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 산지의 응달이나 습기 있는 곳에 무리지어 자생..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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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 산지의 응달이나 습기 있는 곳에 무리지어 자생..멸가지
  •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22.12.08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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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멸가지

 

제주에서 ‘멜’이라고 부르는 생선이 있다.

‘멜’은 바다에서 사는 조그마한 생선으로 ‘멸치’를 일컫는 말이다.

제주에서는 속이 좁은 사람을 ‘멜베설’이라고 하는데 ‘멜베설’은 ‘멸치의 창자’란 말로 “속이 좁은 사람을 비꼬는 말”로 사용을 한다.

“밴댕이 소갈머리”와 뜻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비속어로 멜가치(멸가치) 같은 사람이란 말도 쓰였는데 이 말의 뜻은 “속이 좁아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쓰이기도 한다.

 

시인 김승기는 “멸가치 인생”이란 시를 썼다.

 

멸가치 인생(김승기)

 

누구 하나 따뜻한 눈길 보내주지 않아도

별 가치 없는 존재, 결코 아니에요

맛깔스런 봄나물로 반짝였던 날들 맵차게 그리워도

잊혀진 옛날 전혀 슬프지 않아요

당신만이라도 꼭 기억해줘요

빛이 바래갈수록 다시 크게 쌈을 싸 봐요

널따란 생이파리 하나만으로도

데치고 무치고 볶지 않아도 나물이 되는

우리 사랑 감싸 안을 존재의 이유

여전히 충분하다는 걸, 증명해 줄 거예요

잎이 무성한 여름 지나갈 때면,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만의 색깔로 향기로 꽃필 거예요

저기 반투명 유리벽 너머 금고에 쌓아둔 지갑 속

행복한 신용카드

맑아졌다 흐려지고 흐려졌다 맑아지고,

우리 사랑놀이처럼 시소를 타고 있어요

한도 초과 않도록 어루만져줘요

그래야 가을에 열매도 예뻐져요

당신의 하얀 손수건으로 밤하늘을 닦아줘요

별 쏟아져 내리고 꽃이 돋아 올라

어두운 숲속을 팡팡 폭죽으로 터질 거예요

 

 

“멸가치 인생”은 사람들에게 천대를 받는 인생으로 누구 하나 따뜻한 눈길 보내주지 않는 인생이지만 인생 자체가 별 가치 없는 존재가 결코 아니라 멸가치 인생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할 존재라고 노래하고 있다.

식물 이름에도 멸가치라는 이름의 식물이 있다.

멸가치는 우리나라 각처의 숲속이나 습기 있는 응달에서 무리 지어 자생을 하는 들풀이다.

멸가치는 꽃과 열매가 평범하게 생겨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히 쳐다보며 지나치는 들꽃 중 하나다.

혹시 이름을 물어 오는 사람에게 ‘멸가치’라고 알려 주어도 아무런 쓸모(가치)가 없어 보이는 들풀이라서 금방 잊어버리는 들풀이다.

 

멸가치는 꽃이 진 후 방사상 열매가 맺히는데 열매 끝에 끈적이는 갈고리가 있고 방망이 같이 생긴 열매에 끈적끈적한 돌기가 있는데 이 갈고리가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붙어서 씨를 널리 퍼트린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씨앗을 퍼트리는 들풀에는 쇠무릎, 도깨비바늘, 도꼬마리, 미국가막사리, 주름조개풀 등이 있다.

사람들은 들길이나 숲길을 걸은 후 옷에 달라붙어 온 들풀의 씨앗들을 털어내려고 애를 쓰게 되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게 달라 붙어오는 들풀들의 열매들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존재로만 인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식물의 입장에서는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방법으로 고안한 최상의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멸가치.

멸가치는 국화과 멸가치속 여러해살이 풀이다.

멸가치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다른 이름으로는 개머위, 명가지, 옹취, 총취, 호로채. 야로 등으로도 불리 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히말라야, 아무르, 우수리 등에서 자생을 한다.

어린순은 나물로 사용하고 뿌리는 기침, 천식, 산후복통, 수종, 소변불통 등에 약재로 사용을 한다.

산지의 응달이나 습기가 있는 곳에 무리지어 자생한다.

꽃은 연한 붉은색으로 8-9월에 긴 꽃대에 머리모양꽃차례로 핀다.

잎은 뿌리잎은 꽃이 필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고 줄기잎은 콩팥모양으로 어긋나게 달리며 가장자리에 치아모양톱니가 있다.

줄기는 50cm 내외로 자라고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샘털이 밀생한다.

열매는 9~10월에 거꿀달걀모양인 열매가 방사상으로 배열되고 검은빛에 보랏빛이 나는 샘털이 있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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