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 11월의 풍경 모아 모아
싸늘하고 칙칙할 것만 같았던 11월의 가을은 생각과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월 초에는 봄의 정령이 부활한 듯 애기동백꽃이 피고
구골목서꽃이 만발하고
숲 한구석엔 참식나무에 복슬복슬한 강아지털 같은 꽃뭉치들이 달렸었지요.
이곳 제주에는 봄 뿐 아니라 4계절을 막론하고 꽃의 정령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군요.
교목원 위쪽에서 참빗살나무가 연중 가장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는 사이
무환자나무엔 노란 물이 들고
굴피나무에는 짙은 밤색 열매가 뚜렷이 드러나고
늘푸른 아왜나무도 분위기를 타는지 군데군데 붉은 물감을 뿌려 놓았지요.
멀리서 보면 버즘나무처럼 보이는 백합나무도 노란 물을 잔뜩 들였네요.
벚나무 단풍이 이리 고운 줄 이미 알고 있었다고요?
복숭아빛 어여쁜 미소를 머금은 것 같은 벚나무 단풍에 가슴이 설레어
보고 또 보고 가다 뒤돌아서서 또 바라봅니다.
주차장에 서 있는 낙우송 두 그루는 가지 끝에 방울방울 열매를 달고
잎이 누렇게 변해 가네요. 굵직한 중심줄기 하나로 곧추서서
원추형을 이룬 모습이 참 늠름해 보입니다.
며칠 뒤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 덕분에
숲속 멀리까지 들여다보이는 여유로운 풍경과
뜻밖에 깔린 붉은 주단에 가던 길을 잊고 서성이게 하더니
11월도 중반을 훌쩍 넘어선 요즘은 은은한 광택이 아름다운
실크머플러가 너울대는 듯, 부드러운 에너지가 주위를 감싸네요.
며칠째 계속 이어지는 비 비 비!
추워지는 날씨를 걱정하면서도 은근히 눈 내리는 겨울이
기다려지는 것은 이제 저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두 준비됐나요? ^^
(글 사진 한라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