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숲속에선 흑난초가 검은 진주.."..녹화흑난초, 한정된 자생지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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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숲속에선 흑난초가 검은 진주.."..녹화흑난초, 한정된 자생지 증발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2.09.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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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 사투를 벌이던 곳에 핀 녹화흑난초가 자생지를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식물의 이름을 듣고 그 식물이 생김새나 꽃모양 등을 대강 유추해 볼 때가 많다.

그런데 식물이 이름을 듣고도 제대로 유추하지 못하는 식물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식물의 이름을 듣고 꽃 색까지 유추해 볼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야생식물을 찾아서 들판을 헤매면서 터득한 일인데 식물의 이름을 듣고 꽃 색까지 유추해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식물의 꽃 색을 말할 때 생각나는 꽃 색을 말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빨강, 노랑, 흰색 꽃이라고 말한다.

빨강, 노랑, 흰색 꽃은 들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 색이라서 대부분 꽃 색은 이 3가지 꽃 색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을 답으로 말 하면 70~80% 정도는 맞게 된다.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색들은 빨강이거나 노랑 그리고 흰색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야생식물을 찾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색을 가진 야생식물들을 볼 수가 있다.

보라색, 파란색, 분홍색, 주황색, 오렌지색, 녹색, 검붉은색, 회색, 검은색......

꽃이 피는 야생식물들은 다양한 색으로 꽃을 피워 곤충이나 조류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이는 야생식물마다 독특하게 후손을 번식하는 방법 중 하나로 꽃 색도 이에 알맞게 진화를 거듭하면서 달리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꽃 중에서는 꽃 색이 검은 꽃들이 있지만 그 수는 극소수일 것이다.

꽃 색이 검은색이거나 검붉은색인 식물들에서 대표적인 꽃이 흑장미이다.

흔히들 흑장미 꽃을 검은색장미꽃이라고는 하는데 꽃 색의 이름처럼 새까맣지 않고 검붉은 색을 띄는 장미꽃이다.

흑장미 외에도 검은색 튤립이나 검은색 백합이 있는데 흑장미와 색이 유사하다.

야생식물로는 꽃이 검은 색인 백미(白微)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름을 들으면 흰색 꽃이 피는 식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름과 달리 백미는 꽃이 검거나 검붉은 색으로 피는 식물이다.

검은색 꽃이 피는 야생식물을 백미라고 부르는 것은 백미(白微)의 뿌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참고로 사전에서 백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1. 백미(白眉) :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 말.

여기에서 『白은 흰백, 眉는 눈썹 미』 이다.

백미(白眉)는 흰 눈썹이란 뜻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제상 제갈공명(諸葛孔明)과 친교를 맺었던 마량(馬良)은 형제가 다섯이었다.

다섯 형제는 모두 자(字)에 상(常)이란 글자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들 형제를 가리켜 ‘마씨오상(馬氏五常)’이라 일컬었다.

형제는 모두 재주가 뛰어났으나 그 중에서도 마량이 가장 뛰어났으므로 그 고장사람들은 말하기를 “마씨오상은 모두 뛰어났지만 그 중에서도 흰 눈썹이 가장 훌륭하다(馬氏五常 白眉最良)”라고 하였다고 한다.

마량은 어려서부터 눈썹에 흰 털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던 것이다.

이후부터 같은 또래, 같은 계통의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백미(白眉)라 부르게 되었고 지금은 사람뿐이 아니라 뛰어난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백미라 부른다.(삼국지 촉지 마량전(蜀志馬良傳)에 그 유래가 전한다.)(두산백과에서 내용일부를 옮겨왔다.)

 

2. 야생식물에서 부르는 백미는 한자어로 쓰면 白薇 라고 쓴다.

여기에서 『白은 흰백, 薇는 장미 미』 이다.

검은색 꽃이 피는 식물인데 백미(白薇)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연유는 “뿌리가 장미가지처럼 가늘고 희기” 때문에 지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혼동해서 사용할 때가 있는데 백미(白眉)와 백미(白薇)는 엄연히 서로 다른 말이다.

백미(白薇)외에도 검은색 또는 검붉은 색으로 꽃이 피는 식물에는 덩굴박주가리와 흑박주가리, 검은솜아마존이 있다.

이 들 식물들은 모두 검은색 또는 검붉은 색으로 꽃이 피는 식물이다.

꽃 색으로 식물이 이름이 정해진 식물도 있다.

흑난초가 그렇다.

흑난초는 꽃 색으로 이름이 정해진 야생식물이다.

