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억새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는 길
상태바
『한라생태숲』억새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는 길
  • 한라생태숲
  • 승인 2013.10.15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라생태숲

 

 

 

천이과정전시림을 가로지르다가 애써 억새 사이를 비집고 고개 내밀어 인사를 건네는 미역취와 마주쳤습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듯 걷다가 이렇게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불쑥 나타나 웃을 때면

그때서야 속도를 줄이고 억새 사이에서 피어난 작은 꽃들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려봅니다.

 

 

점점 깊어져가는 가을들판에선 억새들이 어느덧 하얗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기고 자란 억새군락 사이를 가로지르자면 서늘한 가을바람도 그저 포근하기만 합니다.

 

 

억새 흐드러진 초지를 지나 관목과 교목이 어우러지는 숲으로 들어서면

녹색 잎 사이로 드문드문 반짝이는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는 알꽈리도 보입니다.

 

 

꽈리를 닮긴 했는데 열매의 모양이 알처럼 생겼다고 하여 '알꽈리'라고 불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꽈리는 꽃이 지고 나면 꽃받침이 자라 열매를 완전히 감싸는데 반해

알꽈리의 꽃받침은 꽃이 진 후에 자라지 않아 열매가 그대로 노출됩니다.

그래서 저렇게 반들거리는 둥근 열매를 바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알꽈리의 학명(Tubocapsicum anomalum Makino)에서

속명 Tubocapsicum는 라틴어 tubus(관, 管)와 Capsicum(가지과의 속명으로 그리스어 capsa(주머니)에서 유래, 주머니 같은 고추에서 연상)의 합성어입니다.

이는 앞에서 말했듯이 꽃받침이 통처럼 부푼 데서 기인한 것이지요.

 

 

숲을 빠져나와 가장자리에 섰더니

얼마 전 보았던 붉나무 열매가 드디어 하얀 껍질로 덮였더군요.

소금이 귀했던 시절에는 시고 짠 맛이 도는 흰 껍질로 덮인 열매를 이용해

소금을 만들거나 염분을 이용해 두부를 만들 때 쓰는 간수로 이용하기도 했답니다.

 

 

열매 근처에는 잎을 모두 떨어뜨린 잎자루에 홀로 매롱대롱 매달린 벌레혹도 보입니다.

저 벌레혹을 오배자(五培子)라고 하여 약용하지요.

자세히 보니 이곳저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진딧물들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갔나 봅니다.

 

숲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가을이 깊게도 스며들었더군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