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연초록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
|||
|
|||
키 큰 나무의 잔가지마다 어여쁜 빛으로 돋아나는 새잎들이 파란 하늘빛과 만나면 참 곱습니다. 하기야 맑은 하늘과 어우러지는 어린잎들은 어여쁠 수밖에 없지요.
굵은 가지에서 새로이 돋아나는 어린 가지들도 아직 붉은빛을 띠고 있네요. 그 어린 가지에서 연둣빛을 발산하는 어린잎들이 어여쁘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린 잎에는 누가 알을 낳은 것인지 붉은빛을 띠는 벌레혹들이 둥글게 부풀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크기의 바구미가 갓 펼쳐진 어린잎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갉아먹고 있더군요. 벌써 다른 가지의 잎들도 누군가에게 해를 입었습니다.
주변에는 키 큰 느티나무들이 더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나무의 윗부분을 올려다보니 벌써 녹색으로 변해가는 잎을 매달고 있는 나무도 있더군요.
그리고 어떤 나무의 가지에선 연초록 잎 아래로 꽃차례들이 늘어졌습니다.
느티나무 꽃은 4-5월에 암수한그루로 피고 황록색을 띠며 취산꽃차례를 이룹니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꽃차례들이 보이는군요.
다른 가지를 살펴보았더니 이번에는 꽃들이 제법 피어있습니다.
수꽃은 새가지 밑에 모여 달리고, 암꽃은 새가지 윗부분에 한 송이씩 달리지요. 사실 얼핏 보면 수꽃들은 알아보기 쉬운데 암꽃이 어느 곳에 핀 것인지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찬찬히 살펴보면 새가지 윗부분에서 암술대가 두 갈래로 갈라진 우윳빛 암술이 살짝 튀어나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머지않아 일그러진 편구형 열매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열매의 크기가 너무 작아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애써 꽃을 찾아 무엇하겠습니까? 비 그치고 먹구름이 흘러가니 파란 하늘 아래에서 산들거리는 어린잎들이 싱그럽기만 합니다. 그저 키 큰 느티나무 아래서 가볍게 스쳐 지나는 봄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쏟아지는 봄볕을 즐기고 있으면 그 순간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듯 합니다.
|
한라생태숲
저작권자 © 제주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