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순례길 탐방) "행동의 바름이 곧 도이니, 바른 마음이 없으면 도를 보지 못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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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순례길 탐방) "행동의 바름이 곧 도이니, 바른 마음이 없으면 도를 보지 못하느니라.."
  • 고현준
  • 승인 2022.07.0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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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가는 길 법성사-월라사, 스스로 깨끗함을 닦는 서쪽나라..수행의 길

 

 

”모든 것에 진실이 없나니 진실을 보려고 하지 말라.

만약 진실을 본다 해도 그 보는 것은 다 진실이 아니다.

만약 능히 자기에게 진실이 있다면 거짓을 떠나는 것이 곧 마음의 진실이다.

자기의 마음이 거짓을 여의지 않아 진실이 없거니, 어느 곳에 진실이 있겠는가..“

(성철스님의 돈황본 육조단경 중 ‘진가’(진실과 거짓)에서..)

 

 

불교순례길 중 가장 아름답고 특별한 길과 만난 날이었다. 그리고 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마음이 따뜻한 아름다운 사람과의 인연도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지난 25일 불교순례길을 함께 걷고 있는 고광언 선생의 개인사정으로 2주를 쉬고 3주만에 다시 순례길 걷기에 나섰다.

날씨는 조금 흐린 듯 해서 오전에는 걷기가 좋았지만 오후가 되면서 무척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오전에 걸었던 영천천(효돈천) 계곡길이 이날의 큰 위안이었다.

이날 불교순례길은 서귀포시 상효동에 있는 법성사에서 출발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법성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불당을 찾아 들어가는데..이 절은 마치 일본정원처럼 잘 꾸며진 깨끗하고 아름다운 절이었다.

입구에 서서 우리를 맞이하는 관세음보살상이 처음 나타났고..

계단을 올라 대웅전에서 내려다 바라보는 세상은 훤하게 트인 것이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대웅전에서는 이미 여러 스님들과 신자들이 법당에 앉아 불경을 읊고 있었다.

 

 

 

고광언 선생이 대웅전으로 인사를 드리러 간 사이..대웅전 옆 나무에서 떨어진 빨간 꽃잎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꽃일까..

이 나무는 붉은 꽃잎 가득 꽤 궁금한 모습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첫 답사에 나선 법성사 일주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순레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숲속길이 길게 이어진 이 나무가 많은 길은 순례길의 묘미를 더 하게 했다.

오래된 숲속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간판과 오래된 철문도 그 길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조용한 숲속길을 다 걸어나오니 일주도로가 나타나고 그 옆으로는 초록색 철책이 계곡을 따라 촘촘히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82호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및 제432호 제주 상효동 한란자생지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한란자생지로 알려져 많은 도채가 심했던 지역이기 때문일까..

 

 

 

살벌한 느낌이 들었다.

돈내코계곡 주변을 모두 막아놓은 듯 두꺼운 철책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이곳을 걸어 내려와 큰 길을 건너니, 우리가 가려는 방향, 길 입구에 영천관터라는 안내문이 하나 서 있었다.

1466년(세조12년) 제주목사로 부임했던 이유의가 그 해 매년 봄과 가을에 말을 점검하는 장소로 삼기 위해 영쳔천 서쪽 언덕에 영천관을 건립했고, 이후 영천관은 지방관이나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정의현과 대정현을 왕래하거나 국영목장의 목마를 점검할 때 숙소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탐라지에도 영천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영세밋내 서쪽 언덕에 있으며 영천사와 동서로 대치하여 있다는 내용으로 보아 영천사라는 절이 이곳 주변에 함께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날 걸었던 영천천(효돈천)은 그동안 걸었던 불교순례길의 가장 압권으로 기억될, 이 계곡 옆으로  이어진 큰 나무숲 길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아름드리 나무들과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길에 쌓인 낙엽과 오래된 거목에서 볼 수 있는 콩란의 자태까지..

이 계곡길은 그동안 걸었던 모든 불교순례길의 백미 중 백미였다.

이 길은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한번 가서 걸어봐야 그 길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는 ”정말 좋은 길을 알게 됐다“며 ”불교순례길이 아니었다면 이 길을 언제 걸어보겠느냐“며 만족한 마음을 나눴다.

이 아름다운 효돈천 계곡 옆길은 꽤 길게 이어졌다.

길이 좁아 위험하고 계곡 쪽으로는 위험표지판이나 안내판이 없어서 밤에 걷기는 무시무시한 곳이 될 것으로도 보였다.

걸으면서 보니 이 지역에 있는 나무에는 모두 하얀 명찰이 하나씩 달려 있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2021년 문화재라는 안내가 돼 있었다.

 

 

 

나무가 문화재라는 것인지, 문화재 조사를 마쳤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 나무들의 포스는 문화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우람하고 굉장했다.

이 아름다운 계곡 숲길 앞으로 계곡으로 나가는 길목에 영천관터라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곧 영천관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예기소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예기소라는 곳이 어딘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예기소는 한 기생이 춤을 추다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슬픈 연못이다.

