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영국대사관, UN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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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영국대사관, UN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 무시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6.05.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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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사태 관련 역할 외면 등으로 기업의 인권 침해 방지 국제약속 위반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일 주한영국대사관에 영국 국적 기업(옥시레킷벤키저)에 가습기 살균제 사고 책임 이행을 촉구해 줄 것과 한국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 줄 것을 요청하며 면담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대사관은 18일 답변 공문을 통해, "영국정부는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레킷벤키저는 정부와 독립된 사기업이기 때문에 문의사항은 레켓벤키저로부터 들어야"하며, "면담도 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23일 성명에서 "영국 정부의 유감 표명과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기대했지만 당황하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옥시레킷벤키저 사태는 영국대사관이 규정한 것처럼 '소송 중인 사안'이라기보다 '은폐하려던 범죄가 입증된 사안'으로, 하루빨리 책임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지원해 고통과 갈등을 줄여야 할 사건"이기 때문리며 "영국대사관의 안이한 사태 인식과 억지스러운 규정은, 옥시가 지난 5년 간 취해왔던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했다.

성명은  "레킷벤키저는 정부와 독립된 사기업이기 때문에 영국대사관은 관계없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며 "영국정부는 2013년 9월 4일, <좋은 기업 : UN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의 실행(Good Business: Implementing the 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이란 제목의 국가이행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을 선포하면서, ‘세계 최초로 기업 활동과 인권을 통합하고 지도하는 국가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외무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이 공동 서명한 이 계획은 2011년 제정된 <UN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UNGP)>과 <EU Guidelines on human rights>를 따른 것으로 '영국정부의 인권보호 의무', '영국기업의 인권존중 책임', '영국기업의 활동으로 야기된 인권침해의 구제에 대한 접근 및 영국정부의 역할', 그리고 '영국정부의 계획 실행 및 향후 조치'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영국정부가 2016년에 개정한 국가이행계획(NAP)에 따르면, "해외 공관들은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슈에서 인권 옹호자들을 지지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기업과 연관된 행위로 인권침해를 받은 피해자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성명은 "결과적으로 영국 정부의 이러한 공식 입장과 대사관이 이번에 보내온 무성의한 공문 사이에는 전혀 일관성이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성명은 "영국정부가 2013년 기업과 인권 국가 기본계획(NAP)에서 '이미 실행된 조치'라고 소개한 예에 따르면, "영국은 G8의 의장국으로서 버마에 대한 투자가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지도록 국제사회의 지지를 조직한바가 있다"며 "영국정부가 자국기업이 인권상황이 열악한 버마에서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엔 기업과 인권이행원칙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이행원칙을 준수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랑군에 기업인권센터 설립을 지원했으며, 현재도 영국의 국제 개발협력부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DFID)를 통해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며 " 이렇게 버마에서는 인권과 투자를 연결했던 영국이, 한국에서는 왜 266명이나 죽은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가해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영국대사관의 태도는 비슷한 이유로 면담을 요청을 받았던 덴마크대사관이 이미 두 차례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가진 것과 비교된다"며 "덴마크대사관은 피해자 가족들이 셰퓨 제조사(버터플라이이펙트, 사망자 14명 등 피해자 41명 )가 이미 폐업해 관련한 내용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자, "덴마크 정부를 통해 셰퓨 제조사(버터플라이이펙트)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PGH)를 판매한 케톡스사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결과를 통보하는 등 적극 지원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PGH를 원료로 수출한 업체들의 제품회수를 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했다"며 "주한덴마크대사는 이번 사건 관련해 자국 회사가 관련된 것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똑같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라 국가기본계획(NAP)를 영국정부와 덴마크 정부가 발표했는데, 자국의 기업이 연루된 인권문제에 대해서 주한 영국대사관과 주한 덴마크 대사관이 이렇게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참으로 의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영국정부와 주한 영국대사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합니다. 환경보건센터가 신고 받은 현재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1,848명이며, 사망자만 266명이나 된다"며 "정부가 판결을 확정한 피해자들만도 530명에 이르며, 사망자는 146명이나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 중 옥시 관련 피해자는 403명이고 사망자만 103명이다. 그럼에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는 영국까지 찾아온 피해자 대표에게 공식적 사과를 거부했고, 자신들의 책임을 모호하게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 등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런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지 않겠다는 영국대사관의 태도는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성명은 "영국대사관이 잘못된 판단을 조속히 바꿔야 한다"며 "사태의 해결을 위해 역할 해 줄 것"과 또한 "자국과 EU에서 발표한 원칙과 한국에서 적용하는 원칙을 달리하는 '이중 기준'에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은 "내일(24일) 방한하는 유엔 기업과 인권 워킹그룹에 영국대사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진술할 예정"이라며  "UNGP와 영국 NAP를 이행하지 않는 영국대사관 역시 유엔 차원의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옥시레킷벤키저를 영국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하는 국가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NCP)에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며 "유럽과 영국의 단체들과 협력하여 옥시의 가이드라인을 위반여부에 대해 영국정부에 대해 묻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영국정부와 옥시가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오늘부터 옥시 외국인 임원을 소환해 수사에 돌입하는 한국의 검찰에 부탁드린다"며 "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의 사과 거부와 철저한 책임 이행 약속 거절에 이어, 영국대사관의 성의 있는 역할 외면까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해 달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사태가 옥시와 영국정부 등에 의해 선의(善意)나 자발성으로 해결되거나 합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직 한국 검찰의 수사를 통해 옥시의 범죄를 밝히고 한국의 법에 의해서만 단죄될 것"이라며 "옥시 외국인 임원에 대한 수사를 냉정하게 전개해 주기 바라며, 구속수사를 기본으로 일벌백계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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