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꽃보다 열매가 더 곱다, 산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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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꽃보다 열매가 더 곱다, 산작약..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22.10.1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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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꽃일수록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없기에 희귀한 꽃이 된 것. 멸종위기종 2급 보호, 관리하는 식물

 

꽃보다 열매가 더 곱다, 산작약

산작약 (작약과) 미나리아재비목 작약과(科)의 여러해살이풀.

 

예쁘고 고운 야생화라 하면 바로 그 식물의 꽃을 떠올리게 됩니다. 식물은 형태와 쓰임새에 따라 여러 가지 용도로 심고 가꾸는 재배 식물이 있고, 자연에서 절로 자라는 야생식물이 있습니다.

산과 들에 절로 자라는 야생초의 아름다움은 바로 꽃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것도 바로 야생식물의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꽃보다 열매가 더 아름다운 식물도 있습니다. 이번에 영월의 발산(해발 667m) 탐사 길에서 만난 산작약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날씨 서늘한 초가을을 맞아 동강과 서강이 감싸고 흐르는 영월읍의 진산(鎭山) 발산(해발 667m)을 찾았습니다.

발산은 산의 모양이 삼각형처럼 생겨 삼각산이라고도 부릅니다. 단종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당인 영모전에서 오르기 시작하여 가파른 산을 헉헉대고 정상에 오르니 발산이라는 정상석 두 개가 서 있었습니다.

세운 주체가 서로 다른 정상(頂上) 표지석 두 개가 마주 보고 나란히 세워져 있어 멋쩍어 보였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멀리 하늘과 맞닿은 산들을 보니 산마루 선이 첩첩이 겹쳐 있었습니다.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하늘과 산의 경계선 아래에는 좌우로 동강과 서강이 감싸고도는 영월읍이 훤히 내려다보였습니다.

발산을 오르는 길섶에는 가을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여름 장마철 기간 중 잠시 뜸했던 야생의 꽃들이 초가을을 맞아 맑고 파란 하늘 아래 다투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나 봅니다. 가을이 깊어 찬 서리가 내리기 전에 봄부터 애써 키워온 꽃망울을 터뜨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퍼뜨려야 하기에 가을꽃은 결실을 서둘러야만 합니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일차적 사명은 후손의 대 이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식물은 어떻게 해서든지 벌, 나비, 개미 등을 꼬여서 우선 꽃가루받이에 성공해야만 후대를 잇는 씨앗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식물이 꽃망울을 키우고 꽃을 피우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향기를 풍기고 달콤한 꿀을 만들고 화려한 색깔의 고운 꽃을 피워야 합니다. 거의 모든 식물이 잎이나 열매보다 꽃이 현저하게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봄에 이미 꽃을 피운 식물들은 열매를 맺어 익어가는데, 뒤늦은 가을꽃들, 개미취, 투구꽃, 쑥부쟁이, 구절초 등이 서둘러 고운 꽃을 피워 내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가을꽃을 즐기며 발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에 만나기가 쉽지 않은 귀한 꽃, 백부자꽃도 만났습니다. 백부자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신나게 촬영하고 한껏 기분이 들떴습니다. 또 다른 뭐가 없는가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산길을 내려오는데 계곡 너머 먼발치에 화려한 빨간색의 꽃모습이 어른거렸습니다.

이번엔 또 무슨 꽃일까?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곧장 숲을 헤치고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것은 꽃이 아닌, 잘 익은 산작약 열매의 과피(果皮)가 활짝 벌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새빨간 꽃잎처럼 화려하게 벌어진 과피에 윤기가 번들거리는 새까만 씨앗이 흑진주처럼 알알이 박혀 있어 멀리서 화려한 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로서 산삼보다 만나기 어렵다는 산작약을, 그것도 꽃보다 더 곱다는, 잘 익어 벌어진 산작약의 열매를 만났으니 그 즐거움이 오죽하겠습니까?

산작약의 꽃도 작약꽃처럼 물론 곱습니다. 하지만 그 열매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작약과는 전혀 다르게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열매의 새빨간 과피가 벌어지고 그 안에 까만 종자가 반짝거리는 산작약의 열매 모습은 참으로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꽃쟁이들이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인데 워낙 희귀한 식물이라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하디귀한 산작약 열매를 영월의 발산에서 만났습니다.

꽃보다 열매가 더 고운 산작약

 

산작약은 높고 깊은 산지 숲속 그늘진 곳에서 자랍니다. 물론 낮은 산에도 자라지만 꽃이 아름답고 좋은 약초로 널리 알려져 보이는 대로 남채(濫採)한 탓에 높고 깊은 산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정부에서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 관리하는 식물입니다.

산작약의 높이는 50∼80cm로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겹잎으로 1∼2회 깃꼴로 갈라지며 윗부분의 것은 3개로 깊게 갈라지기도 합니다. 작은잎은 타원형, 달걀 모양으로 양면에 털이 없고,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긴 잎자루와 잎맥에 붉은빛이 돌며 꽃잎은 5~7장의 붉은색인데 작약과 달리 겹꽃이 아니고 꽃받침도 3개입니다. 꽃이 줄기 끝에 하나씩 달리며 꽃잎은 완전히 벌어지지 않고 살짝 미소 짓는 듯 반쯤만 벌어지는 독특한 모습입니다. 잎의 뒷면은 연한 녹색으로 털이 없거나 잎줄 위에만 부드러운 털이 있고, 종자는 처음에는 붉은색이지만 익으면 까만색이 됩니다.

산작약은 재배하는 작약 그리고 산에서 자라는 백작약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재배하는 작약의 꽃은 흰색, 붉은색 등 여러 품종이 있는데 꽃받침조각은 5개, 꽃잎은 10개 정도로 겹꽃이라서 산작약과 다릅니다. 또한, 야산에서 간혹 만날 수 있는 야생의 백작약은 꽃이 보다 더 크고 흰색이라서 이 또한 산작약과는 쉽게 구분이 됩니다.

산작약은 깊은 산중에서도 꽃이 아름다워 쉽게 눈에 띕니다. 설사 개화기에 산꾼이나 약초꾼의 눈길을 피해 용케 살아남았어도 가을이 되어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더욱더 강하게 눈길을 끄니 남채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약효가 뛰어나고 아름답고 고와서 점점 설 땅을 잃어가는 산작약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하여 함부로 채취하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엄한 벌칙이 있는데도 깊은 산중에서 벌어지는 일을 누가 다 감시하고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귀한 꽃일수록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없기에 희귀한 꽃이 된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하면 자기 집에 심고 가꾼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고 바로 그 식물을 죽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인데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하고 희귀한 꽃들을 함부로 채취하여 멸종위기에 내몰리게 할까?

곱고 귀한 꽃을 볼 적마다 기쁨과 동시에 행여나 남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조여야만 하니 어찌해야 할까요? 답답하기만 합니다.

(2022. 10. 13)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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