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보슬비 내리는 올레길..춤추는 바다는 철새들로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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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보슬비 내리는 올레길..춤추는 바다는 철새들로 만원
  • 고현준
  • 승인 2022.01.3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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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20코스, 행원 어등포구-세화 앞바다는 다시 가고픈 추억의 길

 

 

 

 

바람 불고 비 내려 섬머리 스쳐가니

장기는 음산하게 높은 다락 감싸 도네

창해의 성난 파도 어스름에 들려 오니

벽산의 수심은 맑은 가을을 물들이네

귀심은 왕손초를 볼 적 마다 괴로울지니

귀양살이 꿈속에서 서울을 보고 놀랐네

고국의 존망 소식도 알 길이 없어

연파의 강물 위 외로운 배에서 쉬어나 볼까

(제주 유배 때 광해군이 읊은 율시)

 

보슬비가 내리는 올레길..

올레길에서 비를 만나는 것은 매우 힘든 조건에서 걷는다는 의미다.

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리는 날은 차라리 괜찮다.

운치도 있고..

추우니 빨리 걸어가야 하고..

지난 수년간 올레길을 걸으면서 2-3번 비가 오는 날 걸어본 적이 있다.

비를 맞고 걷고난 후 배운 것은 올레길에는 비가 올 때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세운 일이었다.

그 이후 비가 오는 날 올레 걷기를 많이 삼가고 있다.

 

 

 

지난 22일 제주올레20코스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있는 시작점인 행원 어등포구에 섰을 때는 아주 작은 보슬비가 내렸다.

처음에는 큰 비가 아니라서 그냥 걸어보다가 비가 많이 내리면 돌아올 예정이었다.

개었다 내렸다 2시간 정도 보슬보슬 내리던 비는 올레걷기를 다 마쳤을 때는 이미 맑아 있었다.

이날 행원포구에는 바로 며칠전 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장정애 제주해녀문화보전회 이사장이 함께 올레를 걸을 수 있느냐고 요청해 와 초입에 함께 서 있었다.

“올레를 걸어봐야 제주도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고 한 그대로다.

그래서 이날은 올레꾼 고광언 선생과 장 이사장 등 셋이 함께 걷게 됐다.

위의 시는 비 오는 행원 어등포구 20코스 중간지점 스탬프가 있는 곳에 세워진 석비에 쓰여진 내용이다.

아마 청나라가 조선을 침공했을 때의 감정을 전한 시처럼 보였다.

더욱이 이곳 어등포구는 비운의 광해왕이 제주도에 유배올 때 처음 내렸다는 포구다.

(필자는 임진왜란을 직접 이끌었던 광해군을 좋아해서 그를 늘 광해왕이라 칭한다.)

그는 명과 청의 교체기에 청나라가 득세할 것을 예상해 등거리 외교를 펼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조의 조선은 만주족인 청을 무시하고 명나라에 더 붙었다가 남한산성의 삼배고두레라는 굴욕의 역사를 맞이했던 것이다.

비운의 왕 광해왕과 한마공신 김만일, 충무공 이순신과 제주목사 이경록은 역사속 임진왜란의 영웅들이다.

김만일은 전쟁에 나선 당시 광해군에게 군마 5백필을 바쳤고, 이순신과 무과 동기였던 나주목사 이경록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천일과 함께 왜적과 싸워 큰 전과를 거두기도 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지 3개월이 지난 후 선조는 이경록을 제주목사로 임명했다.

제주도를 왜적에게 빼앗겨서는 안되는 군사요충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 왜군이 제주도를 침공하지 못하도록 제주를 굳게 지킨 이경록 제주목사는 7년동안 제주에 근무하며 방어벽을 철저히 쌓았다고 한다.

행원에 남겨진 광해왕의 흔적.. 역사는 아무나 기록하지는 않는다.

이들 4명의 인물은 임진왜란 전쟁 중에서도 제주도와 밀접한 인물들이기에 역사 속에 남아 더욱 빛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비는 조금 내리는 날씨였지만 이날 멀리 보이는 하늘은 푸르름 그 자체였다.

하늘색이 너무 예뻤다.

그 하늘 아래, 제주도 동쪽 바다에는 유독 새들이 넘쳐났다.

해안을 따라 걷는 내내 만원사례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바다에는 철새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 떠 있는 섬도 이날은 너무 가까웠다.

그때 바로 앞에 나타난 괭이갈매기..

바다를 응시하며 잠시 앉아 있는 새에게 또 말을 붙였다.

“잠시만 앉아 있어라..사진 좀 찍자..”

그 새는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포즈를 취해 주곤 바로 떠나갔다.

