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구사산(拘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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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구사산(拘死山)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20.01.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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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읍 북촌리 개죽은 산, 명칭과 유래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화산체로서의 입지가 뚜렷한 곳

 

구사산(拘死山)
 별칭 : 개 죽은 산

 위치 : 조천읍 북촌리 해발 : 102m

 


 
 명칭과 유래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화산체로서의 입지가 뚜렷한 곳

 


 오름의 뜻을 쉽게 표현한다면 소화산체 정도가 맞겠지만 학술성보다는 민간어원에서 비롯된 내용들이 포함되고 있어 다소 복잡하게 풀이가 된다.

과거에는 기생화산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소화산체라는 표현이 더 가깝게 정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와 오늘날의 학술적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오름과 관련이 있는 여러 자료나 논문 등을 참고할 때 그 실체를 엿볼 수가 있다.

 오름은 하나의 화산분출물에 의해서 형성이 된 소화산체라는 결론이 나오며, 저마다 개성이 다른 소형 화산체나 독립형 화산체를 말한다. 이러한 화산체는 송이로 이루어진 스코리아구와 수중화산구 외에 용암원정구를 포함하고 있다.

 

한라산과의 관계로 연관시키면 기생화산으로 표현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오름이라 부르는 산 체들은 자체 폭발로 이뤄졌기 때문에 독립형 소화산체라 하는 것이 맞다. 또한 이 오름들을 측화산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대부분은 분석구나 암재구에 해당한다.

 오름의 어원을 정의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정설을 토대로 확실하게 표현이 된 것은 없는 실정이며 구전되는 내용을 토대로 하여 나온 것이 지금까지 오름이라 부르고 있다.

대개는 평지보다 올라온 지형이나 오르막 형태를 두고서 오름이라고 명칭이 붙었을 것이라는 게 보다 근접한 내용이며, 다른 추측으로는 (동산형의 언덕을) 오르다의 뜻을 변형 시킨 것이라는 설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오름은 오롬(아래아 발음)의 변형이라는 설도 있으며 몽고식 발음의 변음이라는 내용도 있으나 이 역시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거나 오름이라고 정의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판단은 폭발이 이뤄졌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자료가 된다.

높다고 해서 오름이 아니고 산(山)처럼 봉우리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오름이라고 할 수는 없는 만큼, 화산 쇄설물이나 용암류가 흐르는 과정에서 둔덕이나 높은 지대가 형성되었다 할지라도 폭발이 없었다면 결코 오름이라 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선흘리는 람사르습지에 등재 된 먼물깍을 포함하는 동백동산습지로 유명하다. 곶자왈을 포함하는 일대는 근년에 탐방로가 추가로 구성이 되었으며 일부가 개방이 된 이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을뿐 아니라 유명세를 더 하고 있다.

이 동백동산과 멀지 않은 곳에 속칭 '개 죽은 동산'이라는 곳이 있는데 언제 누구에 의하여 명칭이 부여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구전 상의 내용도 추측이나 짐작을 통하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근거는 아니다. 

더욱이 마을 관계자 몇 분을 통하여 확인을 했지만 근거가 없는 명칭이며 현재로서는 달리 부를만한 명칭이 없어서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행정 구역은 북촌리에 포함이 되지만 선흘리 쪽을 통하여 진입을 하는 것이 좀 더 편리하다.

한자로 구사산(狗死山)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 이곳과 관련한 내용 중에는 사냥을 나갔던 개가 죽은 자리라는 설과 충견이 죽은 후 이곳에 묻었다고 전해지기도 하지만 이는 명칭이 정해진 이후에 나온 것으로 짐작이 될 뿐 오늘날까지도 아리송한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한 사실은 지도 검색을 통하여 뚜렷하게 명칭이 뜬다는 점인데 이런 상황이고 보면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구사산 탐방기-


 이런 가운데 일단은 산(山)이라고 했다는 점과 기슭 아래에 경방 초소가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행여 오름이라 할 수 있는 화산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직접 현장을 찾아 살펴보기로 하였다.

이전에 오름 동우회 회원이 이에 관한 내용을 전해오면서 질문을 했었고 근간에 혼자 찾았을 때는 수풀이 무성하여 진입을 포기하였었는데, 제주도 전 오름 완탐 당시 파트너와 자연 탐방을 즐기는 지인을 포함하여 이번에 다시 찾아 나섰다.

 

 개 죽은 동산을 만나기 위해서의 진입로는 습지센터가 생기기 이전의 동백동산 입구를 이용하면 된다. 선흘분교 방향을 따라 이동을 하면 되는데 근년에 새로운 도로가 생겨서 이곳을 이용하여도 된다. 또한 다홍치마를 걸치기 위해서는 습지센터를 출발하여 먼물깍을 지난 후 아래 갈림길에서 우회를 한 후 현장을 살핀 다음 돌아오는 것도 바람직하다.
 

