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한 설치미술가의 서글픈 한숨..신산공원 갑질, “민원 들어오니, 전시 빨리 끝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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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한 설치미술가의 서글픈 한숨..신산공원 갑질, “민원 들어오니, 전시 빨리 끝내세요..”
  • 고현준
  • 승인 2023.11.2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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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공원에서 전시중인 설치미술가 김평식 작가의 ''영겁회기-새벽바람 SPACE' 전시장에서 생긴 일

 

 

한 무명 설치예술가가 지난 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제주시로부터 정식허가를 받고 신산공원 동쪽 인근에서 전쟁을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을 전시하고 있으나 전시물 철거요청 등 지속적인 갑질로 호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영겁회귀-새벽바람 SPACE(공간)’라는 제목의 이 설치미술은 설치미술가인 김평식 작가가 요즘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이지만, 전시공간을 빌린 신산공원측으로부터 민원을 이유로 철거 요구 등 지속적인 갑질을 하며 끊임없이 작가를 괴롭히는 중이다.

전시된 작픔은 검게 칠한 소나무를 중심으로 이 나무 설치물 아래에는 돌로 만든 어린이 형상에 흰 천을 입혀 실을 감싸 안았고, 한 가운데에는 여러 개의 하얀 철조물이 있는데 이 위에는 꽃을 꽂아 세상을 향해 폭탄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에는 깨진 거울이 빨간색 종이 위에 널브러져 있는 형태다. 마치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아이들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 작가의 뜻이리라.

하지만 신산공원측이 주장하는 이 설치미술의 문제는 깨진 유리를 민원의 원인으로 들고 있다,

파괴된 세상을 표현해 놓은 작품이지만 민원인들은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며 “민원이 자꾸 들어온다”면서 “빨리 치워달라”는 요구를 작가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설치물 주위에는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더욱이 설치물의 위치도 사람들이 걷는 산책길 밖에 있음에도 뭐가 위험하다는 것인지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본 기자의 눈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가는 그래도 문제가 생길까 봐 이 전시물 곁을 한 시도 떠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작가는 처음에는 큰소리로 싸움도 해봤지만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고 한다.

“전시기간은 28일까지로 잡혀 있지만 26일이나 그 전이라도 전시회를 접어야 할 것 같다”는 무명작가의 설움이라고 할 정도로 서글픈 얘기를 힘없이 전했다.

그리고, 육지에서 어렵게 가져 온 설치미술의 중심축인 소나무 소재는 “다시 가져가는 일도 번거로운 일이라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가겠다”고 한다.

설치미술에 대한 이해부족인 것인지, 제주시청으로부터 공식허가를 받은 작품에 대한 무례한 신산공원 측의 갑질로 한 무명 설치예술가의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은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평식 작가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설치미술가 김평식 작가

 

-몇 번째 전시회인가..

“개인전은 제주에서 두 번째다. 2018년도에 조각전을 했고, 이번에는 설치전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작품은 건축물의 어떤 틀을 만들고 소나무를 까맣게 칠한 것은 하나의 현상, 즉 지금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다, 파이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에서 떨어지는 것이나 미사일일 수도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내가 깨지기도 하고 또 깨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그런 아픈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다. 꽃으로 매치시킨 이유와 돌에 실을 감은 것은 어린 시절 제주에 살 때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숲속에 꼭 저런 모습으로 돌에 실을 감고 있었다. 그때 충격을 받았는데 그게 기억에 남아 있어 그걸 형상화 한 거다. 서구식이 아닌 동양의 원초적인 얘기를 해보자고 해서 만든 작품이다. 사실 아픔이라기보다 슬픈 거다. 저 돌은 전쟁속의 애기일 수 있고 환경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보기 나름이다”

 

-‘영겁회기-새벽바람’이라는 제목의 뜻은..

“불교에서 말하는 영겁이라는 단어를 빌려온 것이다. 니체가 말한 영원회기라는 뜻도 함께 담고 싶었다. 새롭게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다. 새벽바람은 부제로 붙인 것인데 계속 시간은 흐르고 있고 계속 새로운 바람이 분다는 뜻이다. 포스트모더니즘처럼 파괴적인, 그리고 해체적인 그런 의미도 있다. ”

 

-앞으로 또다른 계획이 있는지.

“내 후년에 이곳에서 조각전을 기획하고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크게 하려고 한다. 10여개의 작품을 전시할 생각이다.”

 

-그 조각작품은 어떤 것들인가..

“내 작업이 항상 그렇지만 별로 예쁜 작품은 아니다. 보기에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그런 작품이 될 것이다. 내 딴에는 이쁘게 한다고 했는데 종교적인 사람들은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는지..

“나는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데 남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가질 때 예쁘게 보면 상당히 예쁜데 불편하게 보면 불편한 그런 작픔이 된다. ”

 

-본인의 예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관념적인 것들을 싫어한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더라도 생각 자체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너무 서구화되고 있다는 나 자신의 불편함도 있다. 표현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 우리 것을 지키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평소의 마음은 그냥 어렵게 가지 말고 쉽게 가자고 한다, 그렇게 말은 쉽게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한편 김평식 작가는 제주출신으로 지금은 전북 전주시에 살고 있다. 지난 81년 제7회 제주미술대전 양화부문 우수상 수상 등 80여회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그동안 제주조각가협회전 ‘제주조각의 오늘전’ , 제주문화예술재단 제2회 사이버조각전, 서울환경미술제, 제1회 제주쳥년작가전 등 다수의 전시회에 참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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