서 포기하고 말았지만…. 마을 사이의 기싸움이 어디인들 없을 수 있으랴!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선사시대에 선돌을 세웠던 것과 지금의 마을 상징석은 그 의미나 기능이 상통하는 것 같다.

오늘날의 상징석은 기운이 허한 곳을 막아준다는 주술적 의미가 추가된 정도로 보면 이해가 되고, 어쩌면 선사시대에도 주술적인 기능을 부여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현장에서 만난 노인의 말로는 이 상징석을 옆으로 약간 옮긴다고 한다. 적잖이 걱정이 된다.

지금 이 상태가 문화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돈을 들여가며 반듯하고 우람하게 새로 박제품을 만들어 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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