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유가 묻어나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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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여유가 묻어나는 유럽
  • 정종필
  • 승인 2011.09.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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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필 서귀포시 기획예산과

정종필 서귀포시 기획예산과 주무관
사는 동안 한 번 쯤 가보고 싶었던 유럽방문의 기회가 찾아 왔다.

설레는 마음과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프랑스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낯선 풍경 가운데 맨 처음 우리를 맞이한 건 싸늘한 날씨와 검소한 차림의 유럽인들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파리 중심가를 거니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하였다. 에펠탑, 센느강 주변 중세풍의 건축물, 행위 예술가들의 거리공연은 파리가 예술과 낭만의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파리라는 대도시의 명성에 비해 고층건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것은 중세건물을 활용하여 생활공간을 재창출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로 다소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의 여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통이라는 가치를 살리며 현대와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삶이야말로 독특한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는 제주도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미와 기품이 공존하는 도시풍경과 더불어 유럽인들의 생활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유럽은 여름 휴가철 동안 가족들과 함께 장기간 휴가를 떠난다고 한다. 프랑스는 30일 이상 휴가를 보내고, 주 35시간 근무를 철저히 실천한다고 한다.

우리를 안내한 관광버스 운전사들도 주 35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으며, 차량에 운행시간이 기록되어 수시로 점검을 받고 있었다. 이는 사고의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어 가지는 문화의 산물일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년일자리 해소를 위해 근무시간과 봉급을 줄이는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유럽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생활의 여유는 노년의 삶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유럽의 경우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천하고 있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정년이 짧아지는 요즘 국가의 제도권 아래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내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 그지없었다.

특히 이탈리아 로마의 남쪽에 위치한 피우지의 경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화가인 미켈란젤로가 물을 이용한 담석 치료를 한 곳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유럽의 많은 노부부들이 1~2개월 장기간 휴양을 즐기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 지역경제에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장수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 제주의 경우 환경적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뿐 아니라 불로장생 전설 등 제주 고유의 문화‧역사의 재조명을 통한 스토리텔링 개발과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건강과 장수의 관심이 많은 타지역 관광객들은 물론 최근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매력적인 땅이 될 것이다.

이번 유럽탐방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가운데 ‘여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방대한 분량으로 읽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펼쳐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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