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와대 방문소감.. “왜 청와대 내부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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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와대 방문소감.. “왜 청와대 내부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나요..?”
  • 이정인(제주시민)
  • 승인 2023.06.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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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제주시민)

 

 

얼마 전 제주 친구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 청와대 나들이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이번 청와대 방문은 세번째였다

1974년 8월 어느 날 중학교 1학년일 때 육영수 여사 빈소에 참배하러 다녀 왔고, 1994년에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으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라 고향이 거제도라는 명분으로 경상남도 기독교 여전도 회장단과 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받아 가 본 경험이 있다.

청와대 전경은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74년 어릴적 가 본 기억속 청와대 외부 건물의 경우, 그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잔디밭과 푸른 소나무 등 뒷산책길 뿐이었다.

이번에 가 보니 내부 1층 2층에는 빨간 앙탄자가 깔려 있었는데, 이 양탄자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내부에는 다른  볼 게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와 외부를 모두 돌아 본 후에는 허전함과 공허한 마음까지 들게 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청와대를 안내하는 사람들은 용역회사 직원들이었고, 이들 안내자들한테 물어 보았더니 “하루 청와대 방문객이 1만명 이상”이라고 했다.

특히 해외 방문객들 중 일본인들이 가장 많은 듯 했다.

화장실은 이동식 화장실이라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아서 인지 푸르름으로 상큼한 청와대 외부 공기를 자극 시켰다.

화장실 냄새가 우리를 반기는 새 소리 마저도 아름답게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1층,2층 내부를 둘러 보았으나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쓰던 방들은 모든 문들이 다 폐쇄돼 있고, 대통령들이 쓰던 가족들 등 각종 공간들이 다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이었다.

대통령들은 어떤 공간에서 살았었나 하는 궁금증이 많았는데 아쉬움이 컸다.

수년 전 지인들과 함께 동남아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태국에 갔을 때 왕의 신전을 이곳 가이드가 안내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 조차 태국의 역대 왕들의 흔적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관광객들은 물론 이곳을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신을 밖에서 벗고 맨발로 경건히 예를 갖추고 돌아보도록 했다.

그리고 대대손손, 자자손손, 왕들이 쓰던 물건들은 그대로 보존해 역사에 길이길이 남긴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때 같이 동행했던 한 친구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궁전과 빅토리아 여왕궁전을 관광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궁전은 내가 태국 왕의 신전을 관광했을 때의 느낌처럼 왕들이 쓰던 물건 하나 하나 그대로 보존돼 자자손손 역사에 길이 길이 남도록 이어 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는 물론 그외 여러분의 대통령 안주인인 영부인들이 썼던 흔적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남은 건 1~2층의 빨간 양탄자와 전시용으로 대체 한 것으로 보이는 가구 몇 점 만이 눈에 들어왔다.

청와대 마지막 주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끝으로, 지난 74년간 청와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에게 공개된 청와대는 그동안 70여년 넘게 역대 대통령들과 국민을 대표하여 대한민국을 이끈 생활의 흔적들이 온데 간데 없다는 것은 정말 실망이었다.

도대체 국민들에게 또는 외부 관광객들에게 청와대의 겉모습만 보여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의 역사의 흔적, 이 나라의 역사의 보물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 후세들에게 물려줄 보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담긴, 그건 화려화거나 소박하거나와 관계없이 그대로 대통령의 생활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내부가 텅빈.. 껍데기에 불과한 청와대를 방문한 후 역사는 있는 그대로 보여져야 하고 잘 했든 못했든 그 자체가 역사로 남아 있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사진으로라도 역대 대통령의 내부 모습과 영부인들의 생활상, 그리고 어떤 가구나 침대 그릇을 썼었는지 조차 모두 역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물론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 지는 그곳에서 들은 바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라면, 그 자체로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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