우리가 더 걸어 가야 하는 길은 계곡을 지나 다른 숲길로 들어 가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안내 리본은 입구에만 달려 있었고, 올라가는 길이 망가진 이 곳 입구를 지난 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리본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사람이 전혀 다닐 것 같지 않은 정글 같은 숲길을 걸어 들어갔다.

이 길은 예전에 포장을 했던 듯 시멘트길도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걸어 다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숲속 길이었다.

하기야 이 험한 숲속에 사람들이 일 없이 들어 올 리가 없을 테니..

우리는 인적없는 숲길을 걷고 걸어 어떤 넓은 계곡에 도착했다.

 

 

 

효돈촌이 흐르는 대로변 아래쪽이었다.

계곡을 지나 이어진 예전의 길을 찾아 따라 걸어가려고 했는데..

계곡을 이어 만들어진 배고픈다리 위로는 엊그제 내린 비 때문인지 넘기 힘들 정도로 물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이 계곡 위로 겨우 올라 가 큰 길을 찾아 상효동 쪽으로 발길을 옮기려고 했다.

지나는 사람도 없고, 방향을 잘 잡은 건지도 헷갈렸지만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 마침 개가 짖어대는 어떤 집 앞에 서서 주인에게 월라사로 가는 길을 물으니 뭔가 얘기는 하는데 개 소리 때문에 대답을 잘 듣지 못했다.

그런데..

저쪽에서 한 아주머니가 ”이 길로 가면 된다“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그쪽으로 가서 인사를 드리고 ”불교순례길을 걷는 중“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독실한 불교인“이라며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시라“고 권했다.

우리는 차를 한잔 하고 가자고 이 분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집은 칡오름 입구에 있는데..

”딸이 효돈에 살고 있어 2년 전에 이 터를 사서 제주로 이사를 왔다“며 ”곧 집을 지을 예정“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수필을 쓰는 조해성 선생이었다. ”화가인 남편은 서울에 출장중“이라고 했다.

고광언 선생
고광언 선생

 

조해성 수필가와 함께..

 

 

이렇게 우연히 만난 우리는 오름 아래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조 선생이 끓여주는 커피와 꽃차와 당이 떨어질 때 좋다며 주신 과자를 먹고 마시며 제주살이 등 꽤 긴 시간 잡담을 나누며 쉴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불교라는 말 한마디에 마음을 열고 우리를 환영해 준 것이었다.

고 선생과 나는 이 집을 나서면서 ”우리가 불교순례길을 걸으니 부처님이 주신 선물 같다“며 많이 즐거워했다.

그렇게 다시 걷다보니 예전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던 효돈 기암괴석이 있는 공원이 나타났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벌거벗은 그 돌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그저 큰 돌들이 늘어 선 동네..효돈이 그곳에 있었다.

이 길 바로 옆에 감귤박물관이 있다.

이 곳 가로수길은 모두가 하귤 등 감귤나무가 심어져 있어 길가에는 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덥기도 하고 목이 말라 귤 하나를 따서 먹는데..

나무 바로 아래에는 ”귤을 절대로 따 먹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다. 이를 나중에 발견했던 것이다.

이미 따버린 귤을 어떡할 것인가..

우걱우걱 귤 하나를 씹어 먹으면서 걷다 보니 이날의 종착지인 월라사에 도착했다.

하지만, 월라사의 대문은 열려 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대웅전 앞 마당의 풀은 키가 훌쩍 커져 손을 대지 않은 세월이 꽤 길었음을 말하는 듯 했다.

기대감에 힘겹게 걸어 이 절을 찾았지만 절은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듯 무심히 내버려져 있었다.

우리는 이 빈 절에서 나와 이날 불교순례길 걷기를 마치기로 했다.

날씨도 더웠고, 보목리가 가까우니 자리물회라도 먹고 가는 것으로 이 날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음은 성철스님의 돈황본 육조단경에 나오는  ‘수행’에 대해 설법한 내용이다.

 

”선지식들아. 만약 수행하기를 바란다면 세속에서도 가능한 것이니, 절에 있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절에 있으면서 닦지 않으면 서쪽나라 사람의 마음이 악함과 같고, 세속에 있으면서 수행하면 동쪽나라 사람이 착함을 닦는 것과 같다. 오직 바라건대, 자기 스스로 깨끗함을 닦으라. 그러면 그것이 곧 서쪽나라이니라.“

위사군이 물었다.

”화상이시여, 세속에 있으면서는 어떻게 닦습니까? 원건대 가르쳐 주소서..”

대사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략)..

번뇌의 어두운 집 속에서

항상 지혜의 해가 떠오르게 하라.

삿됨은 번뇌를 인연하여 오고

바름이 오면 번뇌가 없어지나니

삿됨과 바름을 다 버리면

깨끗하여 남음 없음에 이르는도다.

...

만약 세간에서 도를 닦을 때는

일체가 다 방해하지 않나니

항상 허물을 드러내어 자기에게 있게 하라.

..

만약 애써 도를 찾고자 할 때는

행동의 바름이 곧 도이니

스스로에게 만약 바른 마음이 없으면

어둠 속을 감이라 도를 보지 못하느니라

(중략)

(불교순례길을 걷게 되니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글을 골라 하나씩 올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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