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돋아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서 산뽕나무 열매가 빨갛게 변해가네요.
봄이 참 빨리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 붉은 열매가 거무스름하게 익으면 아주 맛이 좋지요.
손과 입주변이 까맣게 물드는 줄도 모르고 열매를 따먹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산뽕나무 잎 위에 새똥이 묻어 있는 것일까요?
갈색이 돌면서 희끗희끗 한 것이 마치 새똥처럼 보입니다.
무엇일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방 애벌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멧누에나방'의 애벌레 이지요.
신기하게도 이 애벌레는 자극을 받으면
그렇잖아도 부푼 가슴을 더욱 부풀려서 눈알 무늬가 도드라지게 합니다.
이런 행동은 천적에게 위협을 주기 위한 수단이겠지요?
애벌레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아직 3cm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애벌레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귀여워서 웃음이 나옵니다.
가지에 붙은 애벌레는 마치 자기가 잔가지나 된 것처럼 몸을 빳빳하게 세웁니다.
차라리 가지에 붙어 있는 것이 천적의 눈을 잘 속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애벌레의 몸 색과 무늬가 산뽕나무의 가지와 많이 닮았거든요.
멧누에나방 애벌레에게서 눈길을 막 떼려는데
이번에는 잎을 돌돌 말고 그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애벌레가 잎 밖으로 산책을 나옵니다.
애벌레는 나오자마자 들이닥치는 커다란 물체(카메라)에 놀랐는지 허둥지둥 도망을 치더군요.
아차차~, 꿈틀꿈틀 빠른 속도로 가지를 이동하던 애벌레가 순식간에 가지 밑으로 미끄러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애벌레는 어느 순간에 실을 뿜어냈는지 실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것입니다.
녹색 애벌레는 허공에서 몇 번 버둥거리더니만 이내 나뭇가지 위로 올라왔습니다.
애벌레의 신속함이 놀라울 따름이었지요.
우와~!
이번에는 나뭇잎 사이에서 광대노린재 약충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묘한 색상으로 반질거리는 어린 벌레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나무껍질이나 낙엽 밑에서 월동을 하던 약충은 5월 하순부터 성충으로 우화하지요.
어린 벌레의 빛깔이 이 정도이니 다 자란 벌레의 빛깔은 오죽할까요?
찬찬히 들여다보면 비단 이 애벌레들만 산뽕나무에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산뽕나무는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 것일까요?
이렇듯 품이 넓은 산뽕나무는 목련총림 가장자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