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척박한 바닷가 모래밭, 질긴 생명 유지하던 갯방풍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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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척박한 바닷가 모래밭, 질긴 생명 유지하던 갯방풍이 사라진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3.04.03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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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방풍은 바닷가 모래위, 갯기름나물은 바닷가 바위틈에서 자라지만 무작정 채취, 자생지 황폐화 시켜

 

못 먹고 헐벗었던 가난의 시대가 지난 지 얼마 안 지났는데.. 그런 시대가 원시시대에서나 있었던 일처럼 사람들은 까맣게 잊었는지 아니면 망각을 해 버렸는지, 지금 우리 사회는 먹거리가 넘쳐나고 비만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1세기 우리들은 고급지고 맛있는 걸 골라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정도로 잘 먹는 일에 혈안이 되고 있다.

TV를 켜면 대부분 채널들이 먹는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SNS나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누가, 언제, 어디서, 뭘 먹었는지를 자랑하며 남긴 인증하는 사진들이 넘쳐나고 맛집을 소개하는 게시물들도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먹는 것’을 기록하고 맛이 있고 특색있는 음식을 ‘먹는 장소’를 알려고 노력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수탈과 모진 압박, 고난으로 점철하던 때 사람들은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생명줄을 연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일이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고 6.25전쟁으로 굶기를 밥 먹듯 했던 배고픔의 시절인 보릿고개가 지난 지도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았다.

그런 시절을 얼마 지나지도 않은 사이에 우리 사회는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모두 바꾸어 뒤죽박죽 만들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인지도 분간하기 조차 힘든 시대가 되었다.

 

가수 진성이 ‘보릿고개’라는 노래를 불러 우리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진성이 부른 ‘보릿고개’라는 노래가 MZ세대들에겐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진성이 부른 ‘보릿고개’ 가사를 속으로 음미해 본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아야 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통곡이었소.”

 

조선시대에 맛 품평서를 쓴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맛 품평서를 쓴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다.

그는 한글 소설 뿐 아니라 음식 품평서도 최초로 썼다.

그는 지금으로 치면 조선의 음식 칼럼니스트였던 셈이다.

허균은 조선판 미슐랭 가이드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을 썼다.

조선시대에는 허균이 당대의 최고의 미식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은 유교를 숭상하던 시대임으로 허균의 사상은 조선시대 사상과 어울리지 않은 사상이었다.

이런 사상을 가지고 삶을 살았기 때문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해 말로(末路)가 처참했던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소개한 가이드북인 도문대작(屠門大嚼)은 어떻게 쓰였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도문대작(屠門大嚼)이란 말을 직역(直譯)하면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쩝쩝 다신다.’는 뜻으로 “도살장 문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 이빨 부딫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씹으면서 고기 먹고 싶은 생각을 달랜다.”는 뜻으로 흉내만 내고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기도 하다.

허균은 조정의 미움을 사 1611년 전라도 지방으로 유배를 갔는데 유배지에서는 보잘 것 없는 음식만 먹게 되자 전에 먹었던 좋은 음식들을 생각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기록물이 도문대작이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이 음식을 탐하고 맛 집이나 맛있는 음식에 대해 집착을 하는 일은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일인데도 허균이 남긴 도문대작으로 조선시대의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중요한 자료들이 현세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가 왜 이 책을 썼는지를 알게 되면 그가 왜 책이름에 이런 제목을 달았는지를 유추해 볼 수가 있다.

그는 “우리 집은 가난하기는 했지만 선친이 생존해 계실 적에는 사방에서 나는 별미를 예물로 바치는 자가 많아서 어릴 때에는 온갖 진귀한 음식을 고루 먹을 수 있었다. 커서는 잘사는 집에 장가를 들어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다 맛볼 수 있었다.”고 허균은 도문대작 서문에 이렇게 썼다.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실린 음식 종류는 무려 170여 가지이다.

음식재료를 산지별로 기록하였고 일부 음식은 만드는 과정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실린 음식들은 허균이 직접 맛본 음식들이라고 하니 그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하나하나 기억하고 기록한 음식재료나 음식의 맛을 제대로 분별했던 음식이나 식재료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책은 먹을 것 하나 변변치 않은 유배지에서 썼다고 한다.