 입구를 따라 진입한 후 200m 정도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우측은 동백동산의 먼물깍 습지 방향으로 이어지고 개 죽은 산은 좌측으로 이어가게 되는데 이른바 백서향 숲길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깊고 그윽한 숲길이면서 인위적인 치장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인 만큼 자연미가 넘쳐나는 길인데, 명칭은 이전까지 딱히 정해진 게 없는 데다 일대에 백서향이 많아서 길손이 붙인 것이다.

 

 구태여 개 죽은 동산을 만나는 과정을 생략한다 할지라도 지금의 숲길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가칭(길손) 백서향 숲길이라고 명칭이 붙은 이 길은 오래된 잡목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고 이렇다 할 경사가 없이 환경의 변화를 이루며 볼품이 있게 이어져 있다. 숲을 이룬 안쪽은 곶자왈을 형성한 곳을 비롯하여 콩짜개 덩굴과 양치식물류 등이 차지하여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그리고 숲길의 최종 기점에 도착을 하였다. 지난번 이곳에서 전진을 시도하다가 빽빽한 수풀과 더불어 날씨 상황이 안 좋아서 후퇴를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준비된 용사들과 동행을 했으니 마다할 일이 없었다. 이미 출발 전에 현장 상황을 설명한 만큼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셋은 천천히 준비를 하였다. 개 죽은 동산의 좌표를 확인하고 바야흐로 첫 만남을 이룰 차례가 되었다.

 

 정방향은 막다른 지점에서 1~2시 정도였으나 이를 따를 경우 자연 훼손이 염려가 되었기 때문에 우측의 촐왓을 따라 진행을 하다가 다시 방향을 바꾸는 수순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러나 결론을 먼저 정리한다면 안내문 좌측을 따라 이동을 하다가 우회하는 방법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경방 초소로 가는 과정에서 곶자왈을 이룬 곳도 포함이 되었고 수풀이나 기타 다른 방해물들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을 선택했다면 시간이나 체력 소모에서도 훨씬 이득이었다는 생각에 다소 씁쓸했지만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서로는 그러려니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백서향 등과 관련한 안내문이 있는 곳에서 초소까지는 약 200m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 죽은 동산과는 다른 위치이며 지금의 상황은 초소로서의 입지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사방은 둘째하고 한쪽이라도 제대로 보인다면 산불감시 내지는 기타 필요성이 있겠지만 지금의 경우는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주변에 나무들이 있고 자라서 가린 경우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조차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 언제 왜 이곳에 이 시설물이 만들어졌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우거진 숲 너머로 풍력발전기 몇 대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현지 상황이 궁금하여 방향을 따라 이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날은 개 죽은 동산을 찾는 것이 과제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시 개죽은 동산의 정상부를 찾아 이동을 준비했는데 이 주변을 살피니 화산체라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일단 오름이라면 폭발로 이뤄진 산 체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그런 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용암이 흘러 굳어진 형태나 화산쇄설물을 통하여 남은 흔적으로 판단이 되었을 뿐, 화산송이(스코리어)나 화산재를 비롯한 기타 흔적 등은 보이지 않았다.

 

 길이 없는 만큼 조심스럽게 숲을 헤치면서 좌표를 따라 이동을 하였는데 주변은 곶자왈을 이룬 상태였고 원시적인 자연림 지대를 간직하고 있었다.

머체(돌무더기)처럼 환경을 이룬 곳을 살피니 부분적으로 풍혈과 비슷한 구조를 갖춘 곳도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였지만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등의 기본적인 요소가 없는 것으로 봐서 그런 입지는 아니었다.

딴은 오소리 등 들짐승들의 거처로 이용되기에 안성맞춤이었는데 이러한 환경이 행여 폭발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면 하나의 오름으로 볼 수도 있다.
 

 

 비고(高)점의 인증을 한 지점. 주변을 살폈지만 역시나 화산체인지를 가늠하는 과정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동산이라 했고 높은 지대이기에 오름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지만 근거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대체적으로 화산석들이 있는 데다 함몰이나 침식의 흔적이 나타나는 만큼 어느 면에서는 폭발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결론적으로 폭발이 일어난 오름이라 하기에는 애매하고 화산쇄설물 등으로 인한 둔덕 같은 지대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러 결론적으로 종합할 때 오래전 폭발이 이뤄진 후 점차적으로 침식이 이뤄진 곳으로 여기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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