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밭담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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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밭담예찬
  • 현호경
  • 승인 2013.08.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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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경 한경면사무소 주무관

현호경 한경면사무소 주무관
영농과정에서 흙속에 있는 불필요한 돌과 주변에 있는 제멋대로 생긴 돌들을 오랜 기간 대충 쌓아올린 것이 제주의 돌담이다. 대충 쌓아올려 보기엔 허술해 보여도 돌 틈으로 바람이 통과해 제주의 세찬바람에도 쉬이 무너지지 않는 것 또한 제주의 돌담이다. 그중에서도 흑룡만리 밭담은 2만2천여㎞에 달하는 밭 주변의 담으로 흙과 씨앗이 날려가는 것과 짐승들로부터 농작물 보호하고 태양열로부터 수분을 보호하며 소유권을 구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처럼 밭담은 척박한 자연환경에 맞서 싸운 제주 선조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자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희귀한 문화유산 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그냥 방치되어 왔었다. 그러나 지난 1월 25일 국가중요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된데 이어 FAO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반드시 금번기회에 등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과 도민들을 대상으로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에 대하여 물으면 "돌담"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특히, 제주의 밭담은 서로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울에 눈이 소복이 쌓이고 담쟁이로 얽혀져 있는 밭담 길은 사시사철 다양한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어 경관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한다.

UNESCO가 지정하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천혜의 자연자원과 함께 제주인의 삶과 생활의 애환이 녹아있는 전통자원들이 있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밭담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경관으로서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자산이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과 같이 밭담은 다른 지역에 없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처럼 제주의 자연에 적응해 온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소중한 경관자원인 밭담을 훼손 또는 소멸되지 않도록 ’곶자왈 한평사기 운동‘과 같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전개하여 밭담 보존에 도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또한,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하여 밭담의 다원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체험관광 상품화해 농어촌의 소득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민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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