그는 우울한 유배지에서 음식 품평서를 쓸 정도로 유배지에서도 필을 놓지 않은 사람이다.

허균은 나이 마흔 셋에 조카와 조카사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과거에 합격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유배를 가게 되었다.

허균은 당시의 함열지방(지금의 전라북도 익산지방)에 유배를 갔는데 유배를 보내기 전에 그는 “유배를 함열지방으로 보내달라고 간청을 했다.”고 한다.

함열지방은 바닷가에 있는 지역으로 이곳에는 허균이 좋아하는 방어와 준치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허균은 이곳 유배지에서 방어와 준치를 실컷 먹을 생각을 하며 유배지로 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곳은 허균이 생각과는 정 반대로 허균이 그곳에 먹은 음식들은 상한 생선과 감자, 돌미나리뿐이었다고 한다.

허균은 다른 사람들보다 음식을 좋아했는데 유배지에서는 굶기를 밥 먹듯이 하게 되자 배고픔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허균은 그 동안 자신이 먹었던 온갖 산해진미들이 생각났다고 한다.

그래서 허균은 “먹고 싶은 음식들이 생각날 때마다 하나하나 기록해보자”라는 생각에서 글을 썼는데 이 글이 모여서 “도문대작”이 되었다.

그는 음식에 대해서 기록을 했지만 실제로는 먹을 수가 없으니 이는 푸줏간 앞에서 입맛만 쩝쩝 다시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습과 유배를 와있는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고 생각을 했다.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맨 처음에 소개된 음식이 방풍죽이다.

방풍죽은 당시에도 이름이 생소한 죽이다.

“강릉에는 방풍이 많이 나는데 이른 봄에 나는 방풍 새싹으로 죽을 쑤어 먹으면 달콤한 향이 삼일 동안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허균은 임진왜란 때 외가인 강릉으로 피난을 왔다.

당시 만삭이었던 아내는 아이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고 며칠 뒤 갓난아이마저 젖을 먹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자식과 아내를 한 번에 잃은 허균의 마음이 위로를 받았던 음식이 방풍죽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힘든 유배지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음식이 방풍죽이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아프고 힘들 때마다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허균이 사랑한 첫 음식 방풍죽..

방풍은 방풍과에 속하는 식물인데 바닷가에서 자란다고 하여 다른이름으로는 해방풍이라고 불리운다.

방풍 중 한 종류인 갯방풍은 바닷가 모래에서 자라는 야생식물이다.

 

방풍이 풍(風)을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소득작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릉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강릉에는 갯방풍 종묘 100만주를 50여 농가에 분양하여 노지 재배와 비가림하우스 재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강릉시농업기술센터는 강릉 바닷가 모래사장에 자생하는 갯방풍이 해안 개발과 주변 환경변화로 인해 자생지가 훼손되는 등 위기 상황에 봉착함에 따라 자생지를 복원하고 소득 작목화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채종포와 시험포를 조성하여 비가림하우스 등의 재배기술을 개발해왔다고 한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강원도에서는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도 방풍재배가 가능해져 농가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강릉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방풍을 연중 생산이 가능하도록 시험과 연구를 강화하고 재배면적을 확대해 강릉의 특화작목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슬로푸드협회는 1996년부터 ‘맛의 방주’(Ark of Taste)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이 협회는 세계 곳곳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식재료나 음식을 찾아내 리스트를 작성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생물다양성을 살리자는 목표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제주푸른콩장, 앉은뱅이밀, 연산오계 등을 처음으로 맛의 방주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 국제슬로푸드협회는 갯방풍이 맛의 방주 리스트에 새롭게 등재되었다고 발표했다.

슬로푸드 한국협회도 국내에서 100번째로 맛의 방주에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자생하는 ‘갯방풍’(해방풍)을 선정하고 국내 100번째 맛의 방주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갯방풍은 우리나라 전역의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생을 하는 야생식물이다.

