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미기록종 미뤄지다 등록된 제주토종 영주제비란, 자생지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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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미기록종 미뤄지다 등록된 제주토종 영주제비란, 자생지에서 사라졌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2.09.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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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식물목록에 이름만 등재..자생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전설의 식물로 남게 돼

 

 

미기록종으로 등록이 미뤄지다 등록된 영주제비란이 지금 자생지에  하나의 개체도 없이 사라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식물목록에 이름만 등재되고 자생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전설의 식물로 남게 된 것이다.

새롭게 발표되는 식물들은 미기록종(未記錄種)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발표를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미기록종(未記錄種)이란 “지금까지 종으로서 기록되어 있지 않은 생물종을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기록종에 반하여 기록종(記錄種)은 지금까지 종으로서 기록된 생물종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과 미국 하버드대학, 미국 해양생물연구소, 미국 헤리티지 도서관 등 세계 유명 과학연구기관 10여 곳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망라하는 『인테넷 생물대백과사전(EoL, Encyclopedia of Life)』을 만들고 있는데 『생물대백과사전』에 기록된 생물종수가 현재까지 75만종이 넘는다고 한다.

 

'생물대백과사전(EoL, Encyclopedia of Life)'은 모든 책, 논문, 웹사이트 등 각종 데이터베이스에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한데 모아 통합적인 목록을 작성하는 방대한 계획이다.

'생물대백과사전' 컨소시엄 관계자는 "지구상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생물종을 모두 190만종"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같은  '생물대백과사전' 컨소시엄 활동을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 비유하고 있다.

성경 속 인물인 노아는 대홍수가 날 것을 미리 알고 커다란 배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동물을 한 쌍씩 실어 보호해 '생물다양성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아의 방주'와 비견되는 '생물대백과사전' 작성에는 전 세계에 있는 180여개에 달하는 협력기관에서 사진, 동영상, 과학정보 등을 제공받고 있다.

'생물대백과사전'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과학자와 일반인에 의해 발견된 생물종 모두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구상에는 조사되지 않은 더 많은 생물종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모두 몇 만종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생물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은 모두 870만종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기록종만을 토대로 계산한 수치이기 때문에 미기록종을 합치면 실제 생물종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생물학자들의 예측대로 "지구상에는 미기록종 상태인 생물들이 지금도 많이 존재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2010년 이후 한라산에서 발견돼 미기록종으로 발표됐던 영주제비란도 이에 속하는 식물이다.

다양한 생물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생물 분류법'이다.

'생물 분류법'은 생물들을 [종-속-과-목-강-문-계]의 단계로 분류를 하고 있다.

제일 하위그룹은 '종(species)이고 종을 속(genus), 과(family)'식으로 분류를 하여 상위그룹으로 갈수록 숫자가 줄어들어 전체가 피라미드 모양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식물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작성된 자료집으로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이 있다.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책으로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은 조선에 자생하는 식물에 대하여 향명(국명)을 부여하고 식물명을 우리말로 정리한 식물 목록집이다.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1,944종의 식물명을 우리말로 정리했는데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을 만들기 위해서 설립된 단체가 '조선박물연구회(朝鮮博物硏究會)'이다.

조선박물연구회(朝鮮博物硏究會)에서는 식물종의 구분을 위해 우리말 식물명을 검토하고 우리나라 식물의 표준 이름을 정하여 발간한 향명집으로 식물분류학적 체제에 의해 우리의 전통적 식물명을 우리나라 학자들이 정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분류학에 의한 식물목록집이다.

조선박물연구회(朝鮮博物硏究會)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동식물에 관한 연구를 위해 설립된 학술단체로 1945년 광복 후에는 한국생물학회로 이름을 바뀌었고 다시 식물학회와 동물학회로 나누어져 한국생물과학협회로 발전한 단체이다.

 

이 단체는 이덕봉(李德鳳), 정태현(鄭台鉉), 박만규(朴萬圭), 장형두(張亨斗), 석주명(石宙明) 등 박물교원(생물학 교사)과 동식물학 전공자들이 회원으로 하여 조직되었는데 회원들은 우리말로 통일된 식물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식물이름붙이기 연구에 착수하여 2년 만에 2,000여 종의 식물이름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여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을 펴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식물을 현대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배열하고 또 우리나라 식물의 표준명을 정한 최초의 일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상당수의 식물명은 이 책에 정리된 내용을 따르고 있으며 이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식물명 목록집'으로 『조선식물명집-초본편, 목본편』(1949)이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전통적 식물명을 살리고자 한 민족적 자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붙여지는 식물의 이름을 고찰해보면 그 지역에서 살아 온 사람들의 삶이나 식물의 생태, 그리고 식물과 사람과의 맺어온 관계 등 역사를 담아서 식물의 이름으로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영주제비란이란 이름은 발표를 한 영주제비란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영주제비란이라는 이름은 제주의 옛 지명인 영주(瀛洲)를 사용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선이 산다고 하여 삼신산(三神山)이라고 부르는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에는 불로초(不老草)가 자라서 그것을 먹으면 영생 불사(不死)한다는 내용이 조선시대 지봉유설(芝峰類說)이나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기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삼신산(三神山)은 금강산(金剛山), 지리산(智異山), 한라산(漢拏山)을 말한다.

