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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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리고 싶다..”
  • 고현준
  • 승인 2023.05.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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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를 푸는 것처럼..김재봉 화백의 세번째 전시회에서 듣는 작업 이야기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리고 싶다.”

숲의 반짝이는 나무 그늘과 숲의 그림자, 석양을 받은 푸르른 나무의 빛나는 잎사귀와 보라색 그늘, 그리고 주황색 땅, 이것은 나를 끌어당긴다.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려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이것을 표현할 수는 있을까? 상쾌한 붓질로 시작하여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까지, 아! 자연은 표현하기가 어렵구나. 여기까지 하자.(김재봉 화백)

 

제주도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리고 싶다'는 이름으로 세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재봉 화백의 그림은 조금 특별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뭔가 복잡한 듯(?) 잘 안 보이던 그림이,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자연 모습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애써 복잡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집 주변, 잘 아는 사람 또는 해안도로가에 있는 꽃을 그리거나 나무를 그린다.

선이 많이 보이는 그의 그림은 그래서 더욱 독특하다,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했기 때문일까..

지난 15일 전시장에서 김재봉 화백을 만나 그의 독특한 그림 이야기를 들었다.

김재봉 화백은 1956년 생으로 홍익대 조소과를 83년도에 졸업한 후 교사생활을 하다 정년퇴직했고, 현재 제주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김재봉 화백과 현장에서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김재봉 화백

 

-그림이 조금 어렵다...왜 그런 느낌이 드는가..

“일반적으로 보는 사실적인 그림과는 조금 달라서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다. 사물을 바라보고 표현할 적에 외양이 아니라 사물을 구조적으로 봐서 그렇다, 전공이 조소과로 조각을 전공했다, 그래서 아마 형태를 파악하는게 보통 회화과 출신들이 하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데서 오는 그런 것 때문에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해를 더 잘하기 위해..중점적으로 보아야 하는 부분은..

“소재는 일상에서 찾는다. 예를 들면 제주해안, 가파도, 내가 지금 연동에 사는데 남녕고에 있는 나무들을 그렸다, 그 이름도 나는 남녕숲이라고 지었다. 신산공원, 집사람 동네 아주머니들 집안 화단의 꽃, 사촌동생의 꽃밭 등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내 나름대로 표현한 것인데..소재는 아주 평범한 것들이다.”

 

 

-평범한 것들을 찾는 이유가 있는지..

”일부러 찾는 건 아니다. 우리가 예술가라면 다 그렇겠지만, 자기를 끌어당기는 것, 예를 들면 모든 여자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고, 예쁜 여자만 자기 눈에 들어오는 이치와 같다. 비유를 하자면 그런 것인데, 마찬가지로 주위를 다니다 보면 깊이 인상에 남는 게 있다.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또 사진도 찍고 그 후에 집에서 그것들을 계속 바라보면서 연구도 하고 그려도 보고, 그런 것이지, 일부러 그런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아름답다고 느낄 때 그게 왜 아름다운가...가령 우리가 한라산을 바라 볼 때에 그냥 바라보는 것 하고 한번 등산하면서 체험하는 것 하고는 아주 다를 것이다. 저기 있는 얼굴 그림도 평소에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그려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흘려버렸던, 내가 매력을 느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의 원인이 거기에서 나온다. 그게 또 하나의 체험이다. 시각적인 체험도 있지만 조형적으로 추구하면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체험이 있다. “

 

 

 

-올해 개인전을 몇 번째인가..

”세번째다..“

 

-매번 개인전을 할 때마다 그림이 변하는 게 있는지..

”그리는 사람이 나니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항상 다음 작품은 첫 작품 또는 현재 하고 있는 작품의 원인이 된다.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서 미진했던 부분. 참 이런 부분을 안됐다 하는 경우에 다음 소재나 다음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마치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면서 발전해 가거나..또는 남은 과제가 있는지..

”보통 예술은 발전이라는 개념보다는 변화라는 개념을 많이 쓴다. 이를테면 알타미라동굴의 그림이나 현대 화가의 그림이나 예술적으로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예술은 발전하는 게 아니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음악이나 요즘 유행가나 형태만 변한 것이다, 음악은 다 똑 같다. 그래서 예술을 말할 때 발전이라는 말은 잘 안 쓰고 변모한다, 또는 변화한다고 한다. “

 

-남아있는 변화꺼리가 있는지..

”아까 말한 것처럼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서 새로운 작업의 씨앗이 나온다. 그것이 변화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작업은 유화작업만 하나..

”조각도 하고, 1-2회 때는 조각작폼도 전시했었다. 조각은 인체조각도 하고 추상조각 작업도 한다. “

 

-전시회를 보는 관객들이 뭘 보고 가기를 바라는가..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각 평론가가 보면 모두 다르게 느낄 것이다, 백인백색이다. 관객은 관객 나름대로 각자가 느끼는 게 전부 다를 것이다. 한 어린 학생이 와서는 작품이 예쁘다고 했다. 그런 느낌처럼 모두 다르다. 그런데, 관객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가까이에서 보니까 짧은 선만 보여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까 형상이 보인다고 했다. 그건 관객들이 일관되게 느끼고 말하는 얘기다. 그리고 묻는다. 무슨 기법이냐고..의도했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그림 그리는 습관이라고 답해 준다. 마치 지문이 사람마다 다 다르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터치다. “

 

김재봉 개인전은 지난 13일부터 시작돼 오는 18일까지 계속 된다.

 

지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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