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동해의 용이 와서 풍치를 즐겼던 연못.. 용담2동 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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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동해의 용이 와서 풍치를 즐겼던 연못.. 용담2동 용연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2.12.1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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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복이 주최한 용연선상음악회가 모태가 되어 용연야범재현축제를 하고 있다.

용담2동 용연

 

제주도 기념물 제57호(2001년 3월 7일 지정)
위치 : 제주시 용담2동 2581번지(하천 번지임)의 북쪽(용담1동 382-10번지와 용담2동 456번지의 사이) 일대

 

용담2동_용연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연(龍淵)은 용두암에서 약 200m 동쪽에 있는 한천 하류의 맑은 물이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 북쪽에서 발원하여 오등동, 오라동을 거쳐 용담동의 동한두기와 서한두기 사이의 바다와 이어지는 한천 하류이다.

한천의 윗부분은 전형적인 건천이지만 이곳은 사철 용천수가 풍부하고 만조시에는 해수가 유입되어 항상 물이 가득한 곳이다. 바다에 연해 있으면서도 담수(淡水)이다. 이곳은 주변의 상록수 숲을 배경으로 수직으로 절리된 7∼8m 높이의 절벽이 양쪽에 서 있고, 용암 파쇄대와 해식동굴이 형성되어 있다.

조선 정조 시대 濟州邑誌(제주읍지)에 의하면 용연 주변에 형성된 마을이름을 大獨浦里(대독포리=한두깃개ᄆᆞ을)라고 하였다. 大獨浦里는 한두기의 이두식 표기이다. 한두기는 용담동의 발상지이며 한내(천)의 머리란 뜻이다.


용연이란 예로부터 동해의 용이 와서 풍치를 즐겼다고 해서 용이 놀던 연못이란 뜻으로 이름 지어진 곳이다. 또는 용궁의 사자들이 백록담으로 통하는 길이었다고도 한다. 용추(龍湫), 용소(龍沼)라고도 한다. 용추의 湫는 연못이나 깊은 물을 뜻하는 글자이므로 용연이나 용소와 뜻이 같다.


바다쪽은 '용수' 해안가라 부르고 윗쪽 민물이 내려오는 곳은 때 '암수'라고 불렀던 곳이다. 용수는 용두암이 있기에 그리 이름이 붙었고 암수는 아마 커다란 바위 사이에 위치하기에 그리 불리었을 것이다. 용수와 암수가 만나는 곳은 '용연'이라 불린다.


용연에 관한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530년의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이다. 가뭄이 들면 마르고, 비가 내려 물이 흘러 웅덩이에 이르면 넘쳐흘러 그 깊이를 알지 못하며,(가뭄이 들면 마르는데 그 깊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논리상 모순이지만 수심이 깊다는 것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임)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도한다고 했다.


또한 물이 맑고 짙푸르러 취병담(翠屛潭)이라 부르기도 한다. 용연 좌우에 암석들이 백옥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주변 수목이 울창해 그 초록빛이 석벽과 함께 물에 비치면 마리 푸른 유리 같다고 해서 1577년 임제가 남명소승에서 처음 썼다고 하는가 하면, 용연의 물이 맑고 푸르며 그 안은 아늑해서 어부들이 배를 감추어 바람을 피하는 곳으로 취병담이라 한다(이는 1602년의 김상헌의 「남사록」에서도 거의 동일하다)고 하였으므로 임제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앞서 그렇게 불려 왔음을 기록한 것이므로 취병담이라는 어원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사전적 의미의 취병이란 꽃나무의 가지를 이리저리 휘어서 문이나 병풍 모양으로 만든 물건을 뜻한다.


1653년 이원진은 「탐라지」에서 용연의 수심은 밑이 없다고 했고
1681년 이증은 「남사일록」을 통해 끝이 없을 만큼 깊다고 서술하고 있다.


1696년 제주목사였던 이익태의 「지영록」에서는 취병담을 설명하면서 포구와 바다 사이는 하나의 띠를 이룬 사장으로 조수가 통하기도 하고 막히기도 한다고 했다.


조선시대 제주에 온 목사들은 음력 7월 기망(旣望)일에 달빛이 교교하게 비추면 용연에 배를 띄우고 주연을 열어 풍류를 즐기곤 했다. 기망이란 음력으로 매달 16일을 말한다.

송나라 때 소동파가 임술(1082)년 7월 16일 즉 기망일에 유배지인 후베이성(湖北省) 황저우(黃州)의 창장(長江=양쯔강)에 배를 띄워 적벽에서 선유하면서 적벽부(赤壁賦)라는 글을 지었던 고사가 있다. 7월 기망일에 뱃놀이를 하는 것은 이 고사에 따른 것이다.


