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구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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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구분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2.0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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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96m 비고: 26m 둘레: 2,667m 면적: 296.443㎡ 형태: 복합형

 

구분오름

 

별칭: 굽은오름. 개눈오름. 구분악(拘奔岳. 九分岳. 九墳岳)

위치: 한경면 조수리 3,666번지

표고: 96m 비고: 26m 둘레: 2,667m 면적: 296.443㎡ 형태: 복합형 난이도: ☆☆

 

 

등이 굽어 슬프지만 마을을 지키는 산 체.....


허리가 구부러져 슬픈 오름이여.....

몸통이 휘어져 가엾은 오름이여.....

너 참 측은하게 보이는구나.

하지만, 설움에 겹고 슬픔에 잠겼어도 어엿한 오름이라 부르리.산 체의 모습이 굽어있는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다른 맥락으로는 개(犬)가 누워있는 형세라 하여 개눈오름(개누운)이라고도 한다.이 명칭을 두고서 한자로 여러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보면(拘奔岳. 九分岳. 九墳岳)표음식 발음을 빌어 표기를 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 때문인지 개가 누워있거나 뒤를 돌아보며 달아나는 형상으로 빗대어 개눈오름이라고도 하지만 잘 쓰이지는 않는다.

또한 개(狗)와 관련을 한 표현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등이 굽은 것도 아니요 허리가 굽은 것도 아니련만 선인들의 판단은 한계가 따른 것으로 느껴진다.

 

차라리 활처럼 휘어진 모습을 기초로 하여 명칭을 정하거나 굼부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형세를 두고서 인자한 엄마 품속을 그려냈으면 어떠했을까.길게 휘어진 봉우리는 동서로 나눠져 있으며 이를 구분해서 동굽은오름과 섯굽은오름로 부르기도 한다.

서부권의 한경면 조수리 마을에 위치하며 인근에 오름이 없는 것과 연관하여 수호적인 산 체로 여기고 있다.

동서로 길게 뻗은 산 체로서 마주하는 서쪽 봉우리와는 펑퍼짐한 등성마루를 형성하면서 아래로 패인 웅덩이가 이어져 있다.

주봉인 동쪽 봉우리의 남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가 있는데 낮지만 넓게 펼쳐져 있다. 굼부리의 대부분은 농경지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고 지금으로서는 분화구의 특성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전사면에 걸쳐 소나무를 중심으로 잡목들이 자라고 있으며 등성과 기슭의 일부와 아래쪽에는 농경지로 개간이 되어 있다.

정상부 가까이까지 이어지는 소로가 있어 농사용 차량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이다.

여느 오름들처럼 사면과 일부에는 가족묘지와 개인묘들이 있으며 이 마을사람들을 중심으로 이곳에 망자를 맡겨 넋을 달래는 장소로 이용을 하였다.

자신의 치부를 농지로 내어주고 사면의 일부마저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터로 내주었으니 이보다 더 착한 오름이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띄엄띄엄 묘지 주변과 등성을 지키던 일부 소나무들은 재선충이라는 수마의 공격에 성장을 멈춰야 했다.

동쪽 능선의 곳곳을 차지한 묘지들은 이제 가려줄 그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오름의 표고는 96m이나 비고(高)는 불과 26m로서 주변의 몇몇 오름들과 더불어 낮은 편이다.

이미 화구가 농경지로 변했고 정상부는 큰 굴곡이 없이 이어지는 복합형 화산체이다.한경면 조수2리 사무소로 가다가 갈림길에서 산양리 방향 50m 지점 좌측으로 능선 초입지가 있다.

오름 근처에 정자가 있으며 주차 공간으로도 적당하다. 쉼터이기도 한 정자 옆에는 붉은못이 있으며 안내판과 도로명 주소도 부착이 되어 있다.

 

 

 

-구분오름 탐방기

 

-딱히 정해진 산책로라기보다는 적당한 기슭은 따라 올랐다. 오름의 허리에 도착을 하기도 전에 묘지들이 주변을 차지한 모습이 보인다.

구분오름​으로서는 자신에게 맡겨진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을 것이다.

소나무들이 등성을 차지하였지만 일부는 붉게 물든 모습이고 이미 잘려나간 나무들은 뿌리 쪽만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였다.

솔수염하늘소의 만행으로 인하여 산 체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오름 지킴이로서 할 바를 다 했을 소나무들인데 수마로 인하여 병들고 잘려나간 모습은 허무하고 처참하게 보였다.​

아직은 거친 숨소리를 내쉴 상황이 아니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섰다. 앙상하고 어수선한 오름 주변을 살펴보기보다는 차라리 눈을 ​먼 곳으로 돌렸다.

설원의 한라산이 보이고 서부권의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지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계절풍은 시원하리만큼 기분 좋게 불어왔다. 

등 굽은오름의 정상부에 오르니 굼부리가 보인다. 활처럼 휘어진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면에서 본다면 굽은 형세로 판단이 되었던 것 같다.

화산체 자체가 복합형이기는 하지만 현장을 바라보는 상황만으로도 정리와 표현이 어렵지는 않다. 한동안 화구 주변을 바라보며 굽은오름이라는 명칭과 매치를 시켜보려 했지만 결론은 쉽지가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양팔을 펼친 모습이면 어떠하리.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려 포근하게 감싸 안은 형상이면 어떠했을까.방향을 바꿔 바깥쪽을 바라보니 양배추를 재배한 현장이 보이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서쪽 방향의 숲에도 재선충병의 영향으로 인하여 붉게 물든 소나무들이 보인다. 허허한 모습에 반전이라도 하듯 농경지로 변한 화구에는 유채 씨앗이 뿌려져 마르지 않은 연초록빛으로 물들여져 있다.

머지않아 이곳은 노오란 유채꽃들이 피어나 허전하고 엉성하게 변한 오름을 대신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비로소 다른 풍경이 보였다.

당산봉이 어엿하게 보이고 우측으로는 신창 해안의 풍력발전기들이 볼품을 안겨줬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걸쳐진 모습까지야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하늘과 바다는 하나가 되어 부드럽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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