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긴박했던 4시간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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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여명작전’…긴박했던 4시간58분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1.01.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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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해외 인질구출작전…‘기만·압박·전격’ 완벽 조화




전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지켜본 삼호주얼리호(1만1000톤급) 피랍 사건은 발생 146시간 16분 만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피랍·추격전·두 차례의 구출작전…. 단 한 명의 희생자 없이 완벽히 전개된 ‘아덴 만 여명작전’을 재구성했다. 

15일 오후 7시30분 최영함 긴급 출항
청해부대 소속 링스헬기와 고속단정이 구출작전을 위해 지난 21일 새벽 여명에 맞춰 삼호주얼리호로 다가가고 있다.



▶ 전속력으로 2000㎞ 항해

지난 15일 오전 7시 40분(이하 현지시간). 삼호주얼리호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출발해 스리랑카로 향하고 있었다. 오만과 인도 사이의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 해 입구를 항해할 때쯤 전방에 소말리아 해적선이 나타났다. 해적 모선(母船)에서 내려진 두 척의 소형 모터보트가 삼호주얼리호로 바짝 다가섰다. 사다리를 타고 배에 오른 해적들은 AK 소총과 RPG-7 로켓포로 선원들을 위협하며 삼호주얼리호를 장악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에티오피아 지부티 항에서 군수물자를 선적 중이던 청해부대(부대장 조영주 대령) 6진 최영함이 긴급 출항했다. 최영함은 소말리아 해역의 연합해군사령부(CFMCC:Combined Forces Maritime Component Command) 산하 ‘CTF 151’의 정보 협조를 받으며 추격을 시작했다. 17일 오후 11시. 전속력으로 항해하던 최영함 레이더에 삼호주얼리호가 잡혔다. 피랍 지점에서 남쪽으로 450~500㎞, 오만 살랄라 항에서 600㎞ 떨어진 지점이었다. 2000㎞를 52시간 동안 질주해 따라잡은 최영함은 해적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거리를 유지하며 때를 기다렸다.
고속단정(오른쪽 아래)에 탑승한 UDT 작전팀이 삼호주얼리호 선미에 접근한 뒤 배벽을 타고 선내로 진입하고 있다.


▶ 긴박했던 1차 구출작전

지난 18일 오후 2시 44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 동북방에서 항해 중인 몽골 선박을 추가 납치하기 위해 자선(子船 ·작은 배)을 내렸다. 최영함은 해적들의 주의가 분산된 틈을 노려 양면작전을 전개했다. 링스헬기(LYNX)를 몽골 화물선의 해적 위로 긴급 출격시켰고,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대원들을 2척의 고속단정(RIB)에 탑승시켜 삼호주얼리호로 향하게 했다. 오후 2시 51분. 링스헬기가 기관총으로 경고·위협사격을 가했다. 해적들이 다시 삼호주얼리호와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UDT/SEAL 대원들은 삼호주얼리호 인근에서 구출작전을 준비했다. 오후 3시 24분. 해적들이 ‘백기’를 달고 투항의사를 표시했다. 작전이 성공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 순간 해적들이 기습사격을 했다. 고속단정에 탑승한 안병주(소령·학군39기) 팀장과 저격소대장 김원인 상사, 2작전대 강준 하사가 부상을 입었다. 고속단정은 모함으로 복귀했다. 비록 인질을 구출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해군의 용기와 투혼은 해적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전력을 크게 약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UDT 작전팀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본격적인 해적 소탕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원샷원킬’ 작전 성공 밑거름

“청해부대 전투배치 완료.”

21일 새벽 4시 43분. 청해부대장 조영주 대령이 해군작전사령부에 작전준비 완료를 보고했다. 해적들이 잠에 취해 있을 새벽 4시 58분. 건군 사상 첫 해외 인명구조작전이 시작됐다. 삼호주얼리호 상공을 기동하며 해적의 동태를 살피던 미 해군의 P-3C 해상초계기에서 연락이 왔다. “좌현 선미 3명, 선교 4명, 중갑판 4명 식별!”

새벽 5시 17분. 고속단정 3척이 모두 내려졌다. 이어 저격수를 태운 링스헬기도 이륙했다. 5시 29분. 최영함은 상선검색망(무선통신)으로 삼호주얼리호를 한국어로 호출했다. “선원 여러분! 잠시 후 우리 해군이 여러분의 구조를 위해 공격할 것입니다. 가능한 한 안전구역으로 대피하고, 외부로 나오지 마십시오.”

5시 40분. 링스헬기가 삼호주얼리호로 접근했다. 저격수가 레이더와 통신안테나를 무력화하고 갑판과 선교를 조준사격, 해적 1명을 쓰러뜨렸다. 흔들리는 헬기에서 적을 조준 사살하는 것은 세계 최고라 불리는 미 해군 SEAL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이 한 방은 ‘아덴 만 여명작전’의 성공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6시 9분. 15명으로 구성된 2개 공격팀 중 김평민 중사가 최초로 삼호주얼리호 선미 갑판에 올랐다. 김 중사가 위치를 확보하자 전우들도 갑판에 안착했다. 공격팀 방탄헬멧에 달린 영상카메라가 모든 상황을 본국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숨죽이며 상황을 주시하던 청해부대·작전사령부·해군본부·합동참모본부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청해부대의 신속한 작전으로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자유의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화물선 선체가 구출 당시의 총격으로 총탄자국이 선명하다.




▶4시간 58분, 상황 종료

6시 26분. 공격팀이 4층 선교를 장악하기 위해 좁은 계단을 오르는 순간 해적 1명이 출현했다. 특수전 요원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공격팀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6시 30분 선교를 완전히 장악했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이 무릎과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공격팀은 즉시 지혈한 뒤 구조요청을 보냈다.

응급처치를 마친 공격팀은 2개 조로 나눠 수색작업에 돌입했다. 6시 32분. 격실 수색 중 해적 4명을 사살했고, 3분 뒤 선장실 주변에 있던 해적 두목을 사살했다.

6시 45분. 공격팀은 선교에서 선원 13명을 구조했다. 이 중 한국 선원은 5명. 이때 링스헬기에서 “선원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현재 선박은 청해부대가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안심하시고 갑판으로 나와 주십시오” 하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7시 57분. 다시 인질수색·해적소탕 작전이 개시됐다. 최영함에서 음향송신장치를 이용, 투항 경고문을 방송했다. 해적 2명이 손을 들어 투항하고 5명의 선원이 선상으로 나왔다. 날이 훤히 밝은 8시 16분. 한국인 8명을 포함한 18명의 선원을 구조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해적 5명과 미얀마 선원 3명. 공격팀은 수색을 마친 격실마다 붉은색 페인트로 표시하며 57개의 객실을 샅샅이 뒤져 해적을 완전히 소탕하고 21명의 모든 선원을 구출했다.

“9시 56분. 인질 21명 전원 구조,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 아군 피해 전혀 없음.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음.”

4시간 58분 만에 작전이 종료됐다. 합참·작전사·해본 지휘통제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겠다는 수많은 노력이, 치밀한 작전계획과 모의연습이 각본 없는 드라마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아덴 만 여명작전의 성공은 치밀한 사전준비와 평소 단련한 교육훈련, 기만·압박·전격작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쾌거”라고 말했다.

(제공=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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