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 봉개동 민오름에 숨어 있는 동굴 발견, 찾아 들어가 보니..
상태바
(오름이야기) 봉개동 민오름에 숨어 있는 동굴 발견, 찾아 들어가 보니..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21.11.24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직으로 이어지다가 수평으로 내려간 모습..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 용암 구조의 진면 확인 필요

 

 

봉개동 민오름의 숨은 동굴을 찾았다.

다섯 개의 동명의 화산체 중 봉개동의 민오름은 무녜오름이라고도 부르며 , 송낙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세모지게 솟아 오른 봉긋한 모습이 송낙(여승이 쓰는 모자)을 닮은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지금은 명칭과는 달리 전 사면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높게 솟은 두 봉우리를 합쳐 서너 개의 낮은 봉우리들이 완만하게 북동쪽으로 길게 이어졌고 등성의 대부분은 억새가 장악을 하고 있으며 잡풀들이 어우러져 있다.

정상부의 북사면은 깔때기형 굼부리가 움푹 패어 있고 그 아래쪽은 북동향의 말굽형 굼부리가 이어지는데 그 깊이는 70m 정도로 추정을 하고 있으며 전체 구분으로는 복합형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특별한 화산체이다.

정리하자면 말굽형으로 터져나간 굼부리 외에 다른 암메가 있어 복합형으로 구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민오름의 동(북동) 쪽 기슭에는 제법 큰 궤가 있다. 약 2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고 깊으며 자연이 만든 흔적이다.

이따금 제주의 여러 오름들에서 자연적인 궤나 동굴을 만날 수 있고, 때로는 일제 강점기에 파놓은 인위적인 동굴 등도 만나게 되지만 민오름의 경우 세인들에게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궤이거나 동굴이다.

일부 오르미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곳과 관련하여 상세히 알려진 바는 아직 없다.

필자는 이전부터 이 숨은 궤에 관심을 두고 주변을 살핀 적이 있었는데,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 등은 내부를 자세히 살피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유는 양치식물과 이끼류 등이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기슭 아래 골짜기가 이어지는 만큼 습지를 이루고 있어 뱀 등 불청객을 만날 수도 있는 것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불청객이 없기에 안으로 굽어 들어갔다. 그리고 안쪽에서 빛이 스며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수평과 수직으로 이어진 구조가 확실하다는 정황이다.

그리고 외부로 나간 후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예상대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수직으로 뚫린 입구를 찾아냈다. 거리나 깊이 등을 참고로 할 때 궤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동굴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비롯하여 덩굴 등이 수직으로 뚫린 동굴의 입구를 막고 있었고 떨어진 낙엽들이 합세를 하여 평소에는 파악이 안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 지름이 약 1m 정도가 되었다.

화산섬인 제주에서 궤라 함은 자연적으로 절벽이나 기암 층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에 연유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자연적으로 암벽이 붕괴하여 형성된 것과 파식에 의하여 생겨난 것으로 분류가 될 것 같다.

 

보통은 석회암 지대의 층리면이나 절벽이 갈라진 틈에 지하수가 침투하며 용해되면서 형성이 되었거나, 용암이 흘렀던 끝부분의 함몰에 의하여 좁은 동굴처럼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곳 민오름의 경우 궤라기보다는 동굴이라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수직으로 이어지다가 수평으로 내려간 모습에다 이후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간 모습에서 용암 구조의 진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일찍이 폭발이 이뤄질 당시 용암이 흐르면서 지금의 흔적을 남겨 놓았을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따라서 보통의 궤가 아닌 동굴이 맞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이어지는 자연 동굴이 흔하지 않은 만큼 이 무명의 동굴과 관련하여 보다 정밀 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계속 안을 살피는 것은 안전과 더불어 환경과 입지를 감안할 때 무리가 될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뤘다.

어쨌거나 그동안 궤로 알려진 곳을 이번 탐방을 통하여 확실하게 숨은 동굴임을 밝힐 수 있었다. 동부권에 유. 무명 동굴들이 많은 것처럼 무녜오름의숨은 동굴도 보다 체계적으로 집중 탐구를 통하여 자료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동안 동굴 내부를 살핀 후 밖으로 나오니 마지막 흔적으로 남은 단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리를 펴고 몸을 추스르는 동안 이곳 숨은 궤의 위치를 참고하는 나무로 기억을 해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