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덕면 산타와 함께한 한 달
상태바
(기고)안덕면 산타와 함께한 한 달
  • 조영현
  • 승인 2024.01.28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영현서귀포시 안덕면 대학생아르바이트
조영헌 서귀포시 안덕면 대학생아르바이트
조영현 서귀포시 안덕면 대학생아르바이트

산타 할아버지는 할 일이 많다. 누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도 알아야 하고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도 주지 말아야 한다. 착하고 울지 않는 아이를 알아내더라도,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 다 알아낼 수 없다. 아이가 트리에 원하는 선물이라도 적어두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열심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사는 집도 알아야 하고, 어떻게 들어갈지도 계획해 두어야 한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를 어떻게 찾아낼까? 착한 아이가 직접 “제가 착한 아이예요. 선물 주세요.”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러 가지 정보와 근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안덕면에는 사계절 내내 활동을 하는 산타가 있다. 안덕면 산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맞춤형 복지서비스라는 선물을 준다. 한 달간 나는 안덕면사무소 맞춤형복지팀 대학생 아르바이트로서 이곳의 산타 프로젝트를 지켜볼 수 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찾아간다. 시스템의 정보를 통해 어떤 분이 도움이 필요할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도움을 드리던 분들께는 지속적으로 찾아뵈어 다른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잘 지내고 계시는지 확인한다. 매일 직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어르신들을 직접 뵈러 갔다. 이웃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가서 얼굴을 뵙고 이야기를 들으면 글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복지사각지대 또는 위기상황에 놓인 가구에 각자 필요한 도움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받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 안내해 드리고 제공해 드린다.

어려운 이웃들이 생계비나 의료비와 같은 맞춤형 복지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린다. 다른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도 있다. 몸이 불편하시거나 혼자 지내는 분들은 집안을 채워주고 신경 써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럴 때 제주가치통합돌봄서비스 또는 장기요양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반찬을 가져다드리는 서비스도 있다. 단순히 반찬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반찬을 가져가서 잘 드시고 있는지 확인하며 안부를 묻는다.

후원받은 쌀을 전달해 드린다. “마침 어젯밤에 쌀이 뚝 떨어졌는데, 다행이네요.”라며 매우 좋아하셨다.

쌀이 후원되는 모습을 보았다. 어려운 분들께 드리라며 면사무소에 쌀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쌀을 기부해 주신 사장님을 직접 뵙고, 그 쌀을 나르고, 가구에 방문하여 전달하는 과정에 참여해 보니 쌀의 무게가 새삼 묵직하게 다가왔다.

마을 주민들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의 도움도 있었다. 안덕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알게 되었는데, 집을 고쳐드리고, 필요한 물건도 전해드리며 꾸준히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시곤 한다.

우리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생계가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주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따뜻한 후원자가 많더라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찾지 못하면 전달할 수가 없다. 당연한 권리임에도 복지를 받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 어려운 이웃을 알려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직접 면사무소에 연락하는 것만으로도 산타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다. 산타의 요정이 되어주는 셈이다.

나 또한 대학 생활을 하며 수많은 도움을 받아왔다. 등록금만 아니라 생활비성 장학금이나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정말 많다. 그렇지만 직접 나의 조건에 맞는 장학금을 기한에 맞추어 찾아보고, 어떤 서류를 준비하여 어디로 제출해야 하는지 일일이 챙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고된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덜어줄 장학재단이 많지만, 여전히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도움을 받을 곳은 많지만 ‘산타’와 산타의 요정이 없기 때문이다.

맞춤형복지팀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산타의 존재를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산타와 함께하는 요정이 될 수 있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이제 지나치지 말고 꼭 알려주어 산타를 도울 것이다. 나아가 이곳에서 느낀 마음을 잊지 않고,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에게 좋은 기회를 많이 알려주는 산타가 되어보려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