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명 해안 관광지마다 갯녹음, 검은 암반 하얗게 사막화... ‘경관 훼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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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명 해안 관광지마다 갯녹음, 검은 암반 하얗게 사막화... ‘경관 훼손’ 심각”
  • 김태홍
  • 승인 2021.11.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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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제주 연안 조간대 조사 결과 제주도 97개 해안마을 전체 갯녹음 ‘심각 단계’

제주해안이 갯녹음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지난 9~10월, 제주 연안 조간대(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지역) 전체를 조사 결과, 97개 해안마을 전역에서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암반을 뒤덮는 갯녹음 현상이 확인, 18개 마을에서만 조간대 해조류가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갯녹음이 조하대(조간대 하부, 항상 물에 잠겨있는 지역) 얕은 곳에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조간대까지 확산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현 제주 연안의 상태는 갯녹음 말기의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녹색연합은 “제주 해안 경관 훼손은 물론, 바다숲이 사라지면서 연안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며 “인공 바다숲 조성 사업 중심의 현 정책은 갯녹음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정은 ‘비상 상황’을 인식하고, 정밀 조사를 통해 육상오염원을 통제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제주의 섬 환경수용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관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지역은 제주도 본섬의 해안선(415.56km)을 따라 제주시 권역(한경면, 한림읍, 애월읍, 제주시, 조천읍, 구좌읍)과 서귀포시 권역(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서귀포시, 안덕면, 대정읍)의 리/동 단위의 97개 해안마을의 조간대 200곳을 조사했다.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갯녹음이 확인된 지점은 198곳이었고, 나머지 2곳은 모래 해변이다. 즉, 97개 해안마을 전체 조간대 암반지대에서 갯녹음이 폭넓게 확인된 것이다.

갯녹음 현상이 조간대 암반지대로까지 확산한 것은 갯녹음 심각, 말기 징후이다. 조간대 암반을 뒤덮은 석회조류는 대부분 조사지역에서 하얗게 죽은 상태였다. 해조류 전문가에 따르면, 갯녹음 현상은 5m 이내 수심에서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이후 수심 5~10m 이하의 감태, 다시마 등 대형 갈조류가, 마지막에 조간대의 톳 등이 사라지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수중조사에서 확인했던 수중 5m 이내의 서귀포항 동방파제 지역은 이미 극심한 갯녹음 현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 있었다. 서귀포 외돌개 수심 15m 지점에서도 감태 등 대형 갈조류는 거의 사라져 갯녹음 현상이 깊게 확산되고 있었고, 대정면 광어양식장 배출수 인근에서 촬영한 수중 영상에서도 갯녹음이 확인된다.

이번 조간대 조사에서 해조류가 발견된 지점은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30곳이며, 97곳 해안마을 중에 18곳에 불과했다. 해조류가 발견된 마을은 제주시 권역의 한경면 용수리, 신창리, 판포리 3곳, 한림읍 월령리, 금능리, 수원리, 귀덕리, 협재리 비양도 5곳, 애월읍 고내리, 신엄리, 하귀1리 3곳, 제주시 삼양이동, 삼양삼동 2곳, 조천읍 함덕리 1곳, 구좌읍 동복리, 김녕리, 하도리 3곳 등 총 17곳 해안마을이었다. 서귀포시 권역은 안덕면 사계리가 유일하게 조간대 해조류가 발견됐다.

특히 서귀포시 권역은 사계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조간대 해조류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이며, 제주시 권역의 조간대 해조류 발견지역도 해조류 피도 30% 이하의 갯녹음 ‘심각’ 지역으로 확인된다.

구멍갈파래가 확인된 지역은 광어양식장이나 화훼단지 배출수 주변이다. 제주도 전역의 조간대 해조류 군집은 ‘심각’을 넘어 ‘멸종’ 단계로 가고 있다.

제주도 해안마을 갯녹음 ‘심각’ 현상은 제주도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경관도 훼손시키고 있다.

녹색연합은 “도두하수처리장(2016년)의 사례처럼 미처리 오폐수 해양 방류, 집중호우시 하천정비·연안 육상해역의 개발 등에서 발생한 오염원의 해양 유입, 육상 양식장 배출수 등으로 수질오염, 해양생태계 영향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며 “제주 연안 전반에서 수질관리가 시급하다고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상주 인구 및 관광객의 증가, 연안 개발사업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제주도의 섬 환경수용성을 중심으로 수질관리, 오염물질 배출시설 및 산업 규제, 연안개발사업 계획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갯녹음을 막기 위해, 한국수산자원공단의 바다숲 조성사업에는 지난 2009년부터 2030년까지 인공 바다숲 54,000ha 조성을 목표로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26,644ha의 바다숲이 조성되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 3,143억 원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하지만 제주의 경우 해조류와 해저 서식동물 개체수가 인공바다숲 조성 전보다 1/5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바다숲 안정화 조처를 하지 않았고, 지자체에 바다숲 관리·감독 권한을 떠넘긴 사실이 드러났으며, 제주도정이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1,733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제주바당(바다) 살리기’ 계획 역시 인공바다숲 조성, 수산종자매입방류, 바다지킴이, 침적폐기물 수거 등에 집중되어 있다. 원인을 통제하지 않고, 현상을 수습하는 임시처방식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주도 조간대에서 확인된 갯녹음 확산은 ‘심각’ 단계로 연안이 사막화되고 있다”며 “위기 상황의 제주 해양생태계를 지키고, 경관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 상황’에 걸맞는 ‘비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제주 바다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이에 맞는 조직, 인력,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며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섬 환경수용성을 최우선으로 육상부 오염물질 배출 시설과 산업에 대한 규제 및 관리를 강화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원인에 손대지 않고 현상을 수습하는 현재의 임시처방식 정책이 아니라 해양생태계 보호 및 복원, 경관자원 관리에 실효성 있는 ‘제주 바다 살리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갯녹음 현상은 ‘갯(얕은 바닷가, 연안)+녹음(해조류의 잎부분이 죽거나 유실되는 현상)’은 순우리말 표현으로, 과도한 개발과 오염, 조식동물(해조류를 먹는 동물)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암반에 사는 미역, 감태, 모자반 등 직립형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무절석회조류(탄산칼슘 등이 많은 석회조류 중 가지가 없는 종류)가 암반을 뒤덮어 분홍색이나 흰색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무절석회조류가 살아있을 때는 분홍색을 띠지만, 죽고 나서 흰색으로 보이므로 ‘백화현상’이라고도 부른다. 연안 해양생물의 먹이, 산란장, 은신처인 해조류 군집이 사라지면 해양 생물도 살 수 없어 자취를 감추기에 바다사막화 현상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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