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친절의 메아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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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친절의 메아리를 들으며
  • 윤경희
  • 승인 2022.03.0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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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서귀포시 건축과
윤경희 서귀포시 건축과
윤경희 서귀포시 건축과

공직생활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는 여성 공직자가 많지 않았을뿐더러 건축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우습게 보는 민원인들이 많았다.

그만두고 시집이나 가버릴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때 국장님으로 계시다 지금은 퇴직하신 선배 공무원이 나를 부르셔서 말씀하셨다.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겠지만, 모두에게 진정어린 친절로 대하면 언젠가 ‘나 참 잘했다!’ 생각하게 될 것을 당신이 장담하노라고. 그만둘 마음까지 먹어본 거 잘해보자고 각오를 다져 먹었다.

민원인의 소리를 경청하고, 밝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상세히 응대했다. 날라오는 욕설에도 옆집 삼촌인 양 친근하게 굴었다. 그 결과는 바로 나타나진 않았으나 분명히 나를 대하는 민원인들의 행동은 달라져 있었다. 무시하며 믿음을 주지 않던 민원인이 찾아와 물어보기 시작했다. 폭언을 했던 민원인은 가벼운 눈인사를 건냈다. 목적 없이 외친 나의 친절이 메아리처럼 돌아온 것이다. 돌아온 메아리를 들으며 나는 더 기쁜 마음으로 친절을 외치게 됐다. 약속처럼 메아리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이기에.

어느 날 밥을 먹으며 동료 직원이 말했다. ‘친절은 확실한 정신노동이에요. 그에 대한 대가가 부족한거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빙긋이 웃었다. 직원의 마음에 공감한다. 귀한 시간을 써 말 한마디를 고르고 마음을 가늠하는 행동들의 에너지 소비를 생각하면 친절은 노동이 맞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세상을 움직인 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돌려준 친절 한 조각인 것이다.

요즘 말로는 쿨~한게 미덕인 시대라지만 이철환의 소설 ‘연탄길’에 나오는 한 소절로 글을 마무리한다.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은 비록 그것이 짧은 한마디 일지라도 그 메아리는 세상 끝까지 무한히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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