분명히, 새들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확실하다.

 

 

 

행원-한동-평대-세화-오조리로 이어지는 20코스는 이날 해안도로를 따라 많이 걷게 됐다.

그러다가 버렝이똥이라는 이름의 마을 계룡동에 도착했을 때였다.

정자에 앉아 잠시 쉬는데, 한 어르신이 지나가자 장정애 이사장이 말을 걸었다.

“해녀분이세요?”

“옛날에는 해녀를 하다가 나이가 먹어 그만 뒀다”고 했다.

“울산에서 해녀질을 수십년 해서 땅도 사고 집도 샀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바다 오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바다가 다 썩었다”는 설명이었다.

“하수처리장의 똥물도 문제지만 밭에 뿌리는 농약이 다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가 다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잘 가라며 집으로 총총히 걸어가셨다.

 

 

 

 

계룡동을 지나는데 어느 집 마당 길가에 장미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또 말 한 마리가 외로운 듯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네 달라고 한다.

사진 한번 찍어주고 잘 지내라고 말해줬다.

이어 나타난 평대해수욕장도 모래사장이 너무 좋은 곳이다.

이곳 해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평대는 당근이 유명한 곳이다.

당근밭을 지나며 버려진 당근을 바라본다.

장정애 이사장은 버려진 딩근밭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뱅듸길..

평대마을은 뱅듸 또는 뱅디라고 불렀다. 돌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들판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뱅듸길은 마을 유래를 짐작하게 하는 옛길이다.

이 뱅듸길을 걷다보면 제주들판의 참모습과 만날 수 있다.

사진으로 찍고 봐도 참 예쁘게 나왔다.

 

 

 

뱅디길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니 이제 세화리였다.

비록 많은 모래사장이 매립돼 사라져 버리긴 했지만 아직 동쪽에는 하얀 모래사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만약 그대로 두었다면 얼마나 고운 곳으로 남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큰 곳이다.

세화리도 월정리처럼 더욱 번화해 가는 지역으로 변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생긴 큰 변화다,

이제 이 마을도 예전의 조용했던 풍경은 아니다.

 

세화이야기

세화의 옛이름은 ‘가는곶’이며 ‘곶’은 수풀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마을 지명이 가는 곶으로 되어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약 6백년전 제주 고씨가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본래 제주군 구곶면의 지역으로 세화라 하였는데, 1014년 4월 행정구역 개편때 세화리가 되었다.

1949년 8월1일 북제주군에 편입되었다, 1980년 12월1일 구좌면이 구좌읍으로 승격되고 , 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과 함께 북제주군이 없어지면서 제주시에 편입되었다.

읍의 동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도 16번 도로가 서쪽의 조천읍과 동쪽의 성산읍을 지나 서귀포시로 연결된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도로가 여러 마을로 개설되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이곳에 놓여진 마을에 대한 설명 내용이다.

아름답기만한 세화리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사진을 찍는 명소가 하나 생겼다.

그 사진프레임에 보이는 바다색이 일품이다.

이런 바다를 보는 것도 즐겁고, 사진으로 추억을 하나 만들어도 좋은 그런 프레임이었다.

세화를 지나면 바로 성산읍 오조리다.

해녀박물관 잔디밭에 있던 제주올레20코스 종점스탬프는 이번에 보니 다른 곳으로 이전해 있었다.

주차장 앞에 조그맣고 아담하게 만들어진 제주올레21코스 안내소가 세워진 것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오미영 제주올레길동무님은 매우 친절한 분이셨다.

특히 장정애 이사장을 알아보고는 제주올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오미영 선생의 설명에 따르면 “올레를 걷고싶어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제주에 한달동안 살면서 올레를 걷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올레가 다시 붐을 일으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 선생은 더욱이 “올레수첩을 하나 갖는다는 것은 제주도를 전부 갖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매주 올레를 걷는다는 우리들을 격려해 줬다.

올레를 걸으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실제로 올레를 걸으면서 제주를 다시 본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제주올레가 다시 제주의 트랜드가 되고 있다”는 올레길동무님의 말이 세삼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 올레꾼 고광언 선생과 걷기 시작한 올레길은 드디어 막바지에 도달했다.

이제 남은 21코스와 그동안 빼먹고 걸었던 몇 구간만 더 걸으면 나는 4번의 완주를, 고광언 선생은 2번의 완주를 마치게 된다.

그래도 아마 올레길은 누군가와 함께 계속 걷고 있을 것이다.

 

올레꾼 고광언 선생과 장정애 이사장이 함께 20코스를 걸었다

 

장정애 이사장이 오미영 제주올레길동무와 함께 한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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