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다래오름(어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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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다래오름(어음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1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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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696.5m 비고: 87m 둘레: 2,001m 면적: 231.752㎡ 형태: 말굽형

 

다래오름(어음리)

별칭: 도래오름. 다율악(多栗岳)

위치: 애월읍 어음리 산25번지

표고: 696.5m 비고: 87m 둘레: 2,001m 면적: 231.752㎡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문명의 이기를 거부한 채 고고한데 처하기를 원하는 산 체...

 

과거 이 오름에 다래낭이 많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며 ‘낭’은 제주 방언으로서 나무를 말한다. 다른 맥락으로는 높고 고귀한(山)을 뜻하는 고구려어(語)의 달(다래. 달이)과 오름을 합쳐서 불렀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기는 하나 주변에 바리메와 놉고메 등 높고 넓은 산 체들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이해가 어렵기도 하다.

또한, 한자로 다율악(多栗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래를 지칭하는데 어려움이 따라서 밤(栗)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다래나무가 많다고 하여 명칭이 붙었다지만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를 중심으로 잡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사면으로 진입하는 기슭에는 조릿대들이 장악을 하였으며 등성에는 상산나무가 밀집해 있어 진입에 어려움이 따를 정도이다.

바리메(오름) 기슭 아래를 차지한 넓은 공초왓의 서편에 위치하였으며 전형적인 오름의 형태인 반달이나 대접을 엎어 놓은 모양새로 나타난다. 공초는 곰취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며 ‘왓’은 밭이나 일정한 터를 말하는데 곰취가 자라나는 밭이나 터 정도로 풀이를 할 수 있다.

지난 지금은 변화로 인하여 곰취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며, 개체 수가 늘어난 노루의 포획과 관련한 시설물이 들어서 있고 목초지로 변하면서 출입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애월읍 어음리 소재의 오름으로서 안덕면 감산리와 영실 입구(중문)에도 동명의 오름이 있다. 북동향의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으나 빽빽이 우거진 숲 때문에 진입이 어려우며 눈으로 내부를 보기에도 힘든 실정이다.

다양한 잡목들이 등성과 굼부리 외에 기슭에 고루 자리를 잡아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진입 시 만나는 공초왓이나 억새왓은 그나마 무난한 탐방로가 되지만, 오름 사면에 접어들면서 맹개낭(청미래덩굴)과 찔레낭, 꽝꽝낭(낭 = 나무) 등 가시덤불을 이룬 곳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탐방의 묘미를 떠나서 쉬운 곳은 결코 아니다.

 

이 오름 주변에는 바리메 형제를 비롯하여 검은들먹(웃. 알)과 빈네오름 등이 있다. 과거에는 솔도마을을 통하여 공초왓을 경유하는 탐방도 가능했으나 지금은 골프장(로드랜드)이 버티고 있으며, 빈네오름 주변을 통하여 오르는 것 역시도 사실상 불가하다. 또한 다래의 정상을 지나서 빈네로 향할 수 있지만 지금의 빈네는 사유지(골프장) 등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다른 초입지를 통하여 올라야 한다.

다래의 정상은 장군과 초병이 있어야 할 자리이다! 빈네오름이 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을 선택한다면 여지없이 다래오름 정상부라 할 수 있다. 특히 정상부의 쉼터 자리는 자신을 도려낸 흔적 그 상처 부위를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빈네로서는 자신을 수호하는 장군과 지켜주는 초병을 필요로 할 것이며 이 역시 다래의 정상부가 할 일이다.

또한 다래오름을 두고서 다른 표현을 한다면 심술세고 인심이 빈약한 오름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의 모습도 노출을 거부하면서 남도 못 보게 가리는 그야말로 지독한 짠돌이인 셈이다. 행여 자신이 그토록 사모했던 빈네의 상처를 바라보며 그 여한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진머리(병악. 오름)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대신 지키려 했지만 문명의 이기에 잘려나간 상처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라고나 할까.

불과 87m의 비고(高)이면서 산 체의 크기나 경사를 감안할 때는 대단하지 않지만 역시 탐방로 진입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탐방로의 정비는 자연 훼손을 함께 하는 때문에 리본 등을 통해서라도 식별의 다양성을 갖춘다면 좋을 것 같다.

