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리 서물한집당
위치 ; 조천읍 함덕리 하동(알카름) 포구 남서쪽에 있는 '湧水井' 북서쪽 골목길로 100m를 채 못 가서 남쪽에 있다.
시대 ; 조선~현대
유형 ; 민속신앙
제주도에는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물찌'를 정하고 있다. <서물>은 음력 초하루와 스무엿샛날의 조수(潮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집은 당신을 일컫는다.
옛날 이 마을에 한 김씨 영감이 해 볼 일은 없고 해서 테우를 타고 음력 3월 서물날 고기를 낚으러 바다로 갔다.
그 날은 이상하게도 낚싯줄을 물에 담그기만 하면, 은진미륵(恩津彌勒)같은 돌덩이만 올라왔다. 기어코 고기를 낚기 위하여 자리를 세 번이나 옮겨도 그 돌덩이만 올라오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도대체 이게 어떤 일인고? 오늘은 고기는 안 물고 대신 세 번이나 던져 버렸던 돌덩이만 낚시에 걸려서 올라오니 이상한 일이로구나!'
김씨 영감은 낚싯줄에 올라온 돌을 놓고 아무리 살펴봐도 은진미륵 같은 돌덩이였다. 고기도 안 물고 해서 지루하다는 생각에 그만 깜박 잠에 빠지고 말았는데, 현몽하기를,
'나는 용왕황제국(龍王皇帝國) 무남독녀 외동딸이노라. 네가 나를 모셔다가 다달이 초사흘, 열 사흘, 스무 사흘 중 어떤 날에라도 나에게 봉제(奉祭)해 주면, 너희 집 자손들에게 벼슬길에나, 농삿일에나 모든 앞길을 바르게 해서 하는 일마다 잘 되게 해 주마.'
번뜩 눈을 뜨니 꿈이었다.
김씨 영감은 고기낚시를 포기하고 뱃길을 집으로 돌렸다. 포구(浦口)에 배를 세워 둔 채 우선 부인에게로 갔다.
"오늘은 빈 구덕만 들고 왔오."
"그게 어떤 일입니까?"
"그럴 만한 일이 있네."
"어떤 일입니까?"
김씨 영감은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부인에게 말했다.
"아니, 그 조상님(은진미륵)을 배에 놔두고 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옵니까? 어서 좌우청룡(左右靑龍)을 보십소서"
부인은 우선 곱게 한복으로 갈아입은 후, 남편과 함께 포구에 세워 둔 배 위로 올라가서 석상(石像)으로 모시게 되었다.
그런 후로는 고기를 잡으러 가기만 하면 만선이 되어 돌아왔고, 자손들도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 마을 사람들도 이 곳에 와서 제를 올리기만 하면, 모든 일이 잘 되어가자 모두들 신당(神堂)으로 모시게 되었다.
이 소문이 퍼지게 되자 서울 상시관(上試官)에서는 김씨 영감을 불러다 첨지(僉知) 벼슬을 주었고, 지금도 그 석상은 함덕리 주민들로부터 봉제받는 당신(堂神)으로 모셔지고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은진미륵은 외방신의 정착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은 주로 바닷가에 정착하여 어부와 해녀들의 건강을 담당한 치병신적 역할과 부신적 역할을 담당한다. 돌을 신앙시 하는 원시 사고적 형태를 띤다.
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매우 좁아 한 사람밖에 드나들 수 없는 정도이다. 제단은 모두 잘 다듬은 판석으로 놓여 있고 궤묻음 하는 시설은 기와집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바다에서 올라왔다는 돌이 어느 것인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