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불을 피우는 자리'..행원리 건난디불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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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 '불을 피우는 자리'..행원리 건난디불턱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4.01.12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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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지피던 공간이다.

행원리 건난디불턱

위치 : 구좌읍 행원리 산3번지. 어등포의 북동쪽.
시대 : 대한민국(1980년 전후)

행원리_건난디불턱

 

불턱이란 불을 피우는 자리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불[火]은 글자 그대로 불씨를 뜻하며 턱=덕은 불자리를 뜻한다. 바닷가 마을 갯가에는 마을마다 불턱이 마련되어 있었다.

어떤 곳은 바람막이가 될 만한 자연적인 바위그늘이나 바위 틈을 불턱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가리개 모양의 바위를 자연 그대로 이용하기도 하고, 크고 작은 돌을 이용해 외부의 시선을 가릴 수 있도록 키보다 높게 돌담을 쌓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대개 원형 또는 사각형으로 돌담을 쌓아 불턱을 만들었다. 지붕은 설치하지 않았다.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지피던 공간이다. 불턱 안에는 가운데에 돌덩이로 둥글게 불자리를 만들고 담벽에 붙여 사람이 앉을 만한 평평한 돌을 설치한다. 입구는 대개 이중으로 하여 밖에서 직접 안을 볼 수 없게 한다.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해녀들은 물질 갈 때 질구덕에 태왁과 망사리, 비창, 호멩이 등 물질 도구와 함께 불을 피울 지들커[땔감]를 가지고 갔다. 지들커를 많이 가지고 가면 어른 해녀들에게 착하다는 인사도 받고, 지들커가 시원치 않았을 때는 야단을 맞기도 하였다.

해녀들은 불턱에서 물질에 앞서 도구를 챙기고 소중이(물질작업복)를 갈아입고, 작업장에 대한 예비지식과 규칙들을 선배해녀로부터 물려받기도 했다.

물질에서 돌아오면 집에서 가져온 땔감이나 갯가에서 수집한 마른 해조류를 모아 불을 피워 언 몸을 녹이고 때로는 소라 등을 구워 먹으면서 험한 물질의 피로를 풀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으며, 젖먹이 어린이가 있을 때에는 큰 아이가 업어온 아기에게 젖을 물리기도 했다.

불턱에도 예절이 있다. 상군이 앉는 곳을 상군덕(턱)이라 하고 중군, 하군이 앉는 자리가 은연중에 정해져 있다.

물질 경험이 풍부하고 노장층 해녀 중 기능이 가장 뛰어난 해녀를 상군(上軍)이라 하며 원로 잠수를 대상군(大上軍)이라 불러 그녀의 말은 잘 지키고 규율을 스스로 강요한다. 군(軍)이란 해녀의 위계질서를 군대처럼 엄격히 다룬다는 의미로 본다.

옛날엔 마을마다 여러 개의 불턱이 있었으며,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물질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며, 서로 살피고 도왔던 제주 해녀공동체문화의 상징적인 시설이었으나, 1970년대에 고무옷이 잠수복으로 등장하고, 1980년대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온수샤워시설을 갖춘 현대식 해녀탈의장이 건립되면서 불턱은 차차 방치되고 허물어지게 되었다.(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행원리 포구 북동쪽으로 연결된 구역을 건난디라고 부르는데 이곳에 있는 불턱은 1980년 전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모양은 사각형이고 그 안에 다시 북쪽은 2구역으로, 東西 양쪽에는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마을 해녀에게 물어 보았는데 나누어 놓은 까닭을 듣지 못하였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해녀탈의장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져서 별로 이용하지 않았던 불턱인데 최근에 일부 담을 수리하였다.

이 불턱의 바로 서쪽에는 원형 불턱이 현대에 만들어졌는데 실제 사용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고 관광객에게 보여 주기 위해 만든 모형이다. 외담으로 쌓아 담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옆에는 해녀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작성 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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