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마지막 남은 제주도민들의 들불축제, 오름불놓기가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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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마지막 남은 제주도민들의 들불축제, 오름불놓기가 전부는 아니다
  • 고현준
  • 승인 2023.03.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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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불놓기보다 더 큰 의미..제주도민을 하나로 묶는 환골탈태한 축제 만들어야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높은 제주들블축제가 막을 내렸다.

비록 새별오름에 불은 놓지 못했지만 도민들의 뜨거운 열정만은 들불 못지 않게 뜨거웠다.

사실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제주들불축제의 의미는, 도민들이나 관광객들의 열정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축제다.

지난 6-70년대 변변한 볼거리조차 없던 시절, 당시 한라문화제는 도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제주도의 대축제였다.

한라문화제가 열리는 날은 행사가 열리는 동문시장과 부두까지의 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볼거리도 다양했지만 분장을 하고 나선 각 부락 주민들의 모습이 너무나 정겨웠다는 추억이 남아 있다.

또 하나의 축제는 전도 도민체육대회였다.

한라문화제가 주민들의 밀접한 생활과 함께 하는 생활문화제였다면 도민체육대회는 마을마다 또는 학교마다 승부를 가려야 하는 전도민 운동회였다.

도민을 하나로 묶고 함께 숨쉬는 도민들을 위한 축제였다.

선수로 나가는 사람과 응원으로 목이 터져라 외치던 그 모습도 생생한 우리들 역사속 추억이다.

당시 도내에는 신문사가 제주신문(현 제주일보) 밖에 없었는데..

당시 백호기축구대회나 역전마라톤도 제주도민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일환이었다.

이처럼 제주도민을 하나로 묶고 함께 축제를 즐겼던 그런 옛모습이 퇴색되고 사라져 가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한라문화제는 탐라문화제로 명칭이 바뀌면서 민간으로 넘어간 후 예전만큼의 호응을 얻지는 못하는 것 같다.

도민체육대회도 지금은 볼거리가 많아져 예전같은 열정이 넘쳐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남아있는 제주들불축제가 유일한 제주도민의 축제가 됐다.

이번 들불축제기간 중 오름불놓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면 새둥지가 그 안에 있었고, 왜 기후변화 시대에 불을 놓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 지적을 했다.

본지에도 불놓기에 반대하는 많은 항의 요청이 있었다.

사실 마지막 남은 제주도민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기가 싫어 이에 대한 보도를 하루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도민들은 불놓기가 취소되자 반반의 의견으로 나뉘었다. 잘했다는 측과 너무나 아쉽다는 분위기가 그것이었다.

오름불놓기는 큰 볼거리이긴 하지만 산불 등 위험한 도박같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심사숙고할 일인 것 만은 틀림이 없다.

앞으로의 들불축제는 마을별로 많은 예산을 주어 한 해의 풍성한 시작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마을이 하나로 뭉치고 도민들을 하나로 묶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름불놓기는 그만 두더라도 달집태우기 등으로 불놓기는 대폭 축소하되, 도민들의 축제로 만들어 관광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환골탈태한 들불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주들블축제는 이제, 제주도에 마지막으로 남은 도민들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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