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 제주 4.3의 아픔 품고 있는 미지의 볼레오름, 종남궤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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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 제주 4.3의 아픔 품고 있는 미지의 볼레오름, 종남궤를 찾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22.05.2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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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과 관련한 여러 흔적들 중 볼레오름의 종남궤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볼레는 제주 방언으로 보리수나무를 일컫는 표현이며, 이 볼레오름은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출입이 불가한 곳이다.

이날 취재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로부터 사전 탐방 허가를 받아 진행됐고, 한라산국립공원 직원도 함께 동행해 이뤄졌다.

더욱이 볼레오름 일대가 모두 출입제한 구역이라 딱히 정해진 탐방로조차 없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제주 4.3에 관한 내용들을 수집하려면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오름 기슭에는 사찰이 있고, 말굽형의 굼부리는 4.3의 영혼을 품어 넋을 달래주는 듯 한 형세다.

이번 탐방의 목적은 볼레오름의 숨은궤가 제주 4.3과 관련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이를 찾아보는 진행도 겸한 취재였다.

이 숨은궤는 오름 피난처로 알려졌으며, 종남궤라고 부른다고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지점을 알 수가 없었지만 오름 서쪽 어딘가에 있다는 정보를 토대로 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기슭과 능선으로 오르내리면서 종남궤를 찾아봤지만 좀처럼 알 수가 않았다.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조릿대와 잡목들이 에워싼 숲을 따라 이동을 하면서 잘 살폈지만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오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지슬을 통해 세인들에게 알려진 동광 드넓궤 역시 넓은 궤이다.

이곳에서 지내던 주민들은 군인들에게 발각이 되면서 동굴을 빠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무려 20km나 떨어진 한라산 기슭로 피신을 하는데 그곳이 바로 볼레오름의 종남궤이다.

하지만, 겨울철 쌓인 눈의 발자국을 보고서 쫓아온 토벌대에 발각돼 단추공장으로 끌려갔고, 결국 이들은 온갖 고초를 겪다가 일부는 정방폭포에서 사살을 당하게 된다.

죽는 순간 까지도 고통을 겪어야 했고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던 그 영혼들..

그러한 아픔을 지닌 곳이기에 행여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 뜻을 끝내 이루지는 못했다.

기회가 되면 동절기를 전후한 시기에 다시 찾아보는 것으로 이날 탐사를 마치고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후 정상부 주변까지 이동했다.

볼레오름은 남서쪽으로 향한 굼부리가 있는 말굽형 화산체이며, 해마다 5월이 오면 정상부는 철쭉과 털진달래가 곱게 꽃을 피운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때문에 출입이 안 되지만, 제주의 여러 화산체들 중에 환경적인 입지가 뚜렸하다.

종남궤를 찾는 과정은 실패했지만 언젠가 다시 찾을 기회가 된다면 그 현장을 확인하고, 정상부에서 그들의 한이라도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상부 적당한 곳을 찾아 한동안 사방을 둘러봤다.

이곳에서, 기슭과 능선을 오르내리며 숨은궤를 찾는 동안 흠뻑 흘린 땀방울을 잠시 식힐 수 있었다.

볼레오름은 종남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는 것인지 봄꽃의 화려함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정상 비고점에 들러 영혼들을 기리는 수순을 치른 후 작별 인사를 했다.

끝나지 않은 제주 4.3의 흔적을 찾아나섰지만 애석한 결과라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다음을 또 기약하며 산을 내려왔다.

 

(한편 출입을 허락해 주시고, 취재를 위해 함께 동행까지 해주신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에 이 글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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