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자구책 만들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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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자구책 만들기'가 먼저다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2.12.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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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행정에만 의지할 것인가..자성의 목소리 높여야

 

대학시절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마트는 아침마다 직원들을 상대로 세뇌시키듯 교육을 한다. 교육의 내용은 당연히 ‘고객에 대한 충성’이다.


마트 담당자는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을 괴롭힌다. 잠깐의 대화나 물을 마시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손을 앞으로 모으지 않았다고 지적 받기도 한다.


한 직원은 블랙컨슈머(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의 손찌검에 대응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소비자들을 더 많이 흡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 지자체는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에 대해 월2회 휴일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행정에서의 특단적인 대책으로 분석된다.


행정에서는 전통시장 살리기 위해 온 행정력을 모으며 전통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한 제주시는 공무원들이 제주사랑상품권을 구입하면 부서별 평가 시 점수에 반영해주고 있다.


김상오 제주시장이 전통시장에서 물청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이 같이 행정에서 펼치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식으로는 진정한 활성화는 요원할 따름이다.


최근 전통시장을 찾아본 결과 당연히 있어야 할 가격표시제는 ‘게 눈 감추듯’ 사라졌고  또한 조용히 살 것 같은 소비자에게는 가격을 높여 부르고 비싸다고 따지면 금새 가격을 낮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 제품에 생산지 표시가 없어 물어보면 “당연히 국산이고 다 좋은 곳에서 난 거다”라며 상인들의 전형적인 말투로 어물쩍 넘어가려고도 한다.

 

더욱이 카드라도 내밀면 대놓고 눈치를 주기 일쑤다.


대형마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업체는 발칵 뒤집어진다.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지고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면서 온갖 뭇매를 맞는다.


반면 전통시장은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섭섭한 소리 말라”며 이들을 무안하게 만든다. 이들은 언제나 약자의 논리를 내세우며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얄팍한 정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전통시장의 심보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았다. 흥정문화에 대해서는 이것이 재미고 특징이라고 우기고 있다. 시대는 변하는데 전통시장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소비자를 소중히 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다수의 상점 주인들은 ‘양심불량’ 상인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전통시장은 스스로 커나갈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해야 한다. 언제까지 행정이 알아서 키워주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인가. 경쟁력 없이 웅크리고 있다가는 그 꼴을 앞으로도 크게 면치는 못할 것이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무감각한 시장은 도태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제주시 복수의 공무원은 “행정에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은 행정에만 기대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상인들도 이제는 스스로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지난해 관내 전통시장에 80억 원을 투입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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