한라산(漢拏山)이 옛 이름은 영주산(瀛洲山)으로 지금은 이 이름을 쓰이지 않지만 학술적으로는 영주(瀛洲)라는 이름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제주를 옛날에는 탐라(耽羅)라고도 불리던 때가 있었고 영주(瀛洲)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최근에 발견된 제주의 특산식물의 이름에 제주(濟州), 탐라(耽羅), 영주(瀛洲)를 사용하여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제주(濟州), 탐라(耽羅), 영주(瀛洲)라고 불리는 식물들은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토종식물(土種植物, native plant)이거나 제주 특산식물(特産植物, endemic plants)들이다.

토종식물(土種植物)은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이라고도 하는데 본디부터 그곳에서 자라는 원생종(原生種) 식물을 가리키며 특정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식물이나 오랫동안 그곳에 존재하는 식물을 말한다.

특산식물(特産植物)이란 특정지역에만 분포하는 식물로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전파가 안 되고 이동력이 약한 식물을 말한다.

참고로 제주(濟州), 탐라(耽羅), 영주(瀛洲)라는 말이 들어간 식물들을 조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주(濟州)라는 말이 들어간 식물에는 제주고사리삼, 제주골무꽃, 제주달구지풀, 제주무엽란, 제주물봉선, 제주방울란, 제주산버들, 제주상사화, 제주양지꽃, 제주장딸기, 제주조릿대, 제주지네고사리, 제주진득찰, 제주피막이, 제주황기 등이 있다.

탐라(耽羅)라는 말이 식물이름으로 쓰인 경우는 탐라까치수염, 탐라난, 탐라별고사리, 탐라사다리고사리, 탐라산수국, 탐라풀, 탐라현호색 등이 있다.

영주(瀛洲)라는 말이 식물이름으로 쓴 경우는 영주치자, 영주풀, 영주제비란 등이 있다.

 

최근에 발견된 식물에는 식물이 처음 발견된 장소를 특정 지어 식물의 이름으로 정해진 식물 이름들이 있다.

지역명의 들어 간 식물에는 광릉갈퀴, 광릉요강꽃, 광릉족제비고사리, 금강봄맞이, 금강애기나리, 금강제비꽃, 금강초롱꽃, 금오족도리풀, 동강할미꽃, 내장금란초, 단양쑥부쟁이, 동강고랭이, 동강제비꽃, 목포용둥글레, 백양더부살이, 서울족도리풀, 속리기린초, 수원잔대, 울릉국화, 울릉산마늘, 울릉연화바위솔, 울릉장구채, 울릉도깨비바늘, 울산도깨비바늘, 장백제비꽃, 정선바위솔, 정선황기, 태백기린초, 태백바람꽃, 변산바람꽃, 태백제비꽃, 포천구절초, 포천바위솔, 풍도대극, 풍도둥글레, 풍도바람꽃, 한계령풀, 홍도까치수염, 홍도원추리, 흑산도깨비바늘, 전주물꼬리풀, 부산꼬리풀 등이 있다,

영주제비란은 난초과 제비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로 제주에서 발견된 난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주제비란은 부엽토가 많고 볕이 들지 않은 숲속 음지에서 자라고 꽃은 6월경에 잎겨드랑이에서 리본처럼 생긴 흰색 꽃이 1개에서 5개정도 피는데 꽃받침에는 녹색 맥(脈) 있으며 잎은 댓잎처럼 길쭉한 달걀모양인데 끝이 뾰쪽하고 5개에서 10개 정도 띄엄띄엄 어긋나게 나온다.

줄기는 가지를 치지 않고 길고 곧게 자라고 잎과 같은 녹색이며 상태가 좋을 때는 10cm정도까지 자란다.

영주제비란은 미기록종(未記錄種)인 상태로 세간에 알려지고 있었으나 발견된지 8년이 지나서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식물인데 왜 이제까지 미기록종(未記錄種)으로 남겨두었는지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 길이 없다.

 

그런데 불행한 일이 생겼다.

지난 2012년 한국식물학회지에 영주제비란 50여개체가 한라산 모처에서 발견되었다고 발표를 했는데도 오랫동안 미기록종(未記錄種)인 상태로 방치되어 오다 최근 들어서 기록종(記錄種)이 되면서 국가식물목록에 이름이 정식으로 등재되었지만 발견당시 매스컴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견되었던 자생지에서 영주제비란들이 모두 사라졌다.

현재 영주제비란은 국가식물목록에 이름만 등재되었지 자생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전설의 식물이 되고 말았다.

왜 사라졌는지는, 안타깝지만 알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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