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꼬리진달래인가 싶기도 한 가야산의 흰참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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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꼬리진달래인가 싶기도 한 가야산의 흰참꽃나무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23.06.19 07: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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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나무는 제주도의 암석 비탈 지대에서 자라며 높이 3~6m, 4~5월에 선홍색의 꽃을 피운다

 

꼬리진달래인가 싶기도 한 가야산의 흰참꽃나무

흰참꽃나무 (진달래과)

 

다투어 피어나던 화려한 봄꽃들이 지고 나서 이제는 열매가 영글어가는 계절입니다. 오디, 산딸기, 살구, 매실 등 햇과일이 선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산과 들의 야생화도 숨 고르기를 하는 듯 꽃 피움이 주춤합니다. 새롭고 귀한 꽃들을 만나려면 아무래도 깊은 산 속,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만 합니다.

꽃쟁이들의 큰 기쁨 중의 하나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꽃보다는 희귀한, 새로운 꽃을 만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자주 만나고 가까이서 살갑게 지내는 것이 마음 편하고 즐거운 일상의 낙이련만 꽃을 찾는 꽃쟁이 마음은 호기심 탓인지? 변덕스러움인지? 아무튼 가까이서 자주 만나는 꽃보다는 귀하고 만나기 어려운 꽃을 찾아갑니다.

식물원의 꽃이나 원예종 꽃은 아무리 고와도 야생화보다 관심이 덜하고 매력이 떨어짐은 무슨 까닭인지?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작고 소박하지만 오솔길 호젓한 곳이나 척박한 바위틈에 붙어 자라는 야생화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래서 꽃쟁이들은 험한 산을 마다치 않고 외딴섬, 높은 산을 오르나 봅니다.

주변의 꽃소식이 약간은 뜸한 시기라서 멀리 남부의 설악산이라 일컫는 가야산을 찾았습니다. 가야산은 한국불교의 성지인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으로 잘 알려진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찾아간 곳은 해인사가 아닌 가야산입니다.

경북의 서남단에 우뚝 솟은 명산으로 경관이 수려하여 설악산을 연상할 만큼 아름다운 산입니다. 가야산의 주봉인 해발 1,433m, 칠불봉과 상왕봉의 널따란 바윗덩이가 어우러진 풍경은 설악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에 못지않은 장관을 이룹니다. 식물 또한 설악산 못지않게 다양하여 가야산은분취, 가야산잔대, 대마참나물 등 희귀종이 자라고 있는 곳입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야산을 올라 무슨 꽃을 만날 수 있을까? 많은 기대를 하며 오른 산인데 백운동 계곡 길을 올라 성주군과 합천군을 이어주는 해발 1,100m 서성재에 이를 때까지 별다른 꽃을 만나지 못해 시기를 잘 못 맞춰 왔나 싶어 은근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어렵사리 해발 1,300m 지점의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니 칠불봉과 상왕봉이 눈앞에 나타나며 능선의 다양한 암봉이 펼쳐지니 야생화의 아쉬움은 잠시 잊고 수려한 경관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험한 바위 틈새를 이어주는 계단을 헉헉대고 오르는 중 바위에 찰싹 붙은, 진달래인 듯한 작은 떨기나무에 조그마한 흰 꽃이 퍼뜩 눈에 띄었습니다.

나무는 진달래 모양인데 바위틈에 뿌리내려, 마치 바위 표면에 엉겨 붙은 듯한 떨기나무에 지름 1cm 정도의 하얀 꽃입니다. 작년 여름에 산세가 험하기로 이름난 월악산에서 만난 꼬리진달래꽃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꼬리진달래가 아닌 가야산의 대표 식물이라 할 수 있는 희귀종, 흰참꽃나무꽃이었습니다.

한 개체를 보고 나니 여기저기 바위틈과 바위벽에 흰참꽃나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년 전 남덕유산에서 만나고 나서 처음 만난 흰참꽃나무를 다시 보니 오랫동안 잊었던 벗을 만난 듯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월악산에서 작년에 만난 꼬리진달래, 올해 가야산에서 만난 흰참꽃나무, 비슷한 듯 사뭇 다른, 고산지대에 자라는 두 종(種)의 하얀 꽃이 뭔가 심상치 않은 신비감을 지닌 듯 연상이 겹칩니다. 아무나 쉽게 오를 수 없는 험하고 높은 산, 약간은 신령스러운 산의 정상 부근에서 한여름에 하얀 꽃을 피운 탓이런가? 꽃이건 동물이건 흰색에는 뭔가 신비감이 있습니다.

