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슈하드의‘친절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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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마슈하드의‘친절의 벽’
  • 고현수
  • 승인 2023.04.30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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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이란 북동부 산지에 위치한 도시‘마슈하드’에는 옷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담벼락에 옷을 걸어두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첫눈을 보기 위해서는 1월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12월만 되어도 매서운 추위는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아주 힘든 겨울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 노숙자들을 걱정하던 익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와 알록달록한 색으로 벽을 칠한 뒤 벽에 못을 박고 옷걸이를 걸어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필요 없는 물건은 두고 가세요. 필요한 물건은 가져가세요”라고 써 놓았는데 이 벽이 바로 마슈하드의‘친절의 벽’이다.

마슈하드 시민들은 따뜻한 옷가지들을 들고나와 친절의 벽에 걸어두며 열정적으로 호응했고, 이 훈훈한 이야기는 곧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이란의 도시에 다양한 형태로 친절의 벽이 등장하게 되었다.

옷뿐만 아니라 가방, 신발, 모자 심지어 빵집은 바구니 가득 빵을 가져다 놓았고, 길거리 한구석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버스커들은 팁을 모으는 통에 돈이 필요한 분은 가져가도 좋다는 글귀를 적어 놓기도 했다.

평소 우리가 알던 벽은 공간과 공간을 나누고, 안과 밖을 경계 짓고,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차가움이라면 친절의 벽은 특별한 예산이 없어도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무관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낭만적인 벽이라고 말하고 싶다.

친절의 벽을 생각해낸 그 시민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노숙자를 걱정하는 선한 마음이 만들어낸 나비효과가 아직도 이란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예산이 없다고 쉽게 말하고, 쉽게 포기하고, 빨리 편해지는 건 아닌지 조용히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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