그러나 흑난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과연 그런 색 꽃이 있을까? 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질 것이다.

 

흑난초는 꽃 색이 검어서 식물의 이름에 “검다”는 말을 사용해서 이름을 정한 야생식물이다.

꽃 색이 검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흑난초는 이름과 달리 꽃 색이 완전히 검은색은 아니다.

현장에서 찾아보면 꽃 색이 검은색 보다는 검붉은 색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이 야생식물을 흑난초라고 부르는 이유는 난초과 식물의 꽃 색 중에서 유난히 검은색에 가까운 색의 꽃을 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흑난초는 제주도외에도 우리나라 남부 섬지방의 저지대 숲속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난초과 식물로 키는 20cm 정도 자라고 줄기의 아래쪽은 짧고 굵으며 뿌리줄기는 옆으로 길게 뻗고 있다.

잎은 긴 타원형인데 두꺼우면서 끝은 뾰족하고 잎맥이 여러 개 나 있으며 잎자루는 원줄기를 감싸고 있다.

꽃은 6 ~ 7월에 새로 돋은 줄기의 끝에서 흑자색으로 피는데 제주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 꽃이 흑자색으로 피었기 때문에 흑난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흑난초의 기본종은 꽃 색이 흑자색이고 녹색인 긴 꽃줄기에 10여개의 꽃이 달린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열매 속에 들어 있는 씨는 10월에 익는다.

식물들 중에는 양지를 좋아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음지를 좋아하는 식물들도 있다.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습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들도 있다.

해안가에 터를 잡은 식물이 있는가 하면 고산에 터를 잡은 식물들도 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천태만상 세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노래 중에 “천태만상” 이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 세상에 못지않게 식물들이 사는 세상도 “천태만상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생물들이 서로 다른 모습과 형태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난초과 식물이지만 서로 다른 모습과 형태로 살아간다.

타래난초처럼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큰방울새란이나 흰제비란, 닭의난초 처럼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들도 있다.

한란이나 여름새우난초, 옥잠난초, 으름난초, 사철란, 털사철란, 섬사철란처럼 음지를 좋아하는 식물들도 있다.

대체적으로 난초과 식물들은 습하면서도 음지(陰地)나 반음지(半陰地)를 좋아한다.

 

흑난초는 온종일 햇볕이 10~20%정도 이하로 들어오는 곳을 좋아하는 음지식물로 흑난초의 자생지는 대낮에도 어두컴컴해 보이는 숲속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이러한 곳은 대부분 숲이 깊고 습기가 많은 곳이므로 다른 곳에 비해서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

이러한 곳에 서식을 하는 모기들은 다른 곳에 서식하는 모기보다 활동이 왕성하다.

흑난초를 보러 숲속으로 들어가면 흑난초를 만나기도 전에 모기들이 먼저 알고 반겨준다.

모기들은 귀찮을 정도로 윙윙거리면서 따라 다니고 귀찮게 군다.

긴팔, 긴바지는 필수이고 거기다 장갑과 마스크, 모자까지 눌러썼지만 모기들은 빈틈을 찾아서 맛있게 헌혈(식사)을 한다.

헌혈을 신청하지도 않았지만 모기들은 막무가내다.

흑난초를 담고 온 후 여러 날 동안 모기에 물린 자국들은 남아 있어서 붓고 가렵기 때문에 물파스 등으로 진정을 시킨다.

흑난초는 모기에 물리지 않고는 담을 수 없는 야생식물이다.

그러므로 흑난초를 담으러 갈 때는 미리 모기와 대체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야지 준비 없이 숲속에 들어간다면 모기에 강제 헌혈을 당하기 십상이다.

모기에 강제 헌혈을 당하면서 깊은 숲속에서 흑난초를 만나게 되면 숲속에 들어 온 것이 보람이 있었던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시인 유유님은 흑난초를 “검은 진주”라고 닉네임을 붙여서 불렀다.

 

검은 진주 흑난초

설마 눈물조차 까만색일까

피부가 조그만 검어도

촌놈 취급했었는데

하물며 아주 검은 색 살을 가진 사람들

얼마나 서러운 삶을 살았을까 검은 진주 흑난초

까만 슬픔의 눈물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흑진주

이젠 귀하다 하여 대우 받는 시대

숲속에선 흑난초가 검은 진주가 되어

숨바꼭질 애간장 녹인다.(유유님의 시 검은 진주 흑난초를 옮기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흑난초를 담으러 간 곳에서 흑난초와 너무도 닮았지만 꽃이 검은색이 아니고 녹색인 꽃이 피어 있는 걸 봤다.