사람들은 방풍이라는 말 때문에 갯방풍(해방풍)과 식방풍(갯기름나름)을 헷갈릴 때가 많은데 식방풍은 보통 땅 위로 60~100㎝정도로 자라는데 갯방풍은 바람이 강한 해안 모래에서 자라므로 키가 20㎝ 정도 자라고 그 대신에 땅 밑으로 뿌리는 1m까지 깊게 뻗는 게 특징이다.

허균이 할머니가 끓여주어 즐겨 먹었다는 방풍죽은 갯방풍 보다는 식방풍으로 끓인 죽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방에서는 갯방풍의 뿌리를 한약재로 활용하고 있다.

갯방풍은 고혈압, 뇌졸중, 해열, 진통, 신경통을 다스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한약재이다.

이제는 갯방풍이 한약재로도 사용되지만 음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에 열린 맛의 방주 등재 기념식 참석한 사람들에게 제공된 도시락이 갯방풍을 이용한 레시피로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갯방풍이나 식방풍은 잎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씹으면 식감이 단단하고 질기다는 인상을 받으면서도 진한 향이 입안에 금세 퍼진다고 한다.

살짝 쓴맛도 있지만 계속 씹다보면 단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갯방풍을 맛본 사람들은 “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면서 갯방풍이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갯방풍을 ‘국외반출승인 대상생물자원’으로 환경부가 지정했다.

외국으로 갯방풍의 식물체나 씨앗 등을 가져가려면 환경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식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갯방풍은 보호 가치가 높은 야생식물이라는 걸 환경부에서 증명을 해 준 셈이다.

 

갯방풍은 한때 우리나라 전국의 해안가에서 흔하게 자생을 하던 야생식물이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해안가에 조성한 관광시설이나 도시건설, 해안도로 개설, 방파제 조성, 갯벌개간 등으로 서식지를 빼앗겼다.

거기에다 갯방풍이 몸에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앞 다투어 마구잡이로 채취를 하면서 갯방풍이 설 땅을 잃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미나리과 식물인 방풍은 방풍속과 기름나물속으로 나뉜다.

방풍속에는 가는잎방풍, 갯방풍, 돌방풍, 두메방풍, 방풍, 왜방풍이 있다.

기름나물속에는 가는기름나물, 갈기기름나물, 갯기름나물, 덕우기름나물, 동강기름나물, 두메기름나물, 미로기름나물, 뱅운기름나물, 산기름나물, 섬기름나물, 털기름나물이 있다.

이중에서 방풍속에 속하는 갯방풍과 기름나물속에 속하는 갯기름나물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야생식물이다.

사람들은 갯방풍과 갯기름나물을 같은 식물로 알고 있다.

갯방풍을 채취하러 가서 갯기름나물을 채취한다거나 반대로 갯기름나물을 채취하러가서 갯방풍을 채취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제주의 바닷가에 그 많던 갯방풍과 갯기름나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갯기름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은 잎을 채취하므로 다음해가 되면 잎이 다시 나오고 꽃이 피지만 갯방풍이라고 생각하여 채취를 할 경우에는 뿌리째 채취를 하게 되는데 이를 구분치 않고 채취를 하다 보니 갯방풍이나 갯기름나물들이 모두 사라지는 원인이 되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갯방풍과 갯기름나물은 자라는 곳이 다르다.

갯방풍은 바닷가 모래위에서 자라고 갯기름나물은 바닷가 바위틈에서 자란다.

갯방풍과 갯기름나물은 잎 모양이나 꽃 모양도 다르다.

 

갯방풍.

갯방풍은 키가 20㎝내외로 자라는 식물로 식물체 전체에 흰색 융털이 빽빽하게 나 있고 줄기는 짧고 잎자루가 길며 지면을 따라 퍼진다.

꽃은 흰색으로 6~7월에 꽃차례에 30개 내외의 작은 꽃들이 빽빽하게 달린다.

열매는 둥글고 긴 털로 덮여 있고 껍질은 단단하고 껍질에 능선(綾線)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식물의 특성을 살피지 않고 마구 캐므로 자생지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몇 년 전 제주도 서부지역 바닷가 모래밭에서 갯방풍을 캐는 사람들을 만났는데..그들은 갯방풍이나 갯기름나물을 보이는데로 캐어 간 후 지금은 갯방풍이나 갯기름나물을 한그루도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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