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방울꽃 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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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나무를 타고 오르는 노박덩굴이 참 싱그러워 보이는군요.
그 너머로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고 새소리와 매미소리가 어우러진 숲은 경쾌하고 시원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마침 숲 그늘 아래서 고개를 들어 올리는 연한 자주색 꽃들이 눈에 스칩니다.
방울꽃이 피었더군요. 방울꽃은 제주도의 습기 있고 그늘진 숲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꽃은 8-9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어나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쓰러져버리지요.
꽃은 마치 곤충들이 빨려 들어가기 듯 방문하기 좋은 통모양으로 밑부분이 약간 굽으면서 갑자기 좁아집니다. 마침 방울꽃 주변을 호리꽃등에 몇 마리가 맴돕니다.
꽃을 향해 서서히 비행하던 곤충이 드디어 꽃가장자리에 앉아 살금살금 꽃 속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머물렀지요.
어떤 가지 끝에서는 쌍둥이처럼 꽃 두 개가 나란히 사이좋게 피어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가지에서는 벌써 시들어 쓰러져버린 꽃들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준비한 끝에 드디어 피었는데 너무 빠르게 쓰러져버리는 꽃의 모습이 괜스레 안쓰럽네요.
그래도 곁에서 이제 막 솟아오르는 꽃봉오리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당찹니다.
꽃이 쓰러진 자리에선 오래지 않아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는 익으면 터지면서 종자를 밖으로 튕겨내지요. 그렇게 퍼진 종자들은 그늘진 숲 하부에서 또 하나의 생명으로 움트게 되겠지요.
요즘 숲길에는 방울꽃이 곱게 피어있습니다. |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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