흰색은 순수, 신성함, 순결함이 연상되는 한편 공허함, 엄격함, 안정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종교적 의식에서도 흰색을 많이 사용하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흰색의 동물과 꽃은 뭔가 귀하고 상서로운 징조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백호, 백마, 하얀 사슴 등 동물뿐만 아니라 원래 색깔 있는 꽃이라도 간혹 백색증(Albinism) 현상에 의해 하얀 꽃이 핀 개체를 만나면 뭔가 행운인 듯싶고, 만남 자체가 매우 기쁩니다. 물론 꼬리진달래나 흰참꽃나무는 본디 흰색입니다.

진달래나, 철쭉처럼 붉은색과 흰색의 꽃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접근하기 쉽지 않은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녹음 짙은 계절에 하얀 꽃을 피우니 상서로움이 깃든 꽃이라 여겨지나 봅니다.

​생태 특성이 꼬리진달래와 매우 비슷한 흰참꽃나무.

 

오랜만에 만나는 흰참꽃나무를 꼬리진달래인가 할 정도로 처음에는 착각했습니다. 두 종은 진달래과라서 모양도 비슷하며 고산지대에서 여름철에 자잘한 흰 꽃을 피우는 등 생태 특성이 비슷하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면에서 사뭇 다릅니다.

흰참꽃나무는 낙엽활엽 떨기나무로 키는 50㎝~1m 정도입니다.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은 가지 끝에 모여 어긋나게 달리고 잎의 앞과 뒷면에 털북숭이처럼 털이 많습니다. 잎 모양은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의 피침형이고 양 끝이 좁습니다.

5~6월에 지름 1㎝ 정도의 흰 꽃 2~5개가 가지 끝에서 산형으로 달립니다. 꽃잎은 4~5개로 갈라지고 수술이 4개인데 그중 2개는 길고 나머지 둘은 짧습니다. 국내의 덕유산, 지리산, 가야산 등 몇 군데의 높은 산 정상 부근의 척박한 바위에 찰싹 붙어 자라는 희귀 및 멸종위기종 식물입니다. 일본, 대만에도 분포합니다.

반면에 주로 석회암지대에 자라는 꼬리진달래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상록활엽수입니다. 키는 흰참꽃나무보다 커서 1~2m인 관목입니다. 가지가 한 마디에서 2∼3개씩 나오며 잎은 어긋나고 윗부분에 3∼4개씩 모여 달리는데 잎 모양은 흰참꽃나무보다 긴 피침형이며 잎에 잔털이 흰참꽃나무처럼 많지 않습니다.

자잘한 흰 꽃이 피는데 꽃송이 20~30개가 총상꽃차례로 모여 피기에 마치 토끼 꼬리처럼 보여 꼬리진달래라고 불렀나 봅니다. 국내에는 단양, 제천, 충주, 영월, 문경 등지의 고산의 석회암지대에서 주로 자랍니다. 이 또한 자생지가 한정되어 있어 쉽게 만날 수 없는 꽃입니다.

 

흰참꽃나무 / 꼬리진달래

 

흰참꽃나무와 꼬리진달래를 간략하게 비교해 보면 흰참꽃나무는 국내의 남부지방인 백두대간 끝자락의 일부 지역 고산지대의 바위틈에 붙어 자라는 희귀종입니다.

키는 0.5~1m 정도, 꽃은 4~5개 산형꽃차례로 모여 핍니다. 반면에 꼬리진달래는 국내 중부 이북의 고산지대에 드물게 자라는 1~2m의 관목입니다. 꽃은 20~30여 개의 꽃송이가 총상꽃차례로 다북하게 모여 달려 마치 토끼 꼬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흰참꽃나무와 이름이 비슷하나 꽃 색깔과 크기가 현저하게 다른 참꽃나무와 좀참꽃나무가 있습니다, 참꽃나무는 제주도의 암석 비탈 지대에서 자라며 높이 3~6m, 4~5월에 선홍색의 꽃을 피우는 종입니다.

좀참꽃나무는 백두산 등 이북 지역의 해발 2,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꽃은 7~8월에 핍니다. 이름이 말해 주듯 높이가 10cm 정도의 난쟁이 꽃입니다. 참꽃나무와 좀참꽃나무는 꽃의 크기가 진달래꽃만큼 크고 색깔도 붉은색이라서 확연하게 구분이 됩니다.

(2023. 6. 10. 가야산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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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라기 2023-06-30 12:45:31
잘~ 봤습니다!
두 꽃이 비슷하여 같은 꽃이라 여겼는데...
차이점을 통해 구별할 수 있겠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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