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분화구는 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이곳을 탐사해 본 결과 5만년전의 식물상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을 정밀조사하면 제주도의 5만년전 이후의 기후변화와 식물들이 어떻게 변해 왔는 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겁니다"
20여년 전 하논분화구에 대한 식물상 탐사에 나섰던 김문홍 제주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5만 년전 제주도에 살았던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곳이 하논이었다"고 말하고 "이곳을 탐사할 때 보니 물의 깊이는 9.5m에 이르고 지금은 제주도에 살지 않는 삼나무와 너도밤나무 등이 발견됐다"며 하논에 대한 집중탐사와 재조명 필요성을 강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삼나무의 경우 일제시대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2만년 쯤에 제주지역에 삼나무는 살고 있었고 조사된 것 중에는 너도밤나무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지금 하논분화구에 대한 여러 가지 계획이 세워지고 있지만 하논은 원래 한논, 즉 큰 논이라는 의미이며 중간에 물을 다 빼서 논으로 만든 곳이기 때문에 현재 주변 지역을 모두 나라에서 매입, 물을 뺀 곳을 다시 막아 원상회복시켜 호수로 만들면 아마 제주도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김 교수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하논을 원래 호수로 되돌려놓은 후 하논 옆 감귤밭을 전부 사서 상록수를 심고 견본원을 만들어 너도 밤나무 등 지금은 없어진 식물들을 모아 식물박물관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했다.
호수로 원상회복할 경우 하논 호수 주변에는 천지연에 사는 나무를 심으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논이 대단히 중요한 생태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한 김 교수는 "당시 하논을 조사할 때 나온 꽃가루 중에는 지금 백록담에 있는 꽃가루가 나왔고 제일 오랜 된 식물이 5만년전 식물이었다"며 "당시 한라산에는 식물이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따뜻해져야 위로 올라가는 식물의 성질상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오래된 식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하논연구에 대해 "현재 이어도 섬의 수심이 4m이지만 수만년전에는 120-140m가 더 내려가서 이어도가 섬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하고 "일본에 가서 쿠로시오해류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제주도에도 퇴적된 곳이 있을 것"이라는 한 미국학자의 지적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됐다는 배경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식생학회에 갔더니 3백년 된 삼나무 등 유명한 식물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중에 삼나무는 일본특산인 줄 알았는데 한 미국학자가 제주에서도 꽃가루가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집중연구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이 교수는 일본은 화산섬이기 때문에 절대로 삼나무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과 삼나무 꽃가루가 제주에도 있을 지 모른다는 얘기를 기억해 내자 연못에 꽃가루가 날라오면 위로 차곡차곡 쌓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꽃가루 퇴적층을 찾아보자고 조사를 시작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교수는 "꽃가루는 수만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꽃가루만 보면 어떤 나무인지는 확인할 수 있다"며 연구 초기에는 이호주변에 있던 논과 동수악 등 물이 있는 연못을 돌아다니다 못 찾고 결국 하논에서 그 흔적을 찾아냈던 것.
하논은 옛날에는 호수였는데 물을 빼서 큰논을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김 교수는 "무엇보다 제주도에는 수만년전에 어떤 식물이 있었는지가 궁금했다"며 "지금은 우리나라에 없는 나무나 제주에서 사라진 나무들이 하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하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만년전부터 제주도에 삼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당시 발견된 식물 중 몇 종류 중에는 지금 울릉도에만 자라는 식물도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더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
"이 식물들은 왜 없어졌을까가 더 궁금했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를 해봤더니 결국 주변환경이 나빠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삼나무와 너도밤나무는 건조한 기후에 약하다는 사실에서 당시 기생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니까 환경이 건조해지면서 삼나무가 없어졌고 너도밤나무도 습한 곳을 좋아하지만 기후가 건조해 지니까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그 시기에 기생화산의 화산활동 때문에 저지대 삼나무가 모두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한다.
따라서 "하논 밑에 있는 퇴적층을 정밀조사하면 제주도의 5만년 이후의 기후변화와 식물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며 하논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옛날에는 조개도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사실에서 원상회복 등 다양한 방식의 하논에 대한 집중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지난 2014년 열린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에 대한 기본용역에서는 “분화구 내벽, 능선 및 외벽의 복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500여 년 전 훼손되기전의 하논분화구의 식생으로 최대한 근접하게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설물 설치계획으로는 하논분화구 역사․과학박물관 건립, 하논 고생물․고기후 연구센터 건립 필요성이 제안된 바 있다
특히 외국 연구진으로 참여한 IUCN 생태계관리위원회 Keith Bowers(키스바우어) 위원장은 “500여 년 전 훼손된 동쪽 화구벽 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 아름다운 화구호수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업은 매우 흥미로운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하논 복원방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