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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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고현준
  • 승인 2021.11.29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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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7코스, 제주시 도두봉-중앙로 간세라운지.. 바다색이 너무 아름다운 사랑의 길

 

 

 

제주시 도심을 걷는 제주올레17코스..

지난 27일 도두봉에서 출발한 올레걷기는, 푸른 바다가 하얀 파도와 함께 춤을 추듯 파도가 넘실 대는, 바람이 제법 많이 부는 날이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걷기에 딱 좋은 날.

이날은 올레꾼 고광언 선생과 둘이 걸었다.

매주 함께 걷던 안건세 선생은 집에 일이 있다고 불참했다.

도두항에 차를 세우고 곧장 도두봉으로 올랐다.

 

 

 

도두봉은 섬의 머리라는 뜻을 가진 수컷봉우리로 알려져 있는 제주시 시내권의 아름다운 오름이다.

제주에서는 드물게 도두봉 만은 분화구가 없어 그런 수컷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에 오르면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남쪽으로는 한라산이 정말 우람하게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제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용두암에서 이호테우해변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공항이 바로 앞에 있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광경도 잘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주 쉽게 올라 제주의 중요한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도두봉이다.

그런데 이번에 올라가 보니, 그렇게 잘 보이던 한라산의 풍광을 막는 괴물이 하나 서 있었다.

 

 

 

노형오거리에 세워진 드림타워 건물이다.

한라산의 자태를 괴물처럼 막고 선 그 모습이 참 기괴스러웠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막아선 개발이라는 이름의 횡포였다.

이곳에서 한라산을 보려면 보기 싫어도 그 괴물을 함께 바라봐야 하니..

앞으로도 참 많은 괴로움(?)이 계속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내에서 가까워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도두봉에는 이날도 참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중이었다.

이곳을 내려와 해안도로를 걷는데 관광객들이 또한 해안도로에도 넘쳐났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대만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는 좋은데 바람이 조금 불어 바다색이 너무 고왔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바다는, 제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색을 맘껏 발하고 있었다.

말로는 형언하지 못할 이 아름다운 바다색은 용두암을 지나 용연까지 계속 됐다.

그렇게 걸어 예전에 노을언덕이라는 무인카페가 있던 곳에 도착하니..이곳은 이미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 있었고, 공원에는 그곳이 카페였다는 이름으로 그 흔적만 남아 있었다.

바로 그 옆에 서 있는 시비..

정지용의 고향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왜 정지용의 시비가 이곳에..(?)라는 느낌이 들었지만..이 시 한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고향

-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을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제주시 공항 뒤편 용담해안도로에서 만난 이 시비는 이 마을 출신 일본교포들이 이곳 해안가에 식수공급을 위해 용천수를 조성할 때 거금을 희사해 만들었다며 세운 공덕비 등과 함께 서 있었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교포들의 마을을 사랑하는 제주인들의 그 따뜻한 마음이 깊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가니 어영공원이다.

이곳에 올레17코스 중간스탬프가 놓여 있는 곳이다.

제주시민들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이곳은 미이  해안도로의 핫 플레이스가 된지 오래다.

이곳 화장실 입구에는 앙증맞게도 통시라는 이름의 조성물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라산을 비록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해안도로를 걷는 즐거움이 이곳에는 넘쳐났다.

사진을 찍고 또 찍어도 늘 같은 색깔의 바다..

우리는 이날 그 바다와 함께 걸었다.

 

 

기암괴석들과 조우하며 걸어 용두암에 이르자 그림같은 정경이 하나 나타났다.

용두암을 배경으로 해산물을 판매하는 해녀들과 그 손님들..

사진으로 보니 그림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날은 특히 용두암에도 사람들이 참 많았다.

용연도 얼마전에 빗물에 쓸려 내려왔던 흙탕물이 다 사라지고 예전의 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자연은 그렇게 늘 묵묵히 제 할 일만을 한다.

용연을 지나니 이제 시내권으로 들어왔다.

도심지를 걷는 구간..

관덕정에 도착하니 과거시험 재현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큰 길을 지나 드디어 중앙로 뒷골목에 있는 제주올레17코스 종점에 당도했다.

 

 

 

 

 

처음 걸었을 때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해 많이 헤맸던 간세라운지..

올레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겨우 찾아냈던(?), 17코스 종점이자 18코스 시작점이다.

올레길은 시골길을 걷는 것보다 시내권을 걸을 때는 지루함이 없어 금방 걷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날도 시내권에 들어서니 힘든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익숙함과 생소함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어디쯤이라는 가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올레를 걷게 되면 별의 별 생각도 다 하게 된다.

발을 딛는 하나의 발걸음 만큼 하나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이리라.

이제 시내로 들어 왔으니 다음 올레길에서는 이제 다시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올레길은 끝이 없다.

걷고 또 걸어야만 언젠가 또 종점에 도달하는 길이다.

그곳에 도달하면 또 다시 걸어야 만나는 길..

그래서 올레길은 언제나 정겹고, 늘 사랑스러운 길이다.

 

올레꾼 고광언 선생
올레꾼 고광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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