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긴장감이 감도는 거미그물
사무실 건물 앞, 교목과 건물벽을 이용하여 크고 둥그런 그물을 친 거미가 있었습니다.
탄탄한 거미줄 가운데 그 중인공이 먹이를 잡았는지 매달려있더군요.
먹이를 잡은 산왕거미가 거미줄 가운데서 먹잇감을 줄로 돌돌 감아놓고 있습니다.
아마 밤사이 뿔소똥구리가 거미줄에 걸려든 모양입니다.
산왕거미는 6-10월에 나타나는데 도심지 공원이나 농가 준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크고 둥근 그물을 만들어 놓고 낮에는 처마 밑이나 나뭇잎 등에 숨어 있다가 먹이가 걸리면 재빨리 모습을 드러내 거미줄로 묶어 잡아먹지요. 그물은 저녁에 쳤다가 아침에 거두기도 합니다.
아침에 산왕거미를 보고 나니 요즘 숲 이곳저곳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무당거미가 떠올라 숲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산책로 곁에서 무당거미를 발견할 수 있었지요.
여러 겹의 그물을 쳐놓은 무당거미가 거미줄 한가운데 매달려있더군요.
가까이 다가설수록 거미 세 마리가 모여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중 중간에 매달린 것은 허물처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위쪽에 매달린 작은 거미가 인상적이었는데.....
갑자기 그 작은 거미가 큰 거미가 있는 곳으로 냉큼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계획이 틀어졌는지 아주 빠르게 위쪽으로 올라가 버리더군요.
다시 맨 위에 자리를 잡은 거미는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고 큰 거미의 눈치만 살핍니다.
몸집이 크고 위엄이 있는 자태로 매달려있는 거미가 암컷이고, 작은 크기의 거미가 수컷입니다.
수컷 거미는 짝짓기를 하러 암컷에게 다가섰다가 암컷에게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에 짝짓기를 위해서는 굉장한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덜 성숙한 암컷이 마지막 허물벗기를 하기 전이나 성숙한 암컷인 경우에는 먹이를 먹고 포만감을 느낄 때 눈치를 살피며 다가가 짝짓기를 하지요.
특이하지요?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그물 가운데 매달린 거미들에게서 긴장감이 감도는군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