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은 원래 호수..정밀 재조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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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논은 원래 호수..정밀 재조명 필요"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6.01.0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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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홍 제주대 명예교수 '하논 정밀조사하면 5만년 이후 기후변화 확인'

 

하논을 원래 호수로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논분화구는 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이곳을 탐사해 본 결과 5만년전의 식물상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을 정밀조사하면 제주도의 5만년전 이후의 기후변화와 식물들이 어떻게 변해 왔는 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겁니다"

20여년 전 하논분화구에 대한 식물상 탐사에 나섰던 김문홍 제주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5만 년전 제주도에 살았던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곳이 하논이었다"고 말하고 "이곳을 탐사할 때 보니 물의 깊이는 9.5m에 이르고 지금은 제주도에 살지 않는 삼나무와 너도밤나무 등이 발견됐다"며 하논에 대한 집중탐사와 재조명 필요성을 강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삼나무의 경우 일제시대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2만년 쯤에 제주지역에 삼나무는 살고 있었고 조사된 것 중에는 너도밤나무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지금 하논분화구에 대한 여러 가지 계획이 세워지고 있지만 하논은 원래 한논, 즉 큰 논이라는 의미이며 중간에 물을 다 빼서 논으로 만든 곳이기 때문에 현재 주변 지역을 모두 나라에서 매입, 물을 뺀 곳을 다시 막아 원상회복시켜 호수로 만들면 아마 제주도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김 교수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하논을 원래 호수로 되돌려놓은 후 하논 옆 감귤밭을 전부 사서 상록수를 심고 견본원을 만들어 너도 밤나무 등 지금은 없어진 식물들을 모아 식물박물관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했다.

호수로 원상회복할 경우 하논 호수 주변에는 천지연에 사는 나무를 심으면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논이 대단히 중요한 생태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한 김 교수는 "당시 하논을 조사할 때 나온 꽃가루 중에는 지금 백록담에 있는 꽃가루가 나왔고 제일 오랜 된 식물이 5만년전 식물이었다"며 "당시 한라산에는 식물이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따뜻해져야 위로 올라가는 식물의 성질상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오래된 식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하논연구에 대해 "현재 이어도 섬의 수심이 4m이지만 수만년전에는 120-140m가 더 내려가서 이어도가 섬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하고 "일본에 가서 쿠로시오해류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제주도에도 퇴적된 곳이 있을 것"이라는 한 미국학자의 지적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됐다는 배경도 설명했다.

김문홍 제주대 명예교수

김 교수는 "일본식생학회에 갔더니 3백년 된 삼나무 등 유명한 식물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중에 삼나무는 일본특산인 줄 알았는데 한 미국학자가 제주에서도 꽃가루가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집중연구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이 교수는 일본은 화산섬이기 때문에 절대로 삼나무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과 삼나무 꽃가루가 제주에도 있을 지 모른다는 얘기를 기억해 내자 연못에 꽃가루가 날라오면 위로 차곡차곡 쌓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꽃가루 퇴적층을 찾아보자고 조사를 시작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교수는 "꽃가루는 수만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꽃가루만 보면 어떤 나무인지는 확인할 수 있다"며 연구 초기에는 이호주변에 있던 논과 동수악 등 물이 있는 연못을 돌아다니다 못 찾고 결국 하논에서 그 흔적을 찾아냈던 것.

하논은 옛날에는 호수였는데 물을 빼서 큰논을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김 교수는 "무엇보다 제주도에는 수만년전에 어떤 식물이 있었는지가 궁금했다"며 "지금은 우리나라에 없는 나무나 제주에서 사라진 나무들이 하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하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만년전부터 제주도에 삼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당시 발견된 식물 중 몇 종류 중에는 지금 울릉도에만 자라는 식물도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더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
"이 식물들은 왜 없어졌을까가 더 궁금했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를 해봤더니 결국 주변환경이 나빠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논을 정밀조사하면 5만년 이후의 기후변화와 식물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삼나무와 너도밤나무는 건조한 기후에 약하다는 사실에서 당시 기생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니까 환경이 건조해지면서 삼나무가 없어졌고 너도밤나무도 습한 곳을 좋아하지만 기후가 건조해 지니까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그 시기에 기생화산의 화산활동 때문에 저지대 삼나무가 모두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한다.


따라서 "하논 밑에 있는 퇴적층을 정밀조사하면 제주도의 5만년 이후의 기후변화와 식물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며 하논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옛날에는 조개도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사실에서 원상회복 등 다양한 방식의 하논에 대한 집중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지난 2014년 열린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에 대한 기본용역에서는  “분화구 내벽, 능선 및 외벽의 복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500여 년 전 훼손되기전의 하논분화구의 식생으로 최대한 근접하게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설물 설치계획으로는 하논분화구 역사․과학박물관 건립, 하논 고생물․고기후 연구센터 건립 필요성이 제안된 바 있다
 

특히 외국 연구진으로 참여한 IUCN 생태계관리위원회 Keith Bowers(키스바우어) 위원장은 “500여 년 전 훼손된 동쪽 화구벽 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 아름다운 화구호수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업은 매우 흥미로운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하논 복원방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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