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제주 물의 원천 어리목 Y계곡.. 이끼폭포에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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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제주 물의 원천 어리목 Y계곡.. 이끼폭포에 봄이 왔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3.04.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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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특별취재팀 편성, 한라산국립공원 협조로 초봄 식물상에 대한 학술조사 겸 특별취재 진행

 

 

 

완연한 봄, 제주 물의 원천(源泉)인 광령천 어리목 Y계곡 일대의 초봄 식물상의 모습은 어떨까..

본지 특별취재팀은 한라산국립공원 출입제한구역의 출입에 대해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소장 김성남)의 협조를 받아 지난 1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본사 취재기자 3명이 취재팀을 편성, 광령천 어리목 Y계곡 일대의 식물상에 대한 학술조사를 하면서 그 주변의 생태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이날 학술조사 겸 현장취재팀은 Y계곡 일대의 식물상에 대해 목본식물류, 초본식물류, 이끼와 양치식물류로 분야로 나누어 서식 상태를 조사하고 취재했다.

봄이 만연한 제주의 4월, 긴 겨울에서 벗어난 제주 섬의 해안지대와 중산간 들판에는 온갖 봄꽃들이 피어 제주 섬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해발 1,300m 이상 고지인 광령천 어리목 Y계곡 일대는 이제야 겨울옷을 벗으면서 식물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식물들 중에는 꽃이 피어 일찍 잠에서 깬 곤충들을 유혹하는 식물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식물들은 이제야 두꺼운 겨울옷을 벋으려는 노력으로 가지마다 움을 터트리기 위한 몸부림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만난 식물들 중 개화한 식물들은 목본식물에는 제주산버들, 털진달래, 산벚나무, 산목련, 개암나무, 덧나무 등이 있었고 초본식물에는 현호색, 남산제비꽃, 낚시제비꽃, 개감수, 새끼노루귀, 선괭이눈, 호범꼬리, 산꿩의밥, 민눈양지꽃, 제주양지꽃, 양지꽃, 털제비꽃, 자주괴불주머니, 그늘별꽃, 모데미풀, 털제비꽃 등이 있었다.

이끼와 양치류 중에는 다람쥐꼬리, 구슬이끼, 뱀톱, 누운괴불이끼, 고비고사리, 돌좀고사리, 산쇠고비, 버들참빗 등이 포자를 달고 있거나 움을 트고 있음이 조사됐다.

어리목 Y계곡은 연중 물이 흐르는 개울이다.

물이 흐르는 소리는 이곳을 찾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물이 흐르는 모습은 더욱 청량감을 선사해 준다.

병풍을 펼친 것처럼 보이는 이끼절벽 계곡에 융단처럼 깔린 초록 이끼들 사이사이로 작은 물방울들..

이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작은 폭포를 만들어 쉼 없이 아래로 쏟아 내리는 모습은 제주 최고의 절경(絕景)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하다.

 

 

 

어리목 Y계곡은 제주 물의 원천이 되는 원천수들이 모인 집합소이다.

이곳에 모인 물들은 관을 타고 아래쪽에 있는 어승생 수원지로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이곳 어리목 Y계곡일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정해져 있다.

Y계곡을 중심으로 한 어리목계곡 상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므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경우에도 엄격한 허가를 받고 소수의 인원만 학술조사를 위해 출입이 허가되는 곳이다.

외부 사람들이 출입이 금지되고 있어서 제주의 어떤 지역보다 생물상들이 잘 보존되고 있는 지역이다.

한라산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어리목 계곡이 두 줄기로 나누어지는데 이 두 줄기로 나누어진 모습이 영어로 Y자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일명 Y계곡이다.

Y계곡 주변 일부는 이끼가 자라는 계곡으로 이끼주변에서 물줄기들이 쉼 없이 흐르면서 알맞은 습도가 조성되어 야생식물들이 자라는 최적의 장소가 제공되는 곳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여름철 피서장소로 어리목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어리목계곡이 제주도 상수도 발원지(發源地)가 되면서 계곡의 형태도 많이 변했다.

연중 물이 흘러내리던 계곡의 물줄기가 상수도(上水道) 사업이 시작 되면서 끊겨 물이 흐르지 않게 된 후 어리목계곡의 식생(植生)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현재는 어리목계곡 상류인 이끼폭포가 있는 Y계곡 일대에만 물이 흐르고 그 아래쪽은 더 이상 아래로 물이 흐르지 않아 어리목계곡은 상시 물이 흐르던 개천에서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으로 변했다.

식물들이 생존에 알맞은 습도(濕度)를 유지해주던 물길이 사라지면서 어리목계곡 일대 습한 곳에서 자라던 초본식물(草本植物)이나 양치식물(羊齒植物)은 물론 이끼식물들 대부분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나마 뿌리를 깊게 내려 계곡 깊은 곳에 흐르는 물을 빨아올릴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목본식물(木本植物)들만 살아남았다.

초본식물(草本植物)이나 양치식물(羊齒植物)과 이끼들이 사라진 자리 아무 곳에나 발을 뻗고 자라는 한라산에서 가장 골칫거리 제1호인 조릿대들만 어리목계곡 터줏대감처럼 이곳저곳을 모두 차지하고 있게 돼 그동안 목본식물아래 터를 잡고 살던 음지 식물들의 삶의 터전까지 빼앗아버렸다.

옛 사람들의 제주살이 중 가장 큰 문제가 물(食水)이었다.

