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저녁 무렵 방선문 모습과 분위기 묘사 절묘...오등동 방선문 이의겸(李義謙)마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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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저녁 무렵 방선문 모습과 분위기 묘사 절묘...오등동 방선문 이의겸(李義謙)마애명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3.09.2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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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목사 이행교가 탐음우광(貪淫愚狂, 여색을 탐하고 어리석음)하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파직

오등동 방선문 이의겸(李義謙)마애명

위치 ; 제주시 오등동 방선문(들렁귀) 안

시대 ; 조선(1828)
유형 ; 마애명

 오등동_방선문이의겸마애
 오등동_방선문이의겸마애모조

 

浦口呑紅日 山肩荷白雲(포구탄홍일 산견하백운)
淸遊宜此夕 携酒且論文(청유의차석 휴주차논문)
判官 李義謙 戊子四月初一日(판관 이의겸 무자 4월 초1일)

붉은 해는 포구로 떨어지고(포구는 붉은 해를 막 집어삼킬 듯하고)

산허리엔 흰 구름 걸쳐 있네.(산등성이엔 흰 구름 짊어진 듯 깔려 있네.)
이런 저녁엔 청아하게 놀기에 마땅하니(고상한 풍치 놀이는 오늘이 좋을 듯하니)
술 가지고 문장이나 논해 보세.(술을 가지고 와 마시면서 시조나 논해 보세.)
판관 이의겸 무자년(1828) 4월 초하루


방선문에 다른 사람들이 앞서 쓴 시(五言絶句)들이 開, 來 운(韻)을 따른 데 비하여 이 시는 五言絶句이면서도 次韻하지 않았다.

포구와 산허리, 홍과 백, 해와 구름, 술과 글을 대비시키면서 저녁 무렵의 방선문의 모습과 분위기를 절묘하게 묘사하였다.

산능 오르는 과정에서 산 위쪽과 바다 쪽을 동시에 조망하는 시점이 이색적이며 묘사된 풍격이 고상하다.

그러나 당시 직속상관인 목사 이행교로부터 탐음우광하다는 죄목으로 탄핵을 받았으니 ‘글이 곧 그 사람이다’는 동양의 전통적 인식에서 볼 때 애석하다.

이의겸(1761∼?)은 정조(正祖)4년(1780) 식년시(式年試) 3등(三等) 1위로 함격하였다. 종5품 제주판관을 지낸 인물인데 당시 목사 이행교가 이의겸은 탐음우광(貪淫愚狂, 여색을 탐하고 어리석음)하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파직되었다.
《작성 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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