이건 무슨 난초인가 하고 식물체를 요리조리 살펴보았더니 꽃 색만 다르지 식물체 모습에서 꽃 모양까지는 흑난초와 꼭 닮은 식물이다.

녹색 꽃이 핀 난초를 보니 흑난초와는 같은 식물인지 또는 다른 이름을 가진 식물인지 궁금해진다.

 

식물도감 녹색 꽃이 핀 식물들을 모아 놓은 곳에서 녹색난초를 찾았으나 흑난초를 닮은 녹색 꽃이 핀 식물에 대해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고 흑난초와 닮았으니 이곳에서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하고 흑난초에 대한 곳을 살펴봤더니 녹색 꽃이 핀 식물이 같이 곁들여 있는데 이 식물의 이름도 흑난초라고 되어 있다.

검붉은 색 꽃이 아닌 녹색 꽃이 핀 난초도 흑난초라고 해서 의아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녹색으로 꽃은 피지만 흑난초와 동일한 식물이라는 걸 알았다.

녹색꽃이 피는 흑난초에 대한 마땅한 이름이 정해지지 않아서 헷갈리므로 자의적으로 이름을 녹화흑난초라고 명명해본다.

그 이유는 흑난초와 구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녹화흑난초라고 하면 처음 이름을 듣는 사람도 흑난초라는 식물과 구별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흑박주가리에도 녹색꽃이 피는 박주가리가 있는데 이 식물에도 정확한 이름이 없어서 자의적으로 녹화흑박주가리라고 붙여봤다.

녹화흑난초.

녹화흑난초는 흑난초와 유사하나 꽃 색이 녹색이므로 흑난초를 보러 숲속으로 들어가서 보면 흑난초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제주는 육지지역에 비해서 모든 야생식물들이 자생하는 곳에 대한 규모가 작고 야생식물에 대한 자생지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흑난초가 자생하는 자생지는 극히 한정된 몇 곳 밖에 없다.

흑난초가 자생하는 곳에서 무조건 녹화흑난초를 볼 수 있겠지 하고 숲속에 들어갔다면 큰 오산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흑난초 자생지 중에서 흑난초와 녹화흑난초를 같이 볼 수 있는 지역은 제주에선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흑난초만 자생하고 있다.

흑난초도 귀한 야생식물이지만 녹화흑난초는 더 귀한 야생식물이다.

그런 까닭으로 인해 녹화흑난초를 돈으로 보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서 녹화흑난초가 자생지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전에 녹화흑난초를 보았던 곳에서도 녹화흑난초를 볼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익명(匿名)을 원하는 분이 전하는 이야기로는 육지부에서 난초과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는 희귀한 난초과 식물이나 멸종위기식물을 구하기 위해 제주에 있는 사람(대부분 야생식물을 무단으로 도채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야생식물에 대한 정보를 주고 연락을 하면 그 사람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밤중이나, 새벽녘 또는 초저녁 인적이 뜸해질 틈을 타서 필요로 하는 야생식물을 도채한 후 식물체를 택배 물품으로 위장하여 보내면 물품을 받은 육지지역 애호가는 보낸 야생식물을 확인한 후 이상이 없으면 그에 알맞은 액수를 계좌로 이체를 해주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제주의 들판은 하루가 다르게 황폐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주에 자생하는 희귀 야생식물들이 날이 갈수록 제주 땅에서 사라지거나, 제주 땅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자연유산을 품고 있는 제주는 국내 세계유산 14건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에도 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곳이다.

제주에는 각종 난대·아열대식물들이 자생하는 곶자왈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등의 원시자연림은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어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이므로 제주도 차원에서라도 야생식물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제주 땅은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어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진귀한 토종 야생식물들은 사라지고 조릿대가 난무하는 황폐한 들판으로만 남을 것이다.

녹화흑난초가 자생하던 곳 중 한곳에서는 온종일 돌아 다녀서 녹화흑난초를 하나라도 봤다면 그날은 운수좋은 날이라고 할 정도로 황폐화가 이루어졌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이지만 이곳에 가면 지금도 녹화흑난초를 만날 수 있어서 야생식물을 좋아하고 야생식물을 카메라로 이미지를 담는 애호가 입장에서는 올해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년에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고 기원하면서 돌아온다.

녹화흑난초를 맘껏 본 날은 모기에게 헌혈을 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은 날이었다고 위안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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