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힘을 가진 자의 착각 또는 그 한계
상태바
(데스크칼럼) 힘을 가진 자의 착각 또는 그 한계
  • 고현준
  • 승인 2024.03.01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도가 아니면 절대로,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교훈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사진=kbs 제공)

 

 

‘고려거란전쟁’이라는 드라마가 KBS-2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조선시대 역사 외에는, 고려라는 나라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던 우리에게 이 드라마는 고려라는 나라가 얼마나 위대한 나라였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는 막강한 군사를 지휘하는 고려 무관들의 난이 두 번 나온다.

한번은 황음한 황제를 폐한다는 명분으로 당대 최고의 장수 강조라는 장군이 난을 일으켜 황제를 바꿔 버린다.

그러나 무관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모든 권력을 손에 쥔 그는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지만 “진짜 역적이 될 수는 없다”며 황제의 자리보다 권력을 휘두르는 위치에 만족한다.

그는 거란족이 침입해 오자 거란을 물리친다며 전장에 나갔다가 기습공격을 당해 목이 잘려 죽는 최후를 맞이한다.

당시 현재의 중국의 일부인 송나라만을 남겨놓고 몽골을 비롯 중앙아시아까지 모두 정복한 거란은 송나라를 치기전 고려를 정벌한 후 송나라를 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려를 침공하고 당시 최고사령관인 상장군 강조의 목까지 쳐서 없앴지만 고려의 최전방인 흥화진을 지키는 양규 장군이 지휘하는 작은 성 흥화진을 접수하지 못하고 우회해 남하한다.

이후 당장 개경까지 쳐들어와 고려의 심장부를 차지하며 온갖 폭거를 저지르던 거란군은 결국 압록강이 풀리면서 후퇴를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4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 정벌에 나섰던 당시 최강 군사력을 가진 거란군은 6천명이 지키는 흥화진이라는 천혜의 작은 성 하나를 공략하지 못했다.

거란은 처음에는 80만, 그 다음에는 40만, 3번째는 10만의 군사력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했다고 한다.

그들이 두번째 침략을 해 올 때는 마침 고려에 두 번째 군부 쿠테타가 일어난 시절이었다.

최질이라는 이름의 상장군은 군인들을 지휘하는 중간 간부들과 함께 권력을 잡고 마음껏 제 세상을 만난 듯 황제조차 무시하며 안하무인격인 행태를 보인다.

이때 거란이 침략해 오자 이들 무관들은 거란과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황제를 거란에 넘겨주고 거란으로 황제를 인질로 보낸후 자기들이 계속 고려를 좌지우지하려는 욕심을 부린다.

비록 반란은 일으켰지만 고려를 지키려던 강조와는 너무나 대조됐다.

이같은 찌질한 무관들의 비겁한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아직 몇 번의 드라마가 더 남아있지만, 두번이나 전쟁을 치르는 고려 현종의 지혜와 용기는 실로 놀라운 현명함으로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고려에는 강감찬이라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을 가진 인물이 있었다.

그는 거란의 공격에 대비해 문관출신이면서도 철저한 전쟁대비에 나선 결과 결국 귀주대첩이라는 전쟁신화를 만들어 버린다.

당시 거란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국가였다.

그들은 힘으로 밀어부쳤고, 많은 나라들이 속속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거란은 고려를 너무 얕잡아 봤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단순무식한 작전으로 멸망의 길을 재촉했다.

귀주대첩이 대단한 것은 “거란이 다시는 고려를 침략하지 못하도록 한 놈도 살려 두면 안된다”는 강감찬의 전략이 거둔 승리였다.

역사에서는 고려는 후퇴하는 거란족을 모두 격퇴시켜 버렸다고 나온다.

결국 고려와의 전쟁에 패한 거란은 결국 패망의 길을 걸어 나라가 사라져 버렸다.

힘만 믿고 상대를 얕잡아 본 결과였다.

고려-거란전쟁을 보다 보면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대첩이나 명량, 노량해전 등이 생각난다.

당시 이순신 장군 역시 “도망가는 왜군을 한 놈도 살려 돌려보내지 말라”고 추격과 공격을 독려했다.

장군들의 생각은 아마 똑같은 것 같다.

다시 쳐들어올 여지를 남겨두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정신으로 전쟁을 치른 후 한 나라는 망했고, 한 나라는 다시 우리나라를 쳐들어 왔다.

고려-거란전쟁은 무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들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권력을 잡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무력을 가지면 국민들에게 겁을 줄 수는 있지만 굴복시킬 수는 없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가 주는 의미다.

고려에 충신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는 호족이 각 지방을 지배하는 시대로 황제와 함께 고려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고려의 안위를 위해 최전선에서 희생을 다하는 장수가 많았다는 것은 시시하는 바가 크다.

72세의 강감찬 장군이 이끄는 귀주대첩 하나로도 고려라는 나라는 참 위대한 나라였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을 영어로 말하면 코리아다.

이 코리아가 당시 고려를 뜻하는 영어 이름이다.

자랑스러운 코리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옳은 군주 또는 올바른 신하들이 이끄는 나라였기에 고려는 더 위대해 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물러서지 않는 대한민국 코리아의 정신 또한 이런 고려라는 역사를 통해 우리가 물려받은 정신일 것이다.

결국, “정도(正道)가 아니면 절대로,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주는 교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