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을 지나는데 난데없이 길쭉한 무엇인가 풀숲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그 움직임을 빠른 시선으로 쫓았건만 속도가 너무 빨라 순식간에 놓쳐버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족제비'였습니다.

정면으로 맞닥뜨릴 것이라고는 저도 족제비도 분명히 예상치 못했습니다.

족제비는 서둘러 뒤돌아서 도망을 가려했고 저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너무 빠르게 벌어진 상황이라 초점을 맞출 새도 없었습니다.

족제비는 다시 풀숲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산책로 주변에는 억새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그 풀숲에서 곤충들이 찌르 찌륵~ 쌔액 쌕~ 여러 소리로 음악회를 합니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억새로 다가섰더니 날개와 뒷다리를 비비며 연신 소리를 내는 곤충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짝을 찾으려는 세레나데가 아주 곱고 애절합니다.

짝을 이룬 곤충들은 풀 위에 앉아있거나

혹은 풀 사이에 숨어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배를 채우기 위해 잎을 열심히 갉아먹기도 하지요.

그리고 여린 잎을 갉아먹는 어린 곤충들도 보입니다.

천이과정전시림에 넓게 펼쳐진 억새군락에서 곤충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문득 곤충들이 연주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아! 근처에서 풀을 맛있게 뜯어먹고 있는 노루도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