 

-다래오름 탐방기-

공초왓 일대에 바리메 형제가 버티고 있어서 인기나 명성에 뒤처지지만 꼭 한 번은 만나봐야 할 다래오름이다. 실상은 공초왓 안으로 들어가서 보무도 당당하게 남서쪽 철조망을 지났어도 되었다. 그러나 지난번 찾았을 때는 그 주변도 그물망이 설치가 되어 있어서 포기를 했고 가장자리의 그물망 벽을 끼고서 전진을 했다.

역시 출발부터 어려운 행보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쉬운 루트를 생각했고 백(back) 코스가 아닌 전진형으로 진행을 했다. 영암사 방향 삼거리에 주차를 하고 지나간 방향으로 50m 정도 돌아가면 철책 옆으로 진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오월을 맞아 드넓은 공초왓은 목초들이 무릎을 지나 허리 가까이까지 성장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지나간 듯한 흔적을 따라 이동을 했지만 여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가능한 구석진 곳을 택하며 나아갔는데 간혹 오래된 노루의 사체도 보여서 기분이 찝찝했다. 근년에 들어 공초왓은 U-IT 기술을 활용한 노루 포획 시스템을 설치하여 운영을 하고 있다.

개채 수가 늘어난 때문에 서식밀도를 줄이기 위한 한 방편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넓은 공간은 목초지로 활용을 하고 있다. 삼나무로 경계가 이뤄진 곳에 도착을 하니 다시 철조망이 있어 낮은 자세로 겨우 통과를 했다. 이어지는 곳은 트랙터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며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어 별 어려움이 없었다.

퇴색한 억새가 엉성하게 사열을 하듯 길게 늘어선 사이를 지날 즈음 다래오름이 보였다. 이 일대는 사실 봄철에는 고사리 체취를 위해서도 많이 찾는 곳이다. 삼나무 숲과 소나무 군락지를 번갈아 진행을 하는 동안은 바깥세상이 안 보일 정도였고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때문인지 길의 흔적도 희미한 데다 이따금씩 보이는 리본 등도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았다.

 

gps를 이용하여 근접 거리를 선택하고 능성을 하나 오르고 나니 비로소 다래의 진입로에 도착이 되었다. 다래오름의 기슭 탐방로 입구는 작은 내창(계곡)을 이루고 있으며 이곳 틈새를 따라서 마침내 다래오름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이때부터는 탐방로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하게 있어 별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급하게 이어지는 경사면을 따라 오르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 몇 차례 쉬면서 진행을 했다. 등성이에 도착을 하고 안쪽을 바라보니 굼부리의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진입은 둘째하고 열린 공간조차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금 더 이동을 하니 목표 지점인 전망대가 나왔다. 오름의 실질적은 비고(高) 점은 아니지만 휴식과 전망을 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기점으로 삼는 장소이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걸터앉거나 주저앉을 수가 있으며 진행하는 동안 가려졌던 바깥세상이 훤하게 열리면서 기분까지 시원해지는 장소이다.

우선 맞은편으로 빈네오름이 보였다. 비로소 내가 장군이 되고 초병이 되어 빈네와의 만남을 갖는 순간이다. 빈네(비녀)가 기다린 여인이 비단 여진오름이었다 할지라도 이곳에서는 누구나 그녀와의 벗이 되고 눈 맞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빈네는 허리 아래를 골프장으로 내어주고 치유가 되지 않는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자연이지만 자신의 살을 도려낼 때 그 아픔의 정도는 얼마나 심한 고통을 느꼈을까. 벗겨진 살은 영원히 치유되지 않고 진행형의 슬픔을 곱셈으로 안고 있을 것이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하여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서영아리 오름과 돌오름 등이 시선을 뺏으며 반갑게 대해줬고 반대편으로는 검은들먹과 한대오름으로 이어지는 산 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멀리로는 산방산과 굴메(군산)을 비롯하여 바굼지(단산) 등도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서 거듭 다래의 백미는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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