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는 '물푸레나무'가
비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기 직전의 하늘은 아침임에도 어둑하고 스산스럽습니다.
부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고이 지나가주길 바래봅니다.
그나저나 어린 물푸레나무의 잎들이 무엇에 뜯긴 듯 성하지 못합니다.
낙엽이 지는 가을이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요?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결무늬를 지닌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몸은 온통 녹색이지만 배 윗면에는 八자 모양의 무늬가 줄지어 있고
줄 옆쪽으로 마치 시들어가는 잎처럼 갈색 점무늬가 띄엄띄엄 있습니다.
그 모양이 전체적으로 시들어가는 잎과 비슷해 보여 얼핏 잎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나무에서도 둥그렇게 말려있는 애벌레를 발견했습니다.
잎이 어지간히 맛있는 모양입니다.
애벌레는 자그마한 입으로 5-7개씩의 소엽으로 구성된 잎들을 많이도 갉아먹었습니다.
특이하게도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잎을 먹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아주 민감합니다.
조심히 다가갔는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잎을 먹다말고
머리를 잔뜩 움츠리고는 슬그머니 밑으로 길게 늘어져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습니다.
더 이상 애벌레를 방해할 수 없어 뒤돌아섰지요.
하지만 다른 나무에서 또 애벌레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붉은 빛이 강한 변이종이었지요.
온몸에 돋아난 거친 돌기들이 오돌토돌 곧추서있는 듯 했고
무엇보다 침처럼 날카로워 보이는 꼬리가 위협적이었습니다.
이 애벌레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