제주지역은 비와 눈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강우량이 풍부한 지역인데도 제주는 예로부터 심각한 물 부족을 겪어 온 지역이다.

물 부족으로 인해 조상들은 용천수가 나오는 지역에 마을을 만들었고 물 허벅을 이용하여 용천수를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다.

중산간 지역 사람들은 용천수가 나오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초가지붕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받아서 식수로 사용하거나 암반지대나 진흙이 깔린 땅으로 물이 쉽게 빠지지 않는 곳에 연못이나 우물을 파서 물이 고이도록 하고 그 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제주가 물 부족이 된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제주도라는 지형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전체가 한라산이라는 단일 순상 화산체로 이루어진 섬으로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제주도의 모습을 평면도상의 형태로 보면 남북의 길이에 비해 동서의 길이가 2.4배 긴 타원에 가까운 형태인 섬으로 동서의 길이는 73km, 남북의 길이가 41km, 해안선의 길이는 253km에 총면적은 1,825km²로 우리나라 전 국토 면적의 1.8%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화산지대 지형의 특징은 비가 내리면 땅속으로 빗물이 투과하는 힘이 높아 제주에는 물이 언제나 흐르는 하천들이 없고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최다우지 임에도 지형적인 특성으로 지표수 저장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주의 마을들은 용천수가 솟아 나오는 해안지역에 설촌이 되었다.

더욱이 물이 항상 흐르는 하천이 없기 때문에 경작지에 물이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농사 대신 물 저장량이 적어도 농사가 되는 밭농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제주에서 물이 갖는 의미는 다른 지역과는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제주는 물이 매우 귀한 섬으로서 아낙들과 아이들의 일과는 매일 물허벅으로 용천수를 길어다가 집에 있는 물항아리를 채우는 일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특히 중산간 지역은 가뭄이 들면 용천수와 우물이나 연못물이 말라서 먹을 물을 구하려 몇 km 떨어진 해안지역에 가서 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기 때문에 식수를 확보하는 일로 고충이 많았다.

어리목계곡을 상수원으로 만드는 사업이 시작되면서 제주의 역사(歷史)가 바뀌는 대(大) 역사(役事)가 시작됐다.

 

 

오랫동안 제주도민들의 숙원(宿願)이었던 급수난 해결을 위해 어승생 수원지 개발이 시작되었다.

제주도의 물 부족문제가 해결된 시초는 1966년 6월 어승생 저수지 개발 사업이 시작된 후 1971년 12월 10만톤 저수용량이 어승생 저수지가 완공됨으로써 제주지역의 물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전 가정에 1990년대부터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제주의 식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고 이는 제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제주의 물 문제를 해결한 어승생 저수지의 발원지가 어디일까?

어승생 저수지의 발원은 광령천에 속한 어리목 Y계곡의 물이 제주물의 원천(源泉)이라고 할 수 있다.

어승생 상수원은 해발 1,300m지점인 어리목 Y계곡을 흐르는 물을 관을 설치하여 해발 700m에 위치한 어승생 상수원(한밝저수지)으로 흘러와 모이게 한 저수지로 이 저수지 물이 제주의 생명수로 사용되고 있다.

제주지역의 식수원의 원천이 된 광령천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흐르는 하천인가?

광령천은 한라산 서북벽에서 부터 시작하여 큰두레왓과 어리목 Y계곡을 지나 어승생악과 천아오름을 거쳐 애월읍 광령리와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에 이루고 외도포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이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제주읍지’에 광령천 상류는 '무수천(無愁川)'이라 하였고 하류는 '조공천(朝貢川)'으로 표기하고 있다.

무수천(無愁川)이란 말은 이곳 하천에 들어서면 빼어난 경관으로 사람들이 속세의 근심을 잊게 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고, 조공천(朝貢川)은 공물을 실은 배가 이 하천의 하류인 도근천 포구에서 출항했던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천의 이름이 상류와 하류가 다르게 불리다가 1936년 1월 ‘광령천’이라는 하천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제주에는 해안가에 까지 이어지는 소규모의 하천과 계곡이 모두 60여개 인데 그중에서 하류지역에서 물이 흐르는 하천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한정되어 있다.

그 중 하나가 광령천이다.

광령천 상류인 어리목 Y계곡에서 흐르던 물이 어리목계곡을 지나면서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 되었다가 하류인 도근천에 이르러 지하수가 솟아나 다시 물이 흐르는 특수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 하천이다.

2011년 제주도내 국·공립박물관인 국립제주박물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대학교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이 공동조사단을 편성하여 한라산에서 외도 포구까지 '광령천'의 모든 것을 알아내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고 2013년 공동학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자연분야 6개 과제, 인문분야 9개 과제로 나누어 광령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 “광령천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결과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때 광령천에 서식하는 식물 중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백운란과 으름난초, 솔잎란을 비롯해 관속식물 590종류가 조사 되었고 동물은 12목 101과 535종의 곤충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광령천은 지질학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하천으로 특히, 어리목 Y계곡 일대의 뛰어난 경관은 현재의 모습대로 보존되기를 기원하면서 취재활동을 마무리했다.

 

 

[취재총괄 및 총정리: 제주환경일보 학술조사 특별취재팀장 : 김평일 명예기자, 특별조사팀 :임의근(초본류생태조사)김순영(목본류생태조사)오연심(양치,이끼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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