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순례길 탐방) "위 없는 행복이란..좋은 공덕을 쌓고 바른 서원을 세우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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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순례길 탐방) "위 없는 행복이란..좋은 공덕을 쌓고 바른 서원을 세우는 것 .."
  • 고현준
  • 승인 2022.05.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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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월정사-관음정사, 한 노스님의 한마디가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의 길

 

 

 

 

아름다운 노스님과 만났다.

이 스님은 몸이 불편하신 듯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경내를 운동중이셨다.

걸어내려가 “스님 안녕하세요. 우리는 절을 걷는 중”이라고 인사를 드리니 “성불하세요”라는 인사가 돌아왔다.

“이 절은 언제 만들어졌나요?”라고 물었다.

“아주 오래전에 침을 놓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이 분이 한푼 두푼 모아 산 땅을 절을 지으라고 내주셨다”며 “그 당시 직접 지었다”고 했다.

제주공항 인근 관음정사를 창건한 당시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전해주신 스님.

노스님에게 법명을 물었다

“법열..”

“스승님께서 이제 부처님의 법을 얻었으니 기쁘겠다며 지어준 의미의 이름”이라고 했다.

인사를 드리고 나오려는데 또 “성불하세요”라고 하시며 덧붙이시는 말..

“다음에 오시면 이곳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안으로 들어와 공양하러 왔어요라고 말하라”며 “오늘은 보살님들이 없어 점심공양도 못하신다”고 매우 미안해 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

“네 다음에 꼭 들르겠습니다”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보니 이 노스님은 높이 선 부처님께 불편한 몸으로 공손한 절을 올리고 있었다.

참 마음이 따뜻한 아름다운 스님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14일 불교순례길은 제주대와 신제주를 잇는 도로를 따라 걷는 코스였다.

이 도로에는 보리밭에 이어 메밀꽃이 가득 핀 곳도 숨어 있었다.

그 뒤로 선 한라산이 더욱 우뚝하다.

이 길을 걸으며 만난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이곳은 예전에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높았던 곳이지만..

이번에 보니 한라산을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한라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완전 박살낸 괴물같은 건물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일반인은 출입을 못하도록 문은 꼭 꼭 잠겨 있었고, 더욱이 이곳에서 바라보던 한라산전망대는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한라산의 경관을 이 연구소 홀로 감상할 뿐 그 누구도 접근하지 말라는 매우 권위적인 발상과도 같은 괴물이 하나 만들어진 것이었다.

왜 이런 곳에 이런 연구소가 세워졌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온난화 대응을 하려면 서귀포 쪽에 세워지는 게 옳다.

그리고 그동안 도민이나 관광객이 무시로 드나들던 한라산전망대는 왜 없애 버렸는지 이해난이다.

건물 하나 달랑 지어놓고 한라산 감상까지 막는 건 너무한 일임에 틀림없다.

 

 

 

화가 부글부글 끓는 걸 애써 참으며 이날의 첫 번 째로 순례하게 될 월정사로 향했다.

월정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5층 석탑과 약사여래 부처님이 서 있는 절이다.

신제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어 들르기에 수월해서인지 여러 사람들이 불당에 인사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조금 크고, 또 아름다운 절이었다.

이 월정사가 서 있는 정실마을은 이번에 걸어보니 가로수가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다.

나무가 많아서일까.

길가에는 떨어진 나뭇잎이 가득했는데 이 길을 깨끗하게 쓸어내는 사람도 보였다.

이 사람은 우리가 다시 이곳으로 올 때 다시 보니 길거리 청소를 홀로 다 마친 상태였다.

누군가는 이처럼 남모르게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기에 거리가 깨끗한 것이리라.

 

 

 

그 길을 계속 걸어가다가 이 절로 가는 길에는 포함이 안된 절이 하나 나타났다.

혜조암이라는 조그만 암자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정결하기 그지 없었다.

조그만 법당 하나와 잔디가 예쁘게 깔린 법당 안에서는 스님의 염불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스님 한 분이 열심히 염불을 하며 절을 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앉아 있다 괜히 방해를 하는 것 같아 빨리 나오고 말았다.

이곳 나무에 걸려 있던 글

 

위없는 행복

 

적당한 곳에 살면서

좋은 공덕을 쌓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닦고

바른 서원을 세우는 것

이것이 위없는 행복이다.

-‘숫타니타파’ 중에서

 

 

 

우리는 이 길을 따라 나오다, 보이지도 않는 절로 가는 길 리본을 따라가는 걸 포기하고 아예 다음 목적지인 관음정사의 방향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해병대부대가 있는 바로 앞길로 들어섰는데..

이곳 도로가 2차선 도로로 넓혀져 있었다.

예전에 이 길을 다니려면 무척이나 불편했는데..

너무나 반갑게도, 조금 넓어진 차도로 변해 있었다.

이 길을 따라 나가면 예전에 도지사 관사로 사용했던 곳이 나온다.

문제는 이 길을 지난 후 절이 있는 방향을 따라 조그만 골목길로 들어섰다가 그만, 길이 없는 길이라 엄청 돌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밭과 밭 사이를 지나 겨우 길을 찾아 관음정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절로 가는 길은 가끔, 이처럼 길이 아닌 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

그런 점이 걷기의 매력이긴 하다.

사실 몇 번 그런 경험이 있다.

이 날도 길을 찾아 망정이지 숲속길이라도 걸었다면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드디어 찾은 관음정사..

이 절은 절도 크지만 입구부터 그 위용이 대단했다.

부처님이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보이는 곳에 서 있어 웅장하기 그지 없다.

고광언 선생은 항상 절에 도착하면 대웅전으로 들어가 인사를 올리고 나온다.

인사를 올린 후 이곳 마당에서 만난 노스님..

마음이 따뜻한 관음정사 법열스님의 “나중에 와서 공양하러 왔다고 말하고 공양하고 가라”는 그 말씀에 이날 피곤이 모두 풀려버렸다.

스님에게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으니 “나는 찍을 수 없다”고 하셨다.

법열스님은 스님이 몸소 만들고 가꾸셨을 관음정사 경내를 “하루에도 몇 번 씩 운동 삼아 걷는다”고 했다.

나는 어느 선사가 말씀하셨다는 “간절함보다 다 큰 지혜는 없고, 부처님의 마음처럼 친절하라”는 그 말이 이 노스님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시인 류시화 선생이 쓴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 존재의 완성을 이룬자, 깨달음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그는 천한 사람이든 귀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선한 자든 악한 자든 모든 인간 존재에게서 신을 발견하는 자라고 비하르 요가학교의 창시자 스와미 사티야난다는 말했다."

 

그는 이어 길에서 만난 성자라 불리우는 구루지가 그에게 했던 말도 덧붙이며 소개했다.

”이것을 잊지 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인연은 이 그루지의 말처럼 소중하지 않는 인연이 없다. 우리가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소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절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스님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수행을 통해 얻은 귀한 말씀이기에 늘 가슴 속에 담아두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일반인으로써 도를 이루기까지는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번 주는 한 노스님의 따뜻한 말씀으로 어떤 가치보다도 더한 사랑과 행복감을 얻었다.

불교순례길을 열심히 걷고 있는 고광언 선생
불교순례길을 열심히 걷고 있는 고광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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