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봄을 알리는 황금 뿔꽃, 뿔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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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봄을 알리는 황금 뿔꽃, 뿔남천..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23.03.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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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가시가 있지만, 날씨 차갑고 꽃이 귀한 이른 봄에 밝고 환한 꽃

봄을 알리는 황금 뿔꽃, 뿔남천

뿔남천 매자나무과, 일명(一名) 대만남천죽

 

길고 지루한 겨울이 지나고 남녘의 곳곳에서 들려오는 봄소식이 마냥 즐겁습니다. 복수초꽃이 피고 매화꽃이 피었다는 꽃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하다가 겨우내 꽃과 눈맞춤 못한 동호인 몇 명이 남녘 끝 완도 섬까지 봄맞이 출사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무슨 엄청난 큰일이나 있는 것처럼 꼭두새벽에 SRT 수서역 새벽차를 타려고 집 근처 전철역에 들어섰더니 역에 승객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평상시 낮 시간대에는 항시 북적대던 역인데 이른 새벽이라서인지 전철이 도착할 때까지 승객이 아무도 없어 혼자서 달랑 전철을 타는 진귀한 경험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전철 안에는 제법 많은 승객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피곤한 기색에 눈을 감은 채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듯했습니다. 휴일도 아닌 평일의 이른 새벽에 일터로 가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배낭을 메고 한가롭게 봄맞이 떠나는 모습이 약간 멋쩍기도 했습니다.

수서역에서 이른 새벽에 고속전철을 타고 남쪽으로 떠나는 길은 아득한 꿈길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설레는 기분이었습니다. 피곤함에 전 듯한 새벽 출근길의 시내 지하철 승객과 달리 장거리 고속전철 승객은 일상 출근이 아닌 여행길이 대부분이라서인지 표정부터가 달랐습니다.

뭔가 들뜨고 기대에 찬, 설레는 모습들이었습니다. 남녘 땅 호남 지방에 들어서니 차가운 새벽 공기는 사라지고 차창에 스치는 산과 들판의 풍경이 봄빛에 어린 듯 포근하고 따뜻해 보였습니다.

고속전철을 타고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내린 곳은 전남 나주역입니다. 서울에서 나주까지 두 시간 만에 오다니 참으로 빠른 세상임을 실감합니다. 이토록 빠른 세상에 맞춰 빠르게 살아가려니 현대인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할까?

요즈음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용하기도 하고 한편 어렵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주역에 내려서 미리 약속한 이 지역 꽃 친구와 합류하여 승용차로 완도수목원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조금 넘은 아침 시간이었습니다.

완도수목원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난대수목원입니다. 1991년 4월에 개장하여 이제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난대 희귀수목의 생태 분류학적 연구, 증식, 관리 등과 함께 국내외 수종의 조화로운 전시 등을 하는 곳으로 전라남도 산림환경연구소에서 관할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온실 안의 볼거리도 많지만 야지(野地)에서 난대 상록활엽수와 희귀식물의 자생지를 직접 볼 수 있어 식물연구인과 애호가가 자주 찾는 곳입니다.

수목원에는 후박나무,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자라고 있어 겨울답지 않았으며 콧속으로 빨려오는 공기의 질감이 서울에서 집을 나설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다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겨울이 하도 가물어서인지 동백도 매화도 풍성하고 생기에 찬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야지(野地)에서 자라는 마취목을 만났고 꽃이 흐드러지게 핀 뿔남천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쌀쌀한 이른 봄날에 주변이 환해 보일 정도로 풍성한 꽃대를 뽑아 올려 꽃에 눈이 고픈 행객의 시선을 강탈하는 뿔남천의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한겨울에 화사한 봄 분위기를 자아내는 뿔남천꽃 무리

 

푸르고 두꺼운 잎에 활력이 넘쳐나 보이는 뿔남천이 햇병아리 솜털 같은 연노랑 꽃을 풍성하게 매달아 봄빛을 가득 담은 꽃대를 활짝 뽑아 올렸습니다. 푸른 잎에 붙어 있는 가시가 날카롭기는 하지만 푸른 잎이나 꽃 색깔이 은은하게 주변에 봄빛을 흩뿌리는 듯이 따사롭고 정겨웠습니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 추위를 이겨내고 따스한 봄빛을 가득 담은 노란 꽃을 피운 뿔남천이 얼어붙은 마음마저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따뜻한 새봄, 새날을 열어주는 꽃처럼 보입니다.

뿔남천의 원산지는 중국, 타이완이라고 합니다. 대만남천죽이라고도 합니다. 잎은 어긋나지만 가지 끝에 모여 달리고 1회 깃꼴겹잎입니다. 작은 잎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딱딱하고 가장자리에 바늘같이 뾰족한 톱니가 있습니다. 잎 표면은 녹색으로 윤기가 있고 겨울에는 홍색 빛을 띤 갈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름은 위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꽃의 모양이 뿔처럼 보여서 붙인 것이라고도 하고, 잎에 난 가시 같은 톱니가 뿔처럼 날카로운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육질의 넓은 잎이 아까시나무 잎처럼 깃꼴겹잎으로 붙어, 꽃이 없을 때는 섬뜩해 보이기도 하지만 햇병아리 솜털 같은 연노랑 꽃을 가득 피워올리니 가시의 날카로움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뿔남천은 꽃이 귀한 이른 봄, 풍성한 꽃대를 올리는 상록관목입니다.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의 노란색 꽃이 총상꽃차례에 달리며 키도 1~3m의 관목이라서 조경수나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합니다.

뿔남천은 우리 주변의 조경수나 울타리용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남천과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생김새는 아주 다릅니다. 둘 다 상록의 관목이지만 잎과 꽃차례, 열매의 모양이 매우 다릅니다. 뿔남천 열매는 장과(漿果)로서 둥글고 가을이 아닌, 봄과 여름에 자줏빛을 띤 검은색으로 익으며 겉에 분 같은 하얀 가루가 있습니다.

윤기 나는 푸른 잎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지만, 날씨 차갑고 꽃이 귀한 이른 봄에 밝고 환한 꽃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녹여주는 뿔남천입니다. 삭막하고 매정한 우리 삶 속에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와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서로 간에 날 선 감정도 녹아내려 봄날처럼 환하고 따스한 정이 오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쌀쌀한 이른 봄, 뿔남천의 노란 꽃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2023. 이른 봄 완도수목원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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