이형상(李衡祥)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도 「병담범주(屛潭泛舟)」라는 제목으로 용연에서 뱃놀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와 같은 밤 뱃놀이 풍광이 용연야범(龍淵夜帆)이라 해서 영주12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영주12경은 1954년 담수계의 『증보탐라지』에 언급되어 있다.


현대에는 1999년 동굴소리연구회의 대표인 현행복이 주최한 용연선상음악회가 모태가 되어 용연야범재현축제를 하고 있다. 용연야범의 풍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제주의 전통 배인 테우를 타고 국악과 춤, 가곡 등 동양 음악과 서양 음악을 공연한다.

행사는 이틀에 걸쳐 개최되는데, 용연야범재현축제 전일에는 전통 기예로 한시백일장, 시조경창대회, 전통활쏘기대회, 휘호대회 등이 진행되고, 용연야범재현축제 당일에는 테우 위에서 용연선상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용연에는 다른 명승지와 마찬가지로 목사, 판관, 유배인들이 풍류를 즐기는 가운데 바위나 절벽에 유람의 흔적을 남긴 기념비적인 마애명들이 전해지고 있다.


동한두기와 서한두기를 잇는 용연줄다리가 1967년에 설치되었다가 낡고 위험하여 1987년 철거되었다. 옛날 다리를 건널 땐 흔들거림이 심해서 겁 많은 사람은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2005년 새로운 용연 구름다리를 견고하게 설치하였다. 제주올레길 17코스가 이 다리를 통과한다.


옛날부터 용연에는 비를 몰아다주는 용이 살고 있어 가뭄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몇 백 년 전 어느 해인가 큰 가뭄이 들어 제주백성이 다 굶어죽게 생긴 적이 있었다. 목사가 몇 번이나 기우제를 지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그때 무근성에 유명한 고씨 심방(고대정)이 살고 있었는데, 주막에 앉았다가 지나가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올 텐데….”
그 말이 목사의 귀에 들어갔다. 목사는 당장 고씨 심방을 불렀다.


“네가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했다는데 사실이냐?”
“예,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곧 기우제를 지내 비가 오도록 해라. 만일 비가 오지 않으면 너는 목숨을 내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고씨 심방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다. 워낙에 큰 가뭄인데다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니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고씨 심방은 이레 동안 목욕재계해서 몸 정성을 하고, 짚으로 쉰다섯 자 용을 만들었다.

용연 바로 옆 당밭에 제단을 꾸며 당클(굿할 때 집안의 중심이 되는 마루 상단에 높게 차리는 신의 자리)을 세우고 용의 꼬리는 용연 물에 담그고 머리는 제단 위에 걸쳐 놓고 굿을 하기 시작했다.

굿은 이레 동안 계속되었다. 고씨 심방은 연물소리에 맞추어 천상천하 모든 신들을 청해 들이고 사방으로 큰 절을 올리면서 단비를 내려 주도록 빌고 또 빌었다.

“명천 같은 하늘님아, 제주 절도에 칠년대한(七年大旱)을 만나 백성들이 물 그리워 죽어가고 밥 그리워 죽어갑니다, 하늘님아 용신님아, 이 굿을 받고 제발 단비를 내려 주옵소서….”

이레 동안의 굿을 마치고 모든 신들을 돌려보내게 되어도 하늘은 맑디맑아 비를 내려줄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씨 심방은 눈물을 흘리며 신들을 돌려보냈다.

“모든 신들은 상을 받고 고이 돌아가건만, 오늘 비를 내려주시지 않으면 이내 몸은 관청 마당에 가서 목을 베이어 죽게 됩니다. 하늘님아, 어찌 이리 무심하십니까?”

바로 그때였다. 동쪽 사라봉 위로 주먹만 한 검은 구름이 보이나 했더니 삽시간에 하늘을 덮고 억수같은 비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고씨 심방과 함께 굿을 하던 심방들이 일제히 환성을 올렸다. 짚으로 만든 용을 어깨에 메고 비를 맞아가며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안의 백성들이 모두 나와 용을 같이 메고 풍악 소리에 덩실덩실 춤을 췄다. 심방 일행이 관청마당에 들어서니 목사, 이방, 형방 등 모든 관속들이 나와 용에게 절을 네 번 올리고 백성들과 더불어 놀며 기뻐했다. 그 뒤로부터 가뭄이 오면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게 됐다고 한다.
《작성